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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극기’보다 청년…“국힘 유세하겠다”는 청년, 200명 넘었다[정치쫌!]
20·30 청년, ‘태극기’ 대체했나
국힘 ‘20·30 시민유세단’ 흥행
吳·安 연설보다 조회수 높기도
[오른소리 캡처]
[오른소리 캡처]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청년이 '태극기'를 대체했다. 국민의힘의 유세 현장에 울분에 찬 20·30대 청년들이 지원군을 자처하며 몰려들고 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국민의힘의 주력 부대는 고령층이 주축이 된 '태극기 부대'였다. 가히 상전벽해(桑田碧海) 수준이다.

국민의힘이 선보이는 '20·30 시민유세단'에 참여 신청을 한 청년층이 200명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시민유세단으로 순번을 받은 청년은 오 후보의 유세차에 올라 마이크를 쥐고 하고 싶은 말을 하면 된다. 국민의힘 당원이 아니어도 상관 없다. 대본 없이 순전히 '개인기'에 의존해 수십~수백명의 시민 앞에서 연설을 해야 한다. 그런데도 신청자가 몰려오고 있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캠프에서 뉴미디어본부장을 맡고 있는 이준석 전 최고위원의 표현에 따르면, "선거 전까지 (청년들이)유세차에 계속 올라가도 감당할 수 없을 수준"이다.

국민의힘은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중도층을 모아야 이길 수 있는 이번 선거에서 청년층은 일당백(一當百)의 효과를 낸다"는 것이다. "지난 총선처럼 청년층이 아닌 극우 지지층이 앞장섰다면 분위기가 지금과는 달랐을 것"이란 말도 나온다.

20·30 시민유세단은 제 목소리를 충실히 내고 있다.

지난 1일 오 후보의 유세 현장에서 마이크를 쥔 20대 취업준비생은 "이번 재보궐선거는 좌파와 우파, 진보와 보수의 이념 대립이 아니라 정의와 불의, 상식과 비상식의 선거"라며 "당헌을 깨고 후보를 내세우는 정치계의 파란 그분들을 보면 아주 신기하다"고 직격탄을 쐈다. 이어 정부여당을 향해 "그분들은 국민 수준을 얕잡아 보고 있다"며 "문재인 대통령은 소득주도성장으로 경제가 좋아졌다고 하지만, 우리 가족들의 삶은 외환위기(IMF)가 생각날 만큼 힘이 든다"고 했다. 그러면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정조준해 "한 후보가 자신을 뽑아주면 돈을 준다고 한다"며 "그런데 당장 여러분의 손에 쥐어질 10만원보다 나라 장래가 더 걱정된다"고도 했다.

또 다른 청년은 "우리는 조국(전 법무부 장관)을 비판해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따르지 않고 집을 사서, 윤미향(민주당 의원)을 비판해서, 단지 20대란 이유로, 북한을 비판해서, 주식과 코인을 해서 적폐가 됐다"며 "무엇보다 우리는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아서 적폐가 됐다"고 일침을 가했다. 그러면서 "촛불을 들고 박근혜(전 대통령) 탄핵을 말한 우리는 더 이상 그들을 지지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이 때문에 역사 경험이 모자란 청년이 됐다"고 덧붙였다.

한 유튜브 채널을 참고하면, 이들의 발언이 담긴 동영상은 오 후보와 안철수 공동선대위원장의 연설을 담은 동영상보다 조회수가 높다.

지난 달 29일 강남구 코엑스에서 이뤄졌던 첫 청년 연설도 파격이었다.

'비니모자'를 쓴 37세 유모 씨는 "저도 박원순 전 시장이 자리에 오를 수 있도록 원인을 제공한 오 후보를 마냥 좋아하지는 않는다"면서도 현 정권에 대한 '사이다' 발언을 쏟아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비니좌'로 불리는 이 청년의 유튜브 영상 조회수는 3일 기준 37만회다. 이날 함께 연단에 올라 연설을 한 또 다른 두 청년의 목소리가 담긴 유튜브 영상 조회수는 각각 60만회, 48만회를 기록하고 있다.

대학생 신모 씨는 같은 날 마포구에서 마이크를 쥐고 정부여당과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를 향해 날선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청년들은 취업도 힘들고 미래도 불안한데, 이를 누가 주도했는가"라고 했다. 이어 "우리 사회에 아직도 만연한 성범죄를 누가 저질렀는지를 잘 생각해야 한다"며 "그런 일이 있고도 민주당에서 후보를 낸다는 것 자체가 저의 선에선 이해가 되질 않는다"고도 했다. 조회수는 31만회다.

오 캠프 측 관계자는 "정치적 수사와 주목받기 위한 막말이 없는, 솔직하고 진솔한 발언을 하고 있어 더욱 호소력이 짙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지난 2019년 10월3일 낮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 앞에서 열린 '문재인 하야 범국민투쟁 대회'에서 참석 시민들이 태극기를 흔들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

전문가들은 20·30대 청년들이 국민의힘 편에 선 것은 이들이 갖고 있는 '민감성' 때문이라고 봤다. 선거 경험을 축적해온 한 보좌진은 "지금 20대는 연애·결혼·출산 등 '3포'를 넘어 취업은 물론 내 집 마련, 노후 설계 등도 막막하게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며 "민주당의 지난 4년을 지켜본 결과, 이 당에만 맡겨서는 안 될 것 같다는 위기의식을 가장 먼저 갖게 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최근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 달 22~26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516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3월 4주차 여론조사에 따르면 20대의 국민의힘 지지율은 31.6%다. 민주당(25.7%)을 5.9%포인트 앞선 것이다. (95% 신뢰 수준에 표본오차는 ±2.0%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한 야권 인사는 "이들이 민주당을 등지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집값 때문일 것"이라고 했다. 이어 "지금의 청년들은 평범하게 일해선 평생 돈을 모아도 멀쩡한 집 한 채를 살 수 없을 세상을 마주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땅 투기 사태 등이 기름을 부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의 '실수'도 이번 흐름에 영향을 미쳤다는 말이 나온다. 특히 박 후보의 최근 발언도 청년들을 자극했다는 말이 나온다.

박 후보는 지난달 26일 20·30대 청년들이 지지층에서 이탈하는 원인을 묻는 말에 대해 "20대의 경우 과거 역사 같은 데 대해 40·50대보다 경험치가 낮지 않나"며 "지금 상황을 현시점으로만 보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 측에서 "20대를 비하했다"는 반응이 나오자 박 후보는 같은 날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한 20대 청년이 내게 '야당이 문재인 대통령을 독재자라 하는데, 우리는 전두환 시대를 못 겪어 쉽게 비교가 힘들다'고 했다. 이를 전달하려고 했던 것"이라고 부연했다.

또, 최근 박 후보의 유세차에 올라 '평범한 대학원생'이라고 밝힌 20대 시민은 민주당 전국대학생위원회 대변인으로 활동한 당직자 출신이었다. '30대 여성 시민'이라고 밝힌 시민은 민주당 20·30 선거대책위원회 출신이었다. ‘거짓 논란’도 생긴 것이다.

민주당도 흐름을 가져오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박 후보는 지난 1일 20대 청년들의 교통요금 부담 인하를 약속했다. 그는 "청년의 교통 지원을 위해 서울 '청년패스' 제도를 도입하겠다"며 "약 40% 할인된 요금으로 버스·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는 정액권을 만 19~24세 청년에게 발급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취업 곤란, 소득 감소, 생활비 증가 등 3중고를 겪는 청년 세대에게 조금이나마 희망을 드리는 것"이라며 "3700억원 정도 되는 무임승차 비용의 보전 문제를 중앙정부를 설득해 반드시 관철시키겠다"고도 했다.

민주당은 또 20·30 청년 연설자를 공개 모집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년위원회가 중심돼 오는 남은 선거기간 온라인을 통해 희망자를 공개 모집한다는 것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전 최고위원 페이스북 일부 캡처.

국민의힘은 들뜬 분위기다. 이준석 전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서 "연단에서 '매운맛' 경쟁을 하던 사람들을 내리고 20·30 청년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도록 유세차를 내어준 것 만으로 유세현장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고 했다.

이어 "태극기를 흔들고 자극적인 단어에 반사적으로 반응하던 모습에서 벗어나 젊은 세대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게 여유를 가져준 지지층에게 감사를 표한다"고 했다.

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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