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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T과학칼럼] 과학자의 인문학적 상상

바야흐로 ‘통섭’과 ‘융합’의 시대다. 대학들은 앞다퉈 학부 과정을 문·이과 간 장벽을 없앤 자유전공 체제로 전환하고 있다. 통섭형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서다. 융합은 국가연구개발사업에서도 중요한 화두로 떠올랐다. 과학기술기본법에는 ‘신기술 상호 간, 신기술과 학문·문화·예술 및 산업 간의 융합연구개발’을 촉진하도록 명시돼 있다. 이러한 흐름에 따라 과학기술인은 인문학적 상상력을, 인문학도는 과학적 사고력을 갖추는 것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많은 전문가가 초연결·초지능·초예측으로 대변되는 시대 속에서 이제는 단일 분야 연구만으로는 인류와 시대가 요구하는 혁신적인 신기술이 탄생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파괴적인 혁신’을 위해서는 그만한 창의성이 필요한데 이는 분야를 넘나드는 경계지점에서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과학기술인에게 요구되는 인문학적 상상력은 바로 이 경계지점에서 필요한 역량이다. 과학기술인은 이제 적극적으로 시선을 돌려 인문학에서 혁신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어야 한다. ‘통섭(統攝·consilience)’개념을 재조명한 에드워드 윌슨 미국 하버드대 석좌교수는 자신의 저서 ‘창의성의 기원’에서 ‘자연과학과 인문학은 서로 별개가 아니며 창의성을 추구할 때 서로를 보완하므로, 근본적으로 둘을 분리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인문학이란 무엇이며, 인문학적 상상력이란 또 무엇인가. 인문학의 라틴어 어원은 ‘후마니타스(Humanitas)’로, ‘인간의 본성’이라는 뜻이다. 아주 단순하게는 ‘인문학이란 인간의 본성에 대해 탐구하고 이해하는 모든 학문’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그리고 인문학적 상상력이란 사람의 본성 또는 인간다움에 대해 그려보고 떠올리는 것이다. 또는 인간을 이해하기 위한 모든 생각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인문학이 무엇인지 알게 되면 과학기술인에게 인문학적 상상력이 왜 필요한지 설명할 수 있다. 인간의 본성과 근본적인 욕구를 꿰뚫어볼 때 비로소 창의적이고 가치 있는 과학기술 성과를 이끌어낼 수 있게 된다. 실제 맥킨지에서는 과학기술의 성공 원칙으로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을 제시하기도 했다. 스티브 잡스는 아이폰 개발로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세상에 접속하고 싶은 사람들의 욕구를 실현하면서 애플사는 시가총액 2조달러가 넘는 전 세계 1위 기업이 됐다.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의 우주 개발 프로젝트 또한 인간의 모험심과 탐험심을 자극하며 전 세계인을 열광케 하고 있다. 우리나라 1위 메신저앱 카카오톡이 성공한 것도 인간의 소통욕구를 잘 이해하고 이를 누구보다 신속하게 모바일기기에서 구현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과학기술인재들이 자신의 연구에 인문학적 상상력을 결합할 수 있을 때, 그 가치와 파급효과는 무한대로 커질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국민의 안전과 풍요로움을 책임지는 국가과학기술자야말로 인문학적 상상력이 풍부한 이들이어야 하지 않을까. 이를 지원하기 위해 국가과학기술인력개발원(KIRD)에서는 ‘인문학 아카데미’를 기획해 올해 첫선을 보였다. 과학자들이 과학사·과학철학, 역사, 문학, 예술, 경제 등 5개 분야별로 선정된 도서를 읽고 저자와 함께 토의하는 ‘참여형 독서 클럽’이다.

에드워드 윌슨은 또 다른 저서 ‘지식의 대통합: 통섭’에서 이렇게 말했다. ‘인간 지성의 가장 위대한 과업은 예전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지만 과학과 인문학을 연결해보려는 노력이다.’ 이 위대한 과업을 통해 국민과 인류에 기여하는 가치 있는 과학기술 성과가 탄생하길 기대해본다.

박귀찬 국가과학기술인력개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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