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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숨통 트인 백신 수급, 이제는 접종 속도가 관건

‘백신 무능’에 대한 국민의 불안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미국 제약사 화이자의 백신 2000만명분을 추가로 들여오기로 계약했다고 밝혔다. 이번 계약으로 올해 도입되는 화이자 백신은 3300만명분으로 늘었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기존의 7900만명분을 포함해 총 9900만명분의 백신을 확보하게 됐다. ‘집단면역’ 형성을 위한 접종목표 3600만명의 2.75배에 해당하는 규모다. 홍남기 총리대행이 26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11월 집단면역 목표 도달 의지를 다시 강조한 것도 백신의 양적 확보에는 차질이 없을 것이라는 자신감의 표출로 보인다.

화이자 백신은 우리의 상반기 접종 주력제품인 아스트라제네카(AZ)보다 상대적으로 안전성에 대한 신뢰가 더 크다. AZ에서 불거진 혈전(피딱지) 부작용 논란에서 비켜서 있는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방식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백신 수급이라는 한 고비를 넘겼지만 집단면역에 도달하려면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가장 먼저 넘어야 할 허들은 접종 속도다. 25일 기준 국내 1차 백신 접종자는 226만639명으로, 전체 인구의 4.4% 수준이다. 세계 104번째로 접종을 시작했는데 현재 접종비율도 여전히 100위권 안팎이다.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의 위상에 견주면 부끄럽기 짝이 없다. 화이자 백신을 확보한 게 거꾸로 접종 속도를 더디게 하는 역설로 작용할 우려도 크다. 화이자 선호도가 커지면 2분기 대상자 중 상당수가 접종을 미룰 수 있어서다.

정부의 계획대로 예방접종센터를 다음달까지 204개소에서 267개소로, 민간위탁 접종의료기관은 2000여개소에서 1만4000여개소로 늘리면 우리는 하루 최대 150만명 이상 접종이 가능한 역량을 갖게 된다. 여기에 일반 병·의원도 가세하면 효과가 배가될 것이다. 한편으로 기존 백신으론 예방효과가 떨어지는 변이 바이러스도 염두에 둬야 한다. 최근 인도에선 변이 바이러스가 급증하며 하루 35만명 가까운 확진자가 쏟아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변이 바이러스 무력화를 위한 ‘부스터 샷(3차 접종)’까지 준비하고 있다. 하반기에 도입할 화이자 백신은 변이 대처도 가능한 업그레이드 제품이어야 할 것이다.

집단면역 형성 전까지는 마스크와 거리두기만큼 효과가 뚜렷한 방책이 없다는 사실도 명심해야 한다. 인구 절반이 1차 접종을 마친 영국은 지금도 하루 확진자가 2700여명 발생하고 있고, 접종률 20%가량인 독일도 재봉쇄에 돌입했다. 우리도 하루 확진자가 600~700명을 오르내리며 4차 대유행의 기로에 서 있다. 다시 마음을 다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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