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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석열, 나와 함께라면 生, 국민의힘 가면 死"…김종인의 메시지 [정치쫌!]
YES or NO…선택의 시간 다가오는 尹
김종인, ‘마크롱 모델’로 거리두기 충고
국민의힘, 자금·조직 이점 내걸고 러브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지난 2일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1동 주민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신분 확인을 위해 마스크를 내리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국민의힘으로 갈 것인가, 제3지대를 열 것인가.

누군가는 가야 기지개를 켤 수 있다고 한다. 또 다른 누군가는 가는 순간 백조에서 오리가 된다고 경고한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이를 놓고 여태 ‘침묵 모드’였다. 그런 윤 전 총장에게 이제 선택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차기 대통령 선거는 1년도 채 남지 않았다.

‘킹 메이커’인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윤 전 총장에게 국민의힘으로 가지 말 것을 충고하고 있다. 돌파구로는 ‘마크롱 모델’을 띄운다. 김 전 위원장은 20일 경향신문이 공개한 인터뷰에서 “윤 전 총장이 지금 정돈도 되지 않은 곳에 불쑥 들어가려고 하겠느냐”며 “지금 국민의힘에 들어가 흙탕물에서 같이 놀면 똑같은 사람이 되는 것”이라고 했다. “백조가 오리밭에 가면 오리가 되는 것과 같다”는 비유도 들었다. 그는 전날 TV조선과의 인터뷰에서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언급했다. 마크롱은 의석은 없었지만 중도 지향 정치세력인 앙마르슈를 꾸려 대선에서 승리했다. 이후 기존의 공화당과 사회당을 자기 편으로 끌어들여 다수당을 구성했다. 김 전 위원장 측 인사는 이에 대해 “공정·정의의 시대정신에 맞는 윤 전 총장이 움직이면 알아서 사람들이 모일 것이라는 뜻으로 풀이된다”고 했다.

김 전 위원장은 4·7 재보궐선거가 끝나고 직에서 내려온 후부터 윤 전 총장을 향해 거듭 “국민의힘은 아니다”란 메시지를 내고 있다. 그는 최근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국민의힘을 ‘아사리판’으로 비유한 후 “윤 전 총장도 (국민의힘에)가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변화’를 기치로 신당 창당 작업을 하는 데 대해 “윤 전 총장은 금 전 의원이 말한 새로운 정당으로 가는 상황이 전개될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지난 2일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1동 주민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친 뒤 떠나고 있다. [연합]

윤 전 총장은 야권의 유력 대권주자로 군림했지만, 그가 제1야당인 국민의힘으로 가기에는 어느 정도 위험성이 있는 게 사실이다. 정치권 일각에선 최악 상황 때는 불쏘시개가 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현재 국민의힘에는 무엇보다 윤 전 총장 세력이 전무하다. 당 곳곳에서 소위 ‘윤석열 마케팅’을 하고 있지만, 상당수는 윤 전 총장과의 지연, 학연 등 간접적 인연을 내세우고 있다. 윤 전 총장과 이들이 일명 ‘죽음의 계곡’을 넘는 동반자가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반면 윤 전 총장을 못마땅히 보는 세력들은 있다. 윤 전 총장은 과거 탄핵정국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일조했다. 적지 않은 국민의힘 소속 인사들이 그 여파로 검찰의 수사를 받았다. 대구·경북(TK)에 뿌리를 둔 한 국민의힘 인사는 “그 당시를 떠올리면 억울함에 치를 떤다”고도 했다.

윤 전 총장은 이에 더해 호남 표심도 의식해야 할 처지가 됐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윤 전 총장은 광주·전라 지역 대선후보 지지율로 최상위권에 자리매김했다. 야권 관계자는 “그가 훗날 국민의힘에 입당하면 호남 민심이 돌아설 수 있다”며 “그 여파로 지지율 상승세도 꺾일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알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고 윤 전 총장이 망설임 없이 제3지대 카드를 꺼낼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에 들어가 대선 후보가 된다면 돈과 조직은 해결할 수 있다. 2017년 대선 당시 더불어민주당은 500억원 가량을 썼다.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이 420억원, 국민의당이 460억원 정도를 지출했다. 각 당은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급하는 보조금으로 충당했다. 민주당은 123억4400만원, 한국당은 119억7400만원, 국민의당은 86억9700만원을 각각 수령했다. 보조금을 뺀 나머지 자금은 정당의 여유 재원을 활용하고, 모자라면 금융권 대출로 채웠다.

윤 전 총장은 무소속 혹은 제3지대에서 출마를 한다면 사실상 자체적으로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 득표율 15% 이상 후보는 선거비용을 전액 돌려받을 수 있지만, 이는 선거 이후 이야기다.

실제로 윤 전 총장 이전에 제3지대 바람을 일으켰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돈 문제로 힘겨워했다. 반 전 총장은 지난 2017년 1월 12일 인천공항을 통해 금의환향을 했다. 그는 20일 만인 2월 1일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입국 나흘 만에 기자들과 만나 “사비로 캠프 사무실을 얻었다”며 “운전기사, 비서, 교통비도 내 돈으로 한다”며 자본상 어려움을 말한 바 있다.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김종인 당시 비대위원장이 오세훈 서울시장의 당선 인사를 화상을 통해 듣고 있다. [연합]
주호영 국민의힘 당 대표 권한대행이 20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조직을 해결할 수 있는 점도 매력적이다.

국민의힘은 정당의 역사가 긴 만큼, 통·반장 등 풀뿌리 단위까지 조직망을 갖추고 있다. 이를 당 밖에서 맞서기는 쉽지 않다는 게 정치권 내 중론이다. “무소속은 외롭고 쓸쓸해서 힘들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2012년 대선에서 안철수 무소속 후보 캠프의 상황실장을 지낸 금태섭 전 의원은 “당시 청년 300명이 합류해 조직의 열세를 극복하고 있었다”며 “무소속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국민의힘도 윤 전 총장에게 노골적으로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주호영 대표 권한대행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대선에선)1주일에 1000여만원 가까이가 든다”며 “자금 문제는 입당하면 해결된다”고 했다.

장제원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윤 전 총장이)국민의힘에 들어오지 않으면 대권으로 가는 길이 보이지 않을 것”이라며 “온갖 음해와 네거티브를 누가 나서 싸우고 막대한 자금은 어떻게 조달하며 일선 읍·면·동까지 뻗어있는 조직은 어떻게 감당할 것이냐”고 했다.

전당대회와 원내대표 경선을 앞두고 출사표를 낸 몇몇 당권주자들은 아예 “윤 전 총장과 접촉할 계획”이라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당사자인 윤 전 총장은 정치권 개편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이 새 지도부를 뽑고 국민의당과의 합당 문제가 어떤 식이든 가닥이 잡힐 때 등판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당분간은 다양한 분야의 원로와 전문가들을 만나 ‘대권 수업’을 받을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 16일 전국 1011명을 상대로 가상 양자대결 조사를 벌인 결과, 윤 전 총장과 이재명 경기지사는 양자 구도에서 각각 51.1%와 32.3%를 기록했다.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선 윤 전 총장이 37.2%로 가장 높았다. 이어 이 지사 21.0%,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11% 순이었다.

이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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