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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친북”으로 때리니 “친일”로 받고…점입가경 ‘프레임전쟁’[정치쫌!]
北원전 논란·법관탄핵·해저터널 두고 여야 설전
사실규명·정책검증보다 ‘프레임’ 씌우기
“중도 균열시켜 지지층으로 끌어들이는 수단…무조건 편가르기식 옳지않아”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와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연합]

[헤럴드경제=윤호 기자]야당이 “친북”으로 때리니 여당은 “친일”로 맞받아쳤다. 여당이 “사법농단”을 벌하자 하니 야당은 “사법겁박”이라며 비판했다.

‘북한 원전건설 추진 의혹’ 논란과 법관 탄핵, 한일 해저터널 연결 공약을 놓고 여야의 프레임 전쟁이 점입가경이다. 4·7 재보선을 앞두고 여야는 오래 묵거나 전형적이 된 공세 방식을 동원해 서로를 공격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사실 규명과 정책 검증은 묻히고 낡은 대립구도로 유권자들을 호도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프레임은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상대에게 직격탄을 날릴 수 있다는 측면에서 정치인들에게는 효과적인 수단”이라면서도 “정책과 팩트로 싸우기보다 무조건 중간입장을 붕괴시키는 편가르기식 프레임전쟁이 한국정치에서 먹히고 있는 것은 비극”이라고 평했다.

최근의 발단은 감사원 감사 과정에서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이 삭제한 자료에 정부의 북한 원전 건설 지원 관련 파일이 있다는 사실의 언론 보도였다. 이에 대해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이적 행위’라는 표현까지 쓰며 정부가 북한에 원전 건설을 지원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김 위원장의 비판과 야당의 공세는 “민주당=친북”이라는 일부 보수 진영의 전통적인 인식을 반영한다.

이에 대해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런 황당무계한 주장을 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무너트리는 망국적 매카시즘”이라고 일갈했다. 매카시즘은 1950년대 미국에서 일어난 극단적이고 초보수적인 반공주의 선풍을 뜻하며, 현재는 반공주의 성향이 강한 집단에서 정치적 반대자나 집단을 공산주의자로 매도하려는 태도를 지칭하는 말로 쓰인다. 미국의 상원의원 매카시가 국무부의 진보적 인사들을 공산주의자로 규정한 데서 비롯됐다.

민주당의 대응 저변에는 역시 “야당=반공 색깔론”이라는 인식이 바탕돼 있다. 우리 사회에서 전통적인 이념 대립 구도를 반복하며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것이 아니냐는 풀이가 나오는 이유다.

야권에서는 사실 규명 보다 먼저 ‘원전 게이트’ 또는 ‘남탈북원(남한은 탈원전, 북한엔 원전건설) 게이트’로 규정했다. 게이트는 정부나 기타 정치권력과 관련된 대형 비리 의혹사건 또는 스캔들을 뜻한다. 1972년 당시 미국의 닉슨 대통령이 재선을 위한 비밀공작반을 워싱턴의 워터게이트 빌딩에 있는 민주당 전국위원회 본부에 침투시켜 도청장치를 설치하려다 발각·체포돼 결국 하야한 데서 유래한 만큼 극단적이고 부정적인 느낌이 강하다.

초유의 법관탄핵을 두고도 여야의 입장은 ‘사법농단’과 ‘사법겁박’으로 첨예하게 갈린다. 민주당을 비롯한 범여권 의원 161명은 임성근 부장판사에 대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재판 과정에서 당시 법원행정처장을 통한 청와대의 지시를 받아 개입했다는 혐의 등을 들어 탄핵소추안을 발의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국민의힘이 반헌법적 사법농단을 바로잡는 일에 동참하지 않고 반대하고 나선다면 또다시 사법농단 재발을 방조하는 결과를 빚게 될 것”이라고 압박했다. 국정 '농단'에 거부감이 있는 여론을 최대한 활용하려는 표현으로 풀이된다. 반면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겉으로는 법관의 범죄를 단죄한다지만 사실은 법관들의 숨통을 움켜잡겠다는 여당의 검은 속내를 모르는 국민은 없다”고 반박했다. 여당의 탄핵소추가 법관들을 겁박하기 위한 의도이자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비판이다.

김 비대위원장이 가덕도 신공항 사업에 대한 지지의사를 밝히면서 고용유발 효과가 45만명에 달하는 한일 해저터널 건설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히자, 여당은 친북 프레임을 뒤엎듯 친일 프레임을 씌우기도 했다. 최 수석대변인은 “한마디로 친일적인 의제”라고 지칭하면서 “원전 북풍 공작에 한일 해저터널까지 국익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오로지 선거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했다. 여당은 해저터널의 효과나 타당성을 따져기보다 여론에 “친일”이라는 ‘색안경’을 먼저 쓰기를 주문한 것이다.

이같이 여야가 서로의 정책에 경쟁적으로 프레임을 씌우는 현상에 대해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선거가 다가오고 진영싸움이 커지면서 중도를 균열시켜 우리편으로 끌어들이려는 프레임 전쟁이 극에 달하고 있다”며 “팩트확인이 제대로 되지 않은 무리한 프레임 씌우기는 여론의 인식과 동떨어져 오히려 역풍을 맞기 쉽다”고 말했다.

youkno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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