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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절날 친척들끼리 ‘뒷담화’도 명예훼손 처벌될까 [촉!]
대화 상대방 한 명이거나 극소수라도 처벌 가능
대법원, ‘전파가능성’ 있다면 처벌하는 기존 기준 유지
사실을 말한 경우에도 처벌…위헌 논란도
[연합]

[헤럴드경제=좌영길 기자] 공개된 장소가 아니라, 명절날 친척들끼리 사적인 대화를 하다 특정인의 험담을 한 것도 처벌될까. 대법원도 이 문제를 고심했지만, 처벌이 가능하다는 기존 입장을 굳혔다.

전남 고흥에 사는 A씨는 2018년 이웃 B씨에게 “저것이 징역 살다 온 전과자다. 전과자가 늙은 부모 피를 빨아먹고 내려 온 놈이다”라고 길가에서 말했다가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발언을 한 장소에는 A씨의 남편과 B씨의 친척 C씨도 같이 있었다.

대법원은 A씨 사건을 대법원장과 대법관 12명이 모두 심리에 참여하는 전원합의체에 회부했다. 발언 당시 듣는 사람이 한 사람이거나, 극소수에 불과하더라도 나중에 대화 내용이 퍼질 가능성이 있다면 명예훼손으로 처벌된다는 게 그동안 대법원의 태도였다. 이른바 ‘전파가능성 이론’이다.

대법원은 지난해 이 문제를 다시 논의했다. 명예훼손죄 처벌 범위를 너무 넓게 보고 있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다수인 10명은 기존 판례를 유지하는 게 옳다고 봤다. 소수 사람들을 상대로 한 대화여도 불특정 다수에게 말이 옮겨질 위험이 있는 경우 특정인의 명예가 훼손될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우리나라는 명예훼손죄 처벌 범위가 넓은 입법 태도를 취하고 있다. 심지어 사실을 말한 경우에도 처벌이 가능하다. 이른바 ‘사실적시 명예훼손’을 규정하는 형법 제307조는 ‘공연히 사실을 적시해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를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 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여기에 대해서는 ‘허위사실’을 유포한 경우에만 처벌해야 하고, 대화 내용이 진실하다면 명예훼손죄를 적용해서는 안 된다는 헌법소원 사건이 접수돼 재판관들이 심리 중이다. 반면 공표된 사실이 객관적 진실이더라도 개인이 숨기고 싶은 병력이나 성적 지향, 가정사 등의 사생활을 공표하는 경우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에 대한 침해라는 반론도 적지 않다.

jyg9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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