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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KDI의 공기업 부채 문제제기는 일종의 개혁 요구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0일 발표한 ‘공기업 재무건전성 강화 방안에 관한 연구’는 공기업 부채 관리의 필요성을 얘기하고 있지만 사실상 공기업 개혁 요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건전성과 수익성 모두 취약한 공기업들을 이대로 두면 국가의 재정건전성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 공기업들은 갚을 능력도 없이 빚을 내 세계 최고 수준의 부채를 떠안고 있다. 빨간불이 들어온 정도가 아니라 사이렌까지 요란하게 울리는 상황이다. KDI가 집계한 2017년 기준 한국의 비금융 공기업 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23.5% 수준이다. 같은 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12.8%)의 거의 배다. 지난해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이 집계한 공식 비교자료를 봐도 비슷하다.

그런 빚더미 공기업들의 펀더멘털은 바닥이다. 수익성이 나쁘기 때문이다. 한국석유공사는 지난해 상반기 부채가 자산보다 많은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고 한국광물자원공사는 이미 2016년부터 그랬다. 다른 공기업도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건강·복지·사회 서비스 등 지출 부담이 커져 재무구조가 악화되리란 게 KDI의 전망이다.

이처럼 부실한 공기업들이 계속 과도하게 빚을 낼 수 있는 건 정부가 지급보증을 하는 것과 다름없는 공사채 발행을 하기 때문이다. 정부의 공공사업을 공기업이 대신하는 일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정크본드 수준의 공사채가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이유다. “공기업 부채는 유사시 정부가 책임질 수밖에 없어 사실상 정부 부채와 마찬가지니 공사채 채무를 국회 동의가 필요한 국가보증채무로 산입해야 한다”는 KDI의 제언은 틀린 게 하나 없다. 오히려 시급하다.

하지만 그보다 급한 게 있다. 이토록 부실한 재무 상황을 불러온 모럴해저드를 타파하는 일이다. 경영이 어려워져도 돈 나올 구멍이 있으니 낙하산 CEO들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 즐기다 나가면 된다. 공기업 노조는 낙하산 저지를 외치다 반사이익을 챙긴다. 세상에 이렇게 매끄러운 협력관계가 없다. 공기업은 경쟁 제한과 진입 규제로 독점적 이윤과 안정적 시장지배가 보장된다. 생산성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실적에 목매지 않아도 된다. 그러니 이처럼 편하고 안정된 직장도 없다. 젊은이들이 가장 선호하는 취업 대상인 이유다. 어디를 봐도 경쟁률이 수백 대 1이다. 심지어 내부 정보를 이용해 목돈까지 벌 수 있다.

결국 답은 공기업 개혁뿐이다. 그래야 공기업 부채 문제에 대한 접근이 가능하다. KDI가 보고서를 통해 정작 하고 싶은 말도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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