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길용의 화식열전] 현대엔지니어링 상장, 정의선에 왜 중요한가
순환출자 해소 핵심 재원
양도세 피해 맞교환 가능
분할·합병 주총도 불필요
상속세 부담도 크게 줄여

현대자동차그룹이 드디어 정의선 회장(ES) 중심의 지배구조 개편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2018년 현대모비스 분할 좌절 후 지난 2년간 미뤄왔던 현대엔지니어링 기업공개(IPO)라는 비장의 카드를 드디어 꺼내 들면서다. 숙제는 3가지다. ES는 주주들의 반발을 피하면서, 순환출자 구조를 벗어나고, 적정한 수준의 세금만 부담해야 한다.

정몽구 명예회장(MK) 중심 지배구조는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 ‘현대차-현대제철-현대모비스’의 2중 순환출자다. 순환출자 해소의 핵심은 기아가 가진 현대모비스 지분을 MK와 ES가 어떻게 확보느냐다. 시장에서는 다양한 시나리오들이 제시되고 있다. 하지만 MK나 ES 개인지분을 팔면 양도세가 발생한다. 합병이나 분할을 택하면 주주동의라는 산을 넘어야 한다. 시장 가치가 분명한 상장사 간 주식 맞교환(swap)은 세 부담과 주주동의 절차를 모두 피할 수 있다.

장외시장에서 거래되는 현대엔지니어링 기업가치는 약 7조6000억원(주가 100만원, 발행주식759만5341주)이다. ES 8900억원, MK 3600억원 수준이다. MK・ES・정몽구재단이 가진 현대글로비스 지분은 2조4000억원이다. MK의 현대제철(7600억원), ES의 현대오토에버(1000억원)까지 더하면 4조5000억원으로 기아가 가진 현대모비스 지분과 엇비슷하다. 이들 지분을 기아가 가진 현대모비스 지분과 맞교환할 만하다.

이렇게 되면 현대모비스는 MK・ES가 약 25%를 가진 최대주주가 된다.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제철은 원래 기아가 대주주인 만큼 구조상 큰 변화는 없다. 현대글로비스의 대주주가 MK・ES에서 현대차・기아로 바뀔 뿐이다. 지주사 전환이 아니어서 금융 계열사를 떼어 내야할 의무도 없고, 현대글로비스의 일감몰아주기 규제도 피할 수 있다.

‘현대차-현대제철-현대모비스’의 순환출자가 남지만, 현대제철과 현대글로비스가 가진 현대모비스 지분 6.33%는 외부에 매각해도 지배구조에 큰 영향은 없다. MK・ES가 보유한 현대차 지분 7.45%를 현대모비스에 현물 출자한 후 신주를 받으면 두 부자의 지분율로만 30%를 훌쩍 넘길 수 있다.

반드시 이 방법이 아니라 하더라도 현대엔지니어과 현대글로비스 주가가 높으면 높을 수록 MK·ES 부자의 선택지는 더 다양해질 수 있다.

ES가 보유 주식 대부분을 모두 지배구조 개편에 소모했을 때 남는 숙제는 MK 보유지분을 물려 받을 때 필요한 3조원 이상의 세금이다. ES는 이미 현대글로비스와 현대이노션 지분매각을 팔아 약 8000억원 가량의 현금을 확보했다. 지배구조에 큰 영향 없는 기아차 지분가치도 6000억원에 달한다. 세금의 절반 정도는 현금으로 충분히 조달 가능해 보인다. ES는 보스턴다이내믹스에도 약 3000억원 가량의 사재를 투자했는데, 미래 상장할 경우 상당한 차익이 기대된다. 현대차그룹은 국내 부자인 정주영 가문의 종가다. MK가 보유한 현금 등 주식 외 자산도 상당하다고 봐야한다. 그래도 부족한 부분은 주식담보대출로 충당하고, 금융비용은 배당으로 감당하면 된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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