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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T과학칼럼] 바다는 병원이자 약국

스트레스받을 때 도움이 되는 자연의 소리가 있다. 바닷가 파도치는 소리,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 계곡물 흐르는 소리, 숲에서 우는 새 소리, 숲을 스치는 바람 소리 등. 지친 심신에 활력을 불어넣고 곤두선 신경을 진정시켜주는 ‘백색소음’이다.

복잡한 도시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 된다. 스트레스를 떨치고 활력을 얻을 수 있는 좋은 장소는 바다다. 시야가 탁 트인 바다는 눈의 피로를 풀어준다. 귀를 간질이는 파도 소리는 마음을 평온하게 해준다. 군침 도는 바다 먹거리는 혀를 즐겁게 해준다. 백사장을 거닐 때 맨발을 간질이는 모래알갱이 느낌이 좋다. 이처럼 바다는 우리의 오감을 자극해 행복감을 느끼게 한다.

바닷가에서 휴양하면 고갈된 에너지가 충전되고 심리적으로 안정을 찾게 된다. 바닷가에서 만들어지는 오존은 살균 작용을 한다. 오존은 산소 원자 3개로 만들어졌다. 바다생물이 가진 천연물은 암이나 에이즈 같은 난치병 치료에도 이용된다. 예를 들어 해면동물에서는 항진균제·에이즈치료제가, 고둥에서는 진통제가, 불가사리에서는 혈전·고지혈증·알레르기·면역증강 등에 효과가 있는 의약품이 개발됐다. 이처럼 바다는 우리 건강을 지켜주는 병원이자 약국 역할을 한다.

2020년 2월 18일 ‘해양치유자원의 관리 및 활용에 관한 법률(해양치유자원법)’이 제정됐다. 이 법은 해양치유산업을 본격적으로 육성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리고 1년 만인 지난 2월 16일 국무회의에서 시행령이 통과됐다. 이번 시행령에는 ‘해양치유지구’를 지정하고, 해양치유사업을 추진하는 지자체와 민간 사업자를 지원하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현재 전남 완도, 경남 고성, 경북 울진, 충남 태안 등 4곳에 ‘해양치유센터’가 조성되고 있다.

해양치유산업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효능이 과학적·의학적으로 입증돼야 함은 물론이다. ‘좋다고 하더라’라는 것만으로는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이를 위해 해양치유기술을 개발하는 과제가 진행되고 있다. 바닷물은 면역 체계를 강화하고 피부질환을 치료하며 류머티즘 진행을 지연시키고 불안감을 해소하며 천식을 완화하는 등 다양한 의학적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해양치유 분야는 아직 생소하므로 홍보가 중요하다. ‘해양힐링’ 또는 ‘해양헬스케어’라는 용어를 ‘해양치유’라고 사용하면서 훼손된 해양환경을 회복시키는 일로 혼동하는 경우가 많다. 해양치유는 바닷물·해조류 같은 해양생물, 갯벌 진흙, 백사장 모래, 소금 등 바다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자원을 활용해 우리의 신체와 정신 건강을 증진하는 활동을 말한다. 1998년 처음 열린 충남 보령의 ‘머드축제’는 지금까지 이어오면서 입소문이 나서 전 세계인이 찾고 있다. 독일과 프랑스 같은 유럽 국가에서는 해양치유산업이 오래전에 시작됐다. 독일은 일찍이 18세기 말, 프랑스는 19세기 말에 이미 해양치유센터가 문을 열었다.

고령화 사회로 급속히 변해가면서 그 어느 때보다도 국민이 건강관리에 신경을 많이 쓰게 됐다.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다. 더구나 서해·남해·동해는 환경이 다 다르기 때문에 각각 특성에 맞는 해양치유사업에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다. 특히 해양관광, 의료, 해양바이오 산업과 연계하면 시너지 효과는 더욱 크리라 예상된다. 우리나라가 가진 다양한 해양자원과 고령화 사회로의 진행을 고려할 때 해양치유산업은 미래지향적인 신산업이 될 필요충분조건을 모두 갖췄다.

김웅서 한국해양과학기술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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