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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팩’에 열광하는 亞 부호들…손정의, 올해만 재산 4배 불려
90% 이상이 개인자금
사모펀드 통해서도 투자
M&A 대상 전세계 확대

홍콩 마카오, 일본 등 아시아 슈퍼리치들이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에 열광하고 있다. 제로금리 시대에 낮은 비용으로 수익율을 높일 수 있는 투자처로 스팩 만한 곳이 없어서다. ‘스팩의 대부’로 떠로은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을 올해 재산이 무려 4배나 늘기도 했다.

블룸버그의 최신 통계에 따르면 아시아 부호들이 주도하는 스팩이 올해 미국 증시에서 조달한 금액은 24억2000만 달러에 달한다. 불과 두달 새 지난해 연간 11개 스팩이 조달한 22억6000만 달러를 이미 넘어섰다. KKR과 같은 대형 사모펀드와 억만장자들의 자금이 모이고 있다.

골드만삭스에서 중화권 책임자를 지낸 프레드 후가 설립한 사모펀드의 지원을 받은 ‘프리마베라 캐피털’이라는 스팩은 최근 뉴욕 증시 상장으로 3억6000만 달러를 조달했다. 홍콩 최대 갑부인 리카싱의 아들 리처드 리, 중국 최대 사모펀드 호푸(Hopu) 투자관리공사 설립자인 팡펑레이 등도 스팩을 설립했다.

한국계 일본인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도 스팩 대열에 합류했다. 소프트뱅크는 미국 거래소에 ‘SVF 인베스트먼트’라는 스팩을 설립해 최대 5억2500만 달러를 조달한데 이어, 지난달에는 ‘SVF 인베스트먼트 2’와 ‘SVF 인베스트먼트 3’를 추가로 설립했다.

손 회장은 쿠팡 등 투자기업의 IPO로도 대박을 터트리고 있다. 비상장 신생기업에 투자하는 10조엔 규모의 비전펀드를 통해 131개 기업에 투자, 이 가운데 15개 기업이 IPO를 마쳤다. 비전펀드 순이익은 지난해말 전년동기대비 6.4배 증가한 3조551억엔(약 32조4300억원)을 거둬들여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소프트뱅크 주가 상승으로 지난해 83억 달러까지 줄었던 손 회장의 자산은 현재 340억 달러로 4배 이상 불어났다.

스팩은 인수합병(M&A)이 사업 목적인 회사로, 비상장 우량회사의 우회 상장을 돕는다. 투자자들은 해당 기업의 주식을 팔아 이익을 챙긴다. 합병 기한은 보통 2년이며 스팩은 기한 내에 성과를 내지 못하면 투자자들에게 돈을 돌려준다.

헬스케어기업을 운영 중인 데이비드 신은 “스팩 자금의 90% 이상이 기관투자자가 아닌 개인의 주머니에서 나오고 있다”면서 “스팩은 채권투자보다 더 안전한 것으로 여겨지며 부호들과 대형 사모펀드가 만든 유명 스팩에 투자하면 상당히 높은 수익률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딜로이트의 홍콩 남부 지역 관리 파트너 인 에드워드 우는 “스팩이 급증하면서 인수대상 우량기업이 바닥날 수 있다”며 “가치가 낮은 기업을 무리해서 인수하는 사례가 늘어난다면 관심이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스팩의 무대는 점차 전세계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홍콩과 싱가포르증권거래소가 스팩 상장 허용을 검토하고 있다. 영국도 스팩 문호를 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미국의 스팩들은 인수합병(M&A) 무대를 유럽으로까지 확대하고 있다. 인수합병 대상 기업이 계속 공급되는 셈이다.

한희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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