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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방심해선 안 될 물가의 역습

물가상승 조짐이 심상찮다. 마치 3년 전 평창동계올림픽이 열리고 1인당 GDP가 3만달러를 넘어서며 1%대 물가상승률을 기록했던 2018년으로 돌아간 느낌이다.

통계청이 2일 발표한 3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1.5% 상승했다. 두 달째 1%대 상승률이고 지난해 1월 이후 15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0%대 저물가는 이제 온데간데없다. 지난달 10년 만에 최고 상승률(16.2%)을 보이며 최근의 물가상승을 주도하는 농축수산물 가격은 3월에도 13.7%나 올랐다. 주춤해졌지만 안정이라고 보기 어려운 수준이다. 전년 동월 대비 300%나 오른 대파 때문에 ‘금파’에 ‘파테크’라는 말까지 나온다.

공업제품과 서비스물가도 각각 0.7%씩 올랐다. 눈길은 밥상물가를 좌우하는 신선식품과 농축산물에 쏠리지만 실제로는 전방위적인 상승 압력이 작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계절이나 외부 요인에 따라 변동이 심한 품목을 제외한 근원물가(농산물, 석유류 제외)도 1%를 찍은 것이 이를 증명한다. 지난 2년간 0.7~0.9% 오르내리던 게 이 수치다. 던지는 의미가 적지 않다. 일시적 현상이라고 외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그나마 1.5%에 머문 소비자물가 자체도 인위적으로 억누른 수치로 보인다는 점이다. 전기·수도·가스 등 에너지 요금은 3월에도 -5.0%를 기록했다. 올 들어 줄곧 이 수준이다. 하지만 지난해 40달러대인 국제유가가 지금은 60달러대에서 오르내린다. 불과 서너 달 전 리터당 1200원 하던 주유소 휘발윳값은 지금 1500원을 넘어 1600원으로 치닫는 중이다.

원가연동제를 실시하는 한전이 2분기 전기요금 인상을 유보한 게 정부의 지시였다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다. 결국 정부의 인위적 통제에 의해 에너지 물가가 마이너스를 유지하는 것이고 당연히 1.5%의 소비자물가도 하향 왜곡됐다는 얘기다.

국민을 위해 물가를 조정하는 정부를 탓할 이유는 없다. 오히려 해야 할 의무다. 1%대 물가가 엄청난 위기인 것도 아니다. 수요가 늘어 물가를 자극한다는 증거도 없다. 코로나19로 억눌렸던 ‘보복 소비’는 아직 터지지도 않았다. 지금과 같은 비상시국에 인플레는 걱정할 일이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그런데도 물가상승은 가장 주시해야 할 경제지표 중 하나다. 인플레의 계기판과 같기 때문이다. 인플레는 필연적으로 금리 상승을 몰고 온다. 그건 환율과 함께 부채대국 한국경제에 가장 치명적인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다. 이제 더는 물가상승을 기저효과나 일시적 현상으로 넘길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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