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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일일당휴비 vs 일일일일비비…남녀 경찰 기동대 형평성 ‘논란’[촉!]
서울청 남경기동대 42개·여경기동대 2개뿐…초과근무 시간 2배
경찰 “실제 역할과 임무 다르고 규모 크게 차이나 불가피한 상황”
2030남성 ‘역차별 피해의식’과 맞물려…“분노를 오히려 여성에게 돌려”
전문가 “의경 대체하는 과정 효율성 중시…정확한 직무분석 필요”

지난해 11월 30일 전두환 전 대통령이 피고인으로 출석 예정인 광주 동구 지산동 광주지법에서 경찰 기동대가 이동하고 있다.(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음) [연합]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경찰 기동대에서 근무하는 남자 경찰들이 철야 근무를 떠안는 등 궂은 일을 도맡는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남경(男警) 사이에서 ‘역차별’이라는 불만과 함께 여경(女警)기동대 증원 요구도 나오지만 그에 앞서 여경기동대 업무 분장과 인원 등에 대한 정확한 분석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제언이다.

21일 헤럴드경제가 입수한 ‘서울청 남녀 기동대 근무상황 비교’에 따르면 남경기동대의 기본 근무 방식은 ‘일일일당휴비’, 여경기동대는 ‘일일일일비비’다. ‘일’은 일근 근무, ‘당’은 일근+철야 근무, ‘휴’는 휴무, ‘비’는 비번을 뜻한다. 비번은 주로 교대 근무에서 야간 근무가 끝난 뒤 쉬는 날을 가리킨다. 근무 인력 외에 추가 인력이 필요한 경우에 비번을 부르게 된다.

실제로 여경기동대는 당직, 즉 철야 근무를 하지 않았다. 남경기동대는 철야 근무가 월 4~5회인 반면 여경기동대는 없다. 대신 여경기동대는 월평균 거점 근무를 광화문, 여의도 등에서 10~11회 서고, 남경은 월평균 거점 근무나 시설(미‧일‧중대사관저 등)에서 5~6회 근무한다.

근무 시간도 남경이 많은 편이다. 철야 근무 시간은 남경기동대가 오전 8시부터 다음날 오전 8시까지이지만, 여경기동대는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까지 근무한다. 월평균 초과 근무 시간(2020년 기준)도 남경기동대가 104.7시간으로, 여경기동대 (51.3시간)의 두 배 가량이다.

이 같은 차이 발생하는 이유에 대해 경찰은 ‘인력 차이’를 꼽는다. 부대 수의 경우 서울청 남경기동대는 42개인 반면 여경기동대는 2개뿐이다. 김창룡 경찰청장도 지난 19일 기자간담회에서 “똑같은 기동대이지만 실제 역할과 임무가 다르고 규모도 크게 차이 나 근무 방식이 완벽하게 똑같을 수 없는 불가피한 상황이 있다”며 “남경기동대보다 여경기동대가 혜택을 받지 않느냐는 생각을 가질 수 있어 그 부분에 대해 점검하고 이해를 구하겠다”고 밝혔다.

기동대 내 남경과 여경 간 인원 차는 경찰 내 다른 조직에 비해 큰 편이다. ‘2021 경찰공무원 채용계획 및 안내’를 보면 경찰청은 순경 공채를 통해 상반기 남경 1961명, 여경 739명을, 하반기 남경 1546명, 여경 582명을 선발하겠다. 채용 인원이 남경이 2.6배 가량 많은 셈인데 기동대 근무 인원은 여경에 비해 남경이 21~25배 더 많다. 여경기동대는 남경기동대에 비해 적은 것은 물론 교대 근무를 하기에도 부족한 인원 수다.

이런 탓에 일부 기동대 근무 경찰 사이에서는 여경기동대 인원과 근무를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경기남부청의 한 기동대에서 근무하는 A순경은 “어차피 기동대는 자원보다는 차출되는 경우가 대다수인데 여경기동대 수가 너무 적어 늘려야 한다”며 “기동대 본령인 집회·시위 관리 외에도 실종자 수색이나 주요 시설(대사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나 백신 관리 시설 등) 근무, 방범 근무 등을 할 수 있지 않느냐”고 했다.

문제는 남경들이 이같이 기동대 내 성비 불균형에 따른 분노를 여경들에게 분출한다는 점이다. 이들은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유리천장을 깨면 유리바닥을 받치는 이들이 가만 있을 것 같냐”, “여경들은 남경들의 고생과 수고를 인정해주거나 지지하지 않는다”, “여경들은 억울하면 본청에 따지라는 식”이라고 토로하고 있다.

경찰 내 이같은 논란이 20~30대 남성들 사이에서 여성에게 역차별을 받는다는 피해의식과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항섭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는 “20~30대 남성이 남성으로서 특권을 누리고 있으나 40대 이상 남성들에 비해 자신들이 훨씬 더 못 누리고 있다는 생각에 박탈감이 심하다”며 “(이들이)분노를 같은 남성에게 돌리는 게 아니라 오히려 여성들에게 돌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존에 ‘남자니까 괜찮겠지’로 유지되던 것들에 집단적 분노를 표출하고 있는 20~30대 남성들이 인터넷 상에서 여론을 형성하고 주도하고 있다”며 “이들의 박탈감을 잘 헤아리는 정책들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단순히 공평하게 철야근 무를 하기 위해 여경기동대 인원 수를 늘리는 건 예산 낭비라는 지적도 나온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부 교수는 “기동대 업무는 의무경찰에서 정규직 경찰이 대체하는 상황이라 적은 인력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효율성이 중요시되는 상황”이라며 “정확하고 과학적인 직무 분석을 바탕으로 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address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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