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H, 로비받고 건설용역 밀어줘”…경실련 입찰 담합 의혹 제기
“LH 내부위원 ‘고점 평가’ 업체 90%가 낙찰”
“공정성 파괴하는 강제차등점수제 폐지해야”
경남 진주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 [연합]

[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건설 사업에 입찰 담합이 이뤄졌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부동산 투기에 이어 입찰 담합까지 LH에 대한 신뢰가 더 심한 내리막길로 치달을 것으로 보인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20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LH 입찰 담합 의혹에 대한 자료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경실련은 업계 제보자로부터 2020년 1~2021년 3월까지 LH 건설사업관리용역 92건에 대한 자료를 제공받았다. 자료에는 ▷입찰공고 ▷입찰결과 ▷평가위원 ▷평가결과 등이 포함됐다.

이에 따르면 2020년 1~2021년 3월까지 체결한 건설사업관리 용역 92개 사업의 계약금액은 총 4505억원이다. 이중 2개 업체(컨소시엄)만 입찰에 참여한 사업이 66건으로 72%에 달한다. 3개 업체만 참여한 사업도 17건으로 19%였다. 입찰 업체가 3개 이하인 사업이 전체의 90%를 차지하는 셈이다.

경실련은 “이는 상위 업체끼리 사전 담합을 통해 낙찰자를 결정하는 입찰 담합의 전형적인 형태”라고 주장했다.

경실련은 LH가 입찰 과정에서 로비를 받고 낙찰 기업을 임의로 선택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실련에 따르면 92개 사업 중 LH 내부위원이 1위로 평가한 업체가 수주업체로 결정된 사업은 83개(90%)다. LH 건설사업관리용역 평가위원으로 1회 이상 참가한 사람은 총 296명이다. 이중 LH 임직원은 140명으로 절반가량이다. 3회 이상 평가위원으로 참가한 LH 임직원은 53명이다.

경실련은 “LH는 로비 의혹에 대해 평가위원을 평가일 하루 전에 발표하여 로비가 어렵다고 주장한다”며 “하지만 현재와 같이 소수 LH 임직원만 평가위원으로 참여하는 구조에서는, 평가위원 로비는 언제든 이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계약업체와 2순위 업체의 투찰금액 차이가 1%도 안되는 사업이 91건(99%)에 달했다”며 “투찰금액 차이가 0.5% 미만은 58건(63%)으로 가격 경쟁은 사라진 채, 심사위원 로비 경쟁만 성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실련은 문제의 원인으로 ‘강제차등점수제’를 꼽았다. 강제차등점수제는 제안서 평가점수에 따라 입찰자 순위를 정하고, 순위에 따라 고정점수를 부여하는 제도다. ‘기술점수+가격점수’로 구성되는 계약 방식에서 기술점수의 비중을 높여 가격 후려치기를 막자는 게 강제차등점수제의 취지다. 하지만 기술평가 판단이 어려워 사실상 로비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경실련은 “강제차등점수제 하에서는 기술점수가 낙찰을 결정 짓게 되므로, 평가위원에 대한 로비 경쟁을 부추기며 건설 경쟁력이 아닌 자금력과 조직력이 월등한 전관 회사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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