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추위에 고드름으로 둘러싸인 원숭이 우리 모습. [방치된 동물을 보살펴온 가족 블로그 캡처] |
[비글구조네트워크 인스타그랩 캡처] |
[헤럴드경제=천예선 기자] 대구의 한 동물원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운영이 어려워지자 동물 개체 수를 줄이기 위해 동물들을 방치했다는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3일 동물보호단체 비글구조네트워크(비구협)에 따르면, 대구에 있는 이 동물원은 지난해 휴장 이후 국제적인 멸종 위기인 원숭이 네 마리를 포함해 야생 동물인 낙타, 라쿤 그리고 양, 염소, 거위 등을 거의 방치한 채로 물과 사료를 제대로 공급하지 않았다. 동물들은 배설물로 뒤범벅된 공간에서 1년 넘게 보낸 것이라고 이 단체는 덧붙였다.
비구협은 또 “인근 야산에 방치된 토끼와 양, 염소들은 주민들의 민원 대상이었고, (동물원 측은) 동물들을 제대로 사육·관리하기 힘들어지자 결국 목을 매달아 잔인하게 죽인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대구 한 동물원에 방치된 낙타. 다리 부분이 온통 염증으로 뒤덮여 있다. [비글구조네트워크 인스타그랩 캡처] |
이같은 동물원 상황을 목격한 인근 주민은 가족과 함께 10개월이 넘는 시간 동안 동물들을 보살펴온 것으로 전해졌다.
비구협은 “높은 산 중턱에 위치한 이 동물원에는 전기와 수도도 끊겨 제보자 가족들이 산 아래에서 물을 떠 동물들에게 식수를 제공하고 무거운 사료와 과일 박스를 옮겨 먹이를 줘왔다”고 설명했다.
이 가족이 블로그를 통해 공개한 사진을 보면 원숭이 우리는 강추위에 고스란히 노출돼 고드름으로 온통 둘러싸였다. 이들 가족은 담요와 스티로폼 박스로 임시 대피처를 마련해주고 낙타 등 다른 동물들에게도 사료와 물을 공급해왔다.
[비글구조네트워크 인스타그랩 캡처] |
비구협은 “대구시청과 대구지방환경청에 동물 격리 조치를 강력하게 요구할 계획”이라며 “동물원에서는 동물들에게 물과 사료를 제대로 공급하지 않았고, 공개된 장소에서 잔인하게 동물들을 죽였다. 이는 명백히 학대 행위이며 동물들은 관련법에 따라 안전하게 격리 보호 조치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구시 측은 3일 오후 전문가와 현장을 방문해 실제 동물원의 학대 행위가 있었는지 확인하고 학대 행위가 있던 것으로 확인되면 고소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사실이 전해지자 네티즌은 “지들 멋대로 데려와 가두고 돈이 안되니 죽이고 악마도 고개를 저으며 가겠다” “믿어지지가 않는다. 이유도 모른채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학대 행위가 끊이질 않는데 법이 너무 약한 건가” 등의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