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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유화 100일’이지만…지하철역 출구 세워둔 킥보드에 60대女 다쳐[촉!]
23일 서울 강남구 역삼역 5번 출구 인근에서
아무렇게나 세워둔 킥보드에 60대 여성 걸려넘어져 부상
오른쪽 눈썹 옆이 약 1~1.5㎝ 찢어져…10분가량 출혈도
시민들 “킥보드가 왜 저런 위치에 방치됐나”…분노 표출
市 “킥보드 주·정차 가이드라인만”…강행규정 따로 없어
일반 시민들, 킥보드회사에 바로 전화 어려워 불편 호소
지난 23일 서울 강남구 역삼역 5번 출구 근처에서 119 구급대원이 전동킥보드에 걸려 넘어진 60대 여성 김모 씨의 상태를 살피고 있다. 김지헌 기자/raw@heraldcorp.com

[헤럴드경제=김지헌·김유진 기자] “여기 이렇게 세워 두면 위험하지. 이런 걸(전동킥보드) 아무 데나 막 세워두면 되나요?”

지난 23일 낮 12시 서울시 강남구 지하철 역삼역 5번 출구 앞. 출구 옆 바닥에 주저앉아 피가 묻은 휴지로 한쪽 눈을 가린 김모(68·여) 씨를 보고 놀란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였다. 김씨와 같이 역삼역을 찾아 왔다는 60대 지인은 “같이 동행하던 김씨가 ‘쿵’ 소리를 내며 엎어지더니 이렇게 얼굴에서 피가 났다. 이를 어쩌냐”고 발을 동동 굴렸다.

그는 다급한 목소리로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지나가던 시민 중 한 명이 구급차를 불렀고,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여기에 이렇게 위험한 물건을 누가 세워 놨냐”며 “이 물건(전동킥보드)을 세워 놓은 측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119구급차가 오기 전까지 김씨는 “상태가 어떠냐”는 질문에 연신 “머리가 너무 아프다”고만 하며 눈을 질끈 감았다. 현장에 있던 기자가 육안으로 볼 때, 김씨의 눈썹 옆 부위는 1~1.5㎝가량 찢어졌고, 약 10분 정도 피가 멈추지 않았다.

김씨가 넘어진 것을 봤다는 한 남성은 “(오전)11시50분께 사고가 났다”며 “할머니(김씨)가 지하철 계단에서 막 보도로 내려오려고 하는데, 전동킥보드 발판이 그 자리에 있었고 여기에 할머니 다리가 걸려 넘어진 것”이라고 목격담을 전했다.

역삼역 5번 출구에서 오른쪽으로 돌아 내려오는 계단 바로 옆에 전동킥보드가 세워져 있었는데, 전동킥보드 손잡이와 달리 발판이 해당 위치에 놓여 있었다는 것이다. 발판은 사람 눈에 잘 안 보일 정도로 높이가 낮고, 검은색이라 육안으로 식별이 잘 되지 않아 사고가 생겼다는 것이 이 남성의 설명이었다.

구급차를 타고 서울 서초구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으로 옮겨진 김씨는 치료를 받은 이후 통화에서 “넘어진 뒤 머리 위로 무언가 쿵 하고 떨어진 느낌을 받았다”며 “머리가 지금도 아프고, 무릎에도 통증이 있다”고 했다.

지난 23일 60대 여성 김모 씨가 걸려 넘어진 서울시 강남구 역삼역 5번 출구 근처의 모습. 사고 목격자는 전동킥보드가 빨간 원 모양 안쪽에 원래 놓여 있었고, 이 킥보드로 인해 김씨가 넘어졌다고 설명했다. 목격자는 사고 직후 “킥보드를 원래 위치(빨간 원형 모양 안쪽)보다 높은 곳에 다시 뒀다”고 했다. 김지헌 기자/raw@heraldcorp.com

도로교통법이 개정돼 지난해 12월 10일부터 전동킥보드의 자전거도로 통행이 허용되고 13세 이상 중학생도 운전면허 없이도 이용할 수 있게 된 지 지난 20일로 정확히 100일이 지났다. 하지만 킥보드 이용에 대한 올바른 시민의식이 결여된 데다 각종 인프라도 부실해 김씨 사례처럼 잘못된 주·정차로 인한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이번에 사고가 난 전동킥보드를 운영하는 업체 A사의 경우 이달 서울시에 첫 신고를 하고 영업을 시작한 해외 업체다. 현재 전동킥보드회사들은 특별한 요건을 갖추지 않아도, 서울시 신고만으로 사업을 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 회사는 고객센터 유선 번호도 아직 구비돼 있지 않다.

킥보드 이용자들은 회사와 통화할 수 있도록 해 놨지만, 김씨와 같이 피해를 입은 제3자를 위한 대외 창구는 개설해 놓지 않은 것이다. 웹에 회사명을 검색하면 해외(싱가포르) 주소만 나와, 일반 시민이 쉽게 불편 신고를 할 방법이 없다.

전동킥보드 주·정차에 관해 현재 어떠한 법적 규정도 없는 상태라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지난해 9월 서울시가 중심이 돼 킥보드 주·정차 금지구역 13곳을 정했지만, 이는 아직까지 가이드라인에 불과한 상태다. 조례 등으로 규정된 사안이 아니라서, 법적 강제성이 없다는 것이 서울시 측 설명이다.

전동킥보드 주·정차로 인해 사고를 당했을 때 서울시도 배상 주체가 아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24일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사고가 난 곳이 보도 공간일 경우 서울시가 중대재해법을 적용해 책임지는 공간이 아니다”며 “관리책임이 있는 A사에게 배상 등을 문의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기자가 수소문해 연락이 닿은 A사 측은 “면밀히 조사하고, 피해자에게 불편함이 없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전해 왔다.

전동킥보드 주·정차 금지구역이 향후 법적으로 규정될 지도 미지수다. 오는 4월 서울시는 조례 개정을 통해 시민 통행을 방해하는 전동킥보드를 견인하고 견인 비용을 업체에 물도록 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는 애초 주·정차 금지구역을 강행한 규정은 아니다.

오는 5월 13일부터 보완된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시행되지만 이 법에도 ‘자전거처럼 전용도로를 통행하되 규제·처벌은 원동기에 준해서 받는다’, ‘주·정차 제한지역에 세워진 전동 킥보드는 계고 후 3시간 이내에 조치가 없으면 견인한다’ 등의 내용만 있을 뿐 주·정차 금지구역에 대한 명확한 내용은 포함되지 않은 상태다.

ra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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