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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첫발 뗀 공공주도 주택공급, 제 궤도 달릴 수 있겠나

국토교통부가 ‘공급쇼크’라고 자평했던 2·4대책(서울 32만가구 등 전국 83만가구)의 핵심인 공공주도 도심주택공급사업의 후보지로 서울 4개 구 21곳을 선정했다. 영등포역과 가산디지털역 인근, 창동 준공업지역, 녹번동 근린공원 인근 등 역세권과 준공업지역, 노후 빌라촌 등이 고루 포함됐다. 정부는 이들 지역을 고밀개발해 판교신도시 규모(2만5000가구)의 아파트를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추진동력은 인센티브다. 법정 상한의 140%(최고 700%)까지 용적률을 높여주고 특별건축구역으로 지정해 각종 도시 규제를 완화해줄 방침이다.

후보지역 21곳은 주거환경이 열악해 진작부터 개발 수요가 있었지만 주민의견을 모으지 못했거나 사업성이 떨어져 개발이 지지부진했던 곳이라는 점에서 주택 공급의 순증효과가 기대된다. 특히 20년간의 세월을 허송한 증산4구역은 주민들이 직접 지자체에 공공 고밀개발을 요구하기도 했다. 또 후보지역 상당수는 “수요 있는 곳에 공급해야 한다”는 시장 요구에 부응한다. 영등포역, 가산디지털단지역, 연신내역 등 역세권 후보지 9곳에 들어서는 7200가구 등이 대표적이다. 잘만 하면 달동네였던 아현3구역을 뉴타운화한 ‘마래푸(마포래미안푸르지오)’처럼 신흥 인기지역으로 변모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문제는 이제 첫발을 뗀 공공주도사업이 제 궤도를 달릴 수 있느냐다. 용적률·수익률에 빠른 사업진행이라는 ‘당근’을 던졌지만 효력을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우선 주민동의(토지주 3분의 2)라는 산을 넘어야 한다. 이번에 공개한 후보지는 모두 민간 소유 토지다. 소유자의 동의를 거치지 않은 ‘깜깜이 선정’ 논란이 이는 이유다. 사업지 중 상가를 포함한 역세권 입지의 경우 주택 소유자와 상가건물 소유자의 이해관계가 달라 추진에 난항이 예상된다. 서울시장선거 역시 큰 변수다.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뿐만 아니라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도 민간 재개발·재건축 규제완화를 공약으로 제시했다. 민간개발이 쉬워지면 굳이 임대주택을 더 지으면서 공공이 개입하는 사업방식을 택할 이유가 없어진다.

무엇보다 공공주도사업의 주체인 LH 등에 대한 신뢰가 크게 떨어진 것이 우려스럽다. 그러나 달리 생각하면 공직자의 윤리의식이 지금처럼 높아진 적도 없다. 공공에 대한 감시가 역대급으로 높아진 지금이 오히려 해당 사업지구엔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열린 마음이 필요하다. 궁극적으론 도심 고밀개발사업 주체를 민간에도 개방해 조합이 파트너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선의의 경쟁은 더 나은 대안을 가져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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