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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민경의 현장에서] 무섭도록 솔직했던 부동산 민심

“서울에는 집주인만 사는 게 아니다. 세입자가 훨씬 더 많아 민주당이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도 이길 것이다.”

새 서울시장에 누가 될 것 같냐는 질문이 한창 오가기 시작할 2월 중순 무렵의 대화다. 취재차 만난 공인중개사, 재건축아파트 조합원, 지인들에게 물으면 민심은 여전히 “대세는 민주당”이라고 했다.

하지만 상황이 급반전됐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광명·시흥 3기 신도시 땅투기 사건이 터진 것이다. 지난 2월 24일 3기 신도시 발표 직후 찾아간 시흥시 과림동 일대는 당시 한적했지만 일주일 만에 모든 언론사 취재진이 투기 의혹 취재를 위해 몰려들며 그야말로 ‘핫플레이스’가 됐다. 민심도 험악해졌다. 우리 국민이 못 참는 것 중 하나가 같은 행위를 두고 자기가 하면 괜찮고 남은 틀렸다고 지적하는 ‘내로남불’이다. 정부가 2·4대책에서 이날 이후로 재개발 대상지로 발표된 곳의 땅을 매수한 사람은 현금청산 대상이 된다고 으름장을 놓았는데 알고 보니 공무원과 공기업 직원들이 땅 투기를 하고 있었다. 전·월세를 기존 대비 5%까지만 올리자며 임대차법까지 제안하고 만들었던 청와대 정책실장과 여당 국회의원은 세입자에게 법 시행 직전에 되레 더 높게 가격을 올리는 위선적 태도를 보였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재산을 늘리고, 지키고 싶어하는 기본욕구를 부정하고 압박하는 정책을 꾸준히 펴온 정부였기에 배신감은 더 컸다. 민심 이반 흐름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재산세와 직결된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전년 대비 19.08%나 상승했다. 양도세·취득세를 올려 거래를 막아놓고 보유세 부담까지 높인 것이다. ‘집 하나 가진 게 죄냐’는 말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흉흉해진 부동산 민심 속에 야권 후보로 오세훈 현 서울시장이 단일화되자 사람들의 기대감은 커졌다. 오 시장이 재임 당시 한강르네상스 계획을 통해 50층까지 건축할 수 있게 허용한 성수동이나 전임 시장이 재건축을 눌러온 강남, 압구정, 목동, 여의도 등에서는 반색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아울러 시장에선 오 시장의 당선으로 재산세가 감면되고 정비사업에 숨통이 트일 것이란 기대감도 커졌다.

이번 서울시장선거에서 오 시장이 많은 이의 예측대로 당선됐다. 전임 시장의 성비위로 인해 치러진 선거라는 정치적 요인도 있었지만 핵심은 부동산 민심이었다. 집값 급등으로 ‘벼락거지’가 된 무주택자, 실수요자인데도 높아져만 가는 보유세로 신음하는 1주택자 등 모두 실패한 부동산 정책에 등을 돌린 것이다.

이처럼 솔직한 부동산 민심이 냉엄한 결과로 나타났다. 사실 정부와 여당은 예측 가능할 정도로 민심이 떠나가는 것이 보였지만 정책 전환이 두려워 애써 외면한 측면도 있었다. 선거용으로 일부 규제 완화를 언급하기도 했지만 진정성은 없었다. 정부와 여당이 스무 번 넘게 실패한 정책에 매달리는 한, 민심은 돌아오지 않는다는 점을 반드시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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