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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反中 포위망’ 비웃듯…중국 ICT ‘침투의 기술’ [글로벌 플러스-中, 굳건한 ‘디지털 실크로드’]
美 바이든정부 “中 경제적 남용·강압 맞서자” 동맹국 끈끈한 협력 가속
중국은 경제력·차세대 기술력 앞세워 전방위 ‘그물망 뚫기’ 치밀한 작업

中, 한국·폴란드·UAE·이스라엘 등 美 주요 동맹국에 디지털 투자 확대
AI·클라우드·전자상거래·모바일 결제…中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로

‘디지털 실크로드’ 전 세계 26개국 참여…비공식 관련국까지 약 138개국 연관
지구촌 어디서나 통하는 현실…中 권위주의·독재 확산의 통로될 가능성 커져

국제 외교 무대에 데뷔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연일 ‘동맹’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 패권 경쟁 상대로 지목한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기 위해 ‘민주주의·자유주의’ 등 가치의 공유를 바탕으로 대중(對中) 포위망을 구축하기 위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국제 경제 체제의 토대를 훼손하는 중국의 경제적 남용과 강압에 맞서야 한다”고 연일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은 ‘대서양 동맹’으로 불리는 유럽 국가들은 물론, 중국에 지리적으로 인접한 ‘쿼드(Quad, 미국·일본·호주·인도 참여 안보협의체)’와 한국,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아세안) 회원국 등 인도·태평양 지역 국가까지 반중 연합으로 결속하려 노력 중이다.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압박에 중국은 핵심 이익에서는 물러날 뜻이 없다면서도 “미국에 도전하거나 미국을 대체할 의도가 없다”며 잇따라 정면 대결을 피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하지만, 물밑에서 중국은 비약적으로 발전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전 세계 국가들을 포섭, 미국의 포위망을 헐겁게 하는 작업을 이어나가고 있다.

특히 5G 통신망, 인공지능(AI), 클라우드 컴퓨팅, 모바일 결제, 보안 감시 등 차세대 산업에서의 앞선 기술력을 바탕으로 미국의 전통적 우방국으로 불리는 국가들을 공략, 미국과의 협력 체계에서 이들 국가를 분리해내고 중국의 입지를 넓히려는 노력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

▶美 전통적 우방까지 파고든 中 디지털 실크로드=중국은 지난 2015년부터 ‘디지털 실크로드(the Digital Silk Road, DSR)’ 프로젝트를 출범, 전 세계 국가들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DSR은 협약을 맺은 나라들에 통신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AI, 클라우드, 전자상거래와 모바일 결제 시스템, 최첨단 보안 기술 등을 전반적으로 지원하는 프로젝트다. 이를 통해 중국 기업들의 기술이 협력국 산업 환경 전반과 연결되며 중국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는 것이다.

이는 중국의 오래된 야망 중 하나로 협력국의 인프라 구축에 초점을 맞춘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와 연결돼 더 빠른 속도로 확대됐다.

주목할 점은 미국의 전통적 동맹국에까지 중국의 DSR 프로젝트의 영향력이 깊숙히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영국 싱크탱크인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는 미국의 국방·안보 전략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한국, 폴란드, 아랍에미리트(UAE), 이스라엘에 대한 중국의 디지털 투자가 확대되면서 미국의 반중 전선 구축을 어렵게 하는 것을 넘어서 미국과 동맹국의 정보 보안 등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IISS가 사례 연구를 실시한 한국과 폴란드, UAE 등은 해당 지역에서 경쟁 국가들을 견제하는 목적을 지닌 미군의 주요 주둔지다. IISS는 “사례 연구를 실시한 대부분 국가에서 중국 ICT 투자가 물리적 인프라 구축에서 서비스 제공의 최고 단계인 플랫폼 사업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국가별 디지털 생태계에 중국 기술이 깊숙이 침투함에 따라 미국의 국방·안보 협력에 상당한 부정적 결과가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ICT 분야에 있어 중국의 영향력이 강해짐과 동시에 해당 국가의 미국에 대한 안보 의존성이 낮아지고, 경제적 이익(중국)과 안보적 이익(미국) 사이의 균형을 찾기 위한 움직임도 활발해졌다고 IISS는 언급했다. 즉, 미국의 이익에 적극 협력해 대중 포위망을 구성하는데 동참하기보단 중국의 눈치를 보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전 세계 어디서도 통하는 中 디지털 실크로드=실제 DSR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국가는 중국과 인접한 동아시아·동남아시아는 물론 중동, 남아시아, 아프리카, 유럽에 이어 ‘미국의 뒷마당’으로 불리는 라틴아메리카 지역까지 퍼져있다.

미국외교협회(CFR)에 따르면 DSR 프로젝트에 공식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국가는 현재 19개국이며, 참여를 고려하고 있는 국가는 7개국에 이른다. 실제 중국으로부터 투자를 받거나 공동 기술 개발에 합의한 국가 수는 더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CFR은 “일대일로 참여국 중 3분의 1인 138개국이 DSR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고 추산된다”며 “아프리카 내 개발도상국의 차세대 산업에 대한 중국의 투자 규모는 국제기구와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주요 서방 국가들이 한 투자 규모를 모두 합친 것보다 많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아시아와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내 개발도상국의 첨단 기술 산업 수요를 파고든 중국의 전략이 미국과의 패권 경쟁에 있어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최근 중국이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의 중심으로 꼽고 있는 동남아 국가들을 대상으로 한 DSR 프로젝트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역내 동맹국들과 협력하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 11월 중국 난닝(南寧)에서 열린 중국·아세안 엑스포 기조 연설에서 직접 “동남아 국가 간 디지털 통합 확대를 추진할 기회를 잡아야 한다”며 “‘중국·아세안 디지털 포트(China-ASEAN digital port)’를 구축해 첨단 산업 간 연결을 촉진하고, DSR 프로젝트 강화를 위해 중국이 적극 협력할 것”이라고 역설하기도 했다.

▶견제에도 강해지는 DSR…권위주의·독재 체제 확산 매개될까 우려=미국 역시 중국의 DSR 프로젝트에 담긴 의도를 읽고 강한 견제구를 던지고 있다.

중국 대표 기술 기업인 화웨이(華爲)를 대상으로 고강도 제재를 가하는 것은 물론 영국, 호주, 일본 등 동맹국과 협력해 글로벌 5G 경쟁에서 배제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하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다. 파키스탄에서 아프리카, 중국에서 유럽으로 이어지는 두 갈래 개발도상국 라인에 ICT 투자를 집중해 미국이 주도하는 반중 포위망에서 빠져나가고 있는 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중요성이 높아진 보건 인프라 지원을 DSR에 더한 ‘건강 실크로드’로 영향력이 도리어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추진 중인 DSR에 참여하는 국가가 늘어날수록 바이든 행정부가 반중 연대의 기본 가치로 여기는 ‘자유·민주주의 동맹’의 힘도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단순히 ICT 관련 기술만을 전파하는 것을 넘어서 국가 기관에 의한 인터넷 통제 정책 등 중국 정부가 서방 세계로부터 비판받는 ‘권위주의’ 정치 체제와 사회적 분위기까지 DSR을 통해 확산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다.

미국 외교전문지 더 디플로맷은 “범죄율 감소를 위해 스마트 시티 기술을 중국으로부터 지원받은 에콰도르는 안면인식 기술을 통해 수집한 정보를 언제든지 시민의 권리를 억압하는 데 쓸 수 있게됐다”며 “화웨이 기술을 적극 받아들인 이집트와 잠비아 등 개발도상국에서도 해당국 지도자가 야당과 반정부 인사 등을 감시, 탄압하는 데 중국 기술을 적극 활용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신동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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