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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택배가 왜 저기에’라는 입주민 사진·문자에 ‘관두겠다’는 기사 나와”
택배노조 회견…“14일 아파트 입구 앞까지 배송 후 주민 항의문자 급증”
“택배 사진 찍고 ‘왜 안갖다주나’ 항의받은 기사들 ‘관두겠다’”
택배노조 “문제 해결 방식을 바꿔야겠다고 판단…방향 선회”
他택배사 미동참 영향도…“당분간 손수레로 집앞 배송 예정”

택배 기사들이 “서울 강동구 고덕동의 한 아파트 단지의 입주민들로부터 받았다”고 한 문자메시지. [택배노조 제공]

[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어떤 입주민에게 택배 기사가)‘지하철역 출구 앞에 택배 물건이 있으니 찾아가 달라. 불편 드려 죄송하다’고 문자를 보냈는데, 이 입주민이 사진을 찍어 보내면서 ‘왜 아직 저기에 있냐’는 문자를 보냈습니다. 해당 택배 기사가 정신적 충격을 받고 다음날 출근해서 택배 대리점에 일을 그만두겠다고 했답니다. 그래서 불가피하게 투쟁 방식을 바꾸기로 한 것입니다.”

진경호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 위원장은 16일 오후 최근 ‘택배대란’으로 논란이 일고 있는 서울 강동구 고덕동의 한 아파트 단지 앞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아파트 입구까지만 배송’ 방침을 철회하고, 기존처럼 ‘집 앞 개별 배송’을 다시 하게 된 이유를 이같이 설명했다.

진 위원장에 따르면 어떤 입주민은 집요하게 택배 기사에게 5~6건의 항의성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택배 기사들은 밤늦게까지 수십건의 날선 문자들을 받으면서, 큰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았다.

지난 14일 택배노조에 속한 택배사 기사들은 처음으로 해당 아파트 단지 입구 앞에 택배 물품을 쌓아놓고 입주민들에게 찾아가라는 안내 문자를 발송했다. 택배사 시스템으로는 지하철 역 근처로 오라는 문자 내용을 기입할 수 없어, 일일히 기사들이 손으로 휴대전화 번호를 찍고 개별 문자를 적어 보냈다. 이날 택배기사들은 손수레를 끌고 갈 부담은 줄었지만, 오후 10시까지 쉬지 못하고 입주민들의 택배 관련 문의나 항의성 폭언 전화를 받아야 했다.

택배노조의 집단행동에 참여하지 않는 택배사가 있다는 점도 ‘아파트 입구까지만 배송’ 방침을 철회하게 만든 요인으로 보인다. 진 위원장은 “(이번 단체행동에)참여한 택배사 기사들만 집중 타깃이 돼 고통을 겪었다”며 “일시적으로 집 앞 배송을 하면서, (집중 타깃이 된)택배기사 분들의 마음을 추스를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16일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이 서울 강동구 고덕동의 한 아파트 단지 앞 지하철역 부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입구까지만 배송’ 방침을 일시 중단하고, 당분간 ‘집 앞 배송’을 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김지헌 기자/raw@heraldcorp.com

택배노조 관계자는 “해당 조합원을 보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조합원들의 마음을 추스르고 더 많은 노동자가 동참할 수 있도록 설득해 더 큰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오늘(16일)부터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아파트 앞에서 무기한 농성과 촛불집회를 열며 ‘공정과 정의’를 염원하는 국민들의 동참을 끌어낼 것”이라며 “택배사는 즉시 해당 아파트를 배송 불가구역으로 지정하고 구체적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진 위원장은 “우리의 기본적 입장은 아파트 단지가 지상 출입을 허용하고 안전속도를 협의해서 준수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라며 “안전 요원을 배치해서 지상 출입을 허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만약 입주자 대표회가 다른 복안이 있다면, 다양하게 열어 놓고 논의할 것이다. 지금도 그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택배노조는 오는 18일 긴급 중앙집행위원회와 25일 대의원대회를 열어 향후 투쟁 방안을 결정할 방침이다. 택배노조는 택배사들에게 해당 아파트 단지를 배송 불가 지역으로 지정해 달라는 요청도 할 예정이다.

ra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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