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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단대책’ 내놓기도 전에…공공 재개발·재건축 ‘9만 가구’ 빨간불 [부동산360]
흑석2구역, 공공재개발 포기 방침…“사업성 안나온다”
최대어의 사업 포기, 다른 사업 후보지에 영향 미칠듯
공공임대 비율 등 사업 추진 과정서 갈등 발생 가능성 높아
공공재건축, 사실상 실패 평가…정부 “추가 인센티브 없다”
정부 2025년까지 공공재개발 4만·공공재건축 5만가구 목표
관심단지 모두 참여해도 순증규모는 4000여가구
정부가 서울 도심 주택 공급대책으로 야심차게 추진하는 공공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주요 단지들의 참여가 불투명해지면서 난관에 봉착했다. 사진은 공공재개발 시범사업 후보지인 서울 동작구 흑석동 흑석2구역 일대 전경. [헤럴드경제DB]

[헤럴드경제=민상식·김은희 기자] 정부가 서울 도심 주택 공급대책으로 야심차게 추진하는 공공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주요 단지들의 참여가 불투명해지면서 난관에 봉착했다.

공공 재건축의 경우 주요 단지가 컨설팅 단계부터 불참을 선언하는 등 시장의 외면을 받았고, 최근 시범사업 후보지를 선정한 공공 재개발도 협상 과정에서 최대 규모 단지가 참여 포기 방침을 밝히는 등 사업 추진이 안갯속이다.

정부의 설명과 달리 용적률 증가폭이 기대에 못미치는 반면 임대주택만 크게 늘어나는 등 사업 추진으로 얻을 수 있는 실익이 없다는 판단으로 각 단지들이 잇달아 발을 빼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확보한 실적을 보면 정부가 2025년까지 공공재개발과 재건축을 통해 공급키로 한 9만가구 달성은 사실상 불가능할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해 5·6대책과 8·4대책에서 공공 재개발로 4만가구, 재건축으로 5만가구 등 총 9만가구를 공급하겠다는 밝힌 바 있다. 아울러 관심을 보인 단지가 모두 참여한다고 가정하더라도 주택 순증 규모는 공공재개발 약 3000가구, 공공재건축 약 800가구로 집계된다. 이때문에 정부 계획이 애초부터 무리하게 설정됐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공공재개발 시작부터 삐걱…최대어 흑석2 ‘포기 방침’=28일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등에 따르면 공공재개발은 지난 15일 시범사업 후보지를 선정하면서 첫 발을 뗐다. 후보지는 동작구 흑석2, 강북구 강북5, 종로구 신문로 2-12구역 등 모두 8곳이다.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기존 주택 1704가구에서 3059가구가 늘어나 총 4763가구의 주택이 공급될 수 있다.

후보지 8곳 중 규모가 가장 큰 서울 동작구 흑석2구역은 최근 정부가 제시한 인센티브로는 사업성이 나오지 않는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흑석2구역 재개발 추진위원회에 따르면 국토부는 추진위에 용적률 450%를 적용해 1310가구를 짓는 방안을 제시했다. 흑석2구역에서 기대했던 용적률 600%보다 150%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정부는 공공재개발 시 용적률을 법정 한도의 120%까지 부여한다고 발표했다. 준주거지역인 흑석2구역은 상한 용적률 500%의 120%인 600%가 적용될 것으로 예상됐다.

또 정부는 흑석2구역의 분양가를 인근 아파트 시세의 60∼65%로 책정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사실상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한 것이나 마찬가지 아니냐는 주민들의 불만이 나오고 있다.

이진석 흑석2구역 재개발추진위원회 위원장은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정부가 정책을 대대적으로 발표했으면 세부적인 지침을 만들어서 진행해야 하는 것 아니냐. 지금은 허울만 멀쩡하다”며 “용적률 문제도, 분양가상한제 문제도 지금 상태로는 (공공재개발) 사업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후보지 중 규모와 입지 면에서 핵심 단지인 흑석2구역 결정이 다른 공공재개발 사업 후보지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또 조합원 분양분을 제외한 주택의 절반 이상을 공공임대로 공급해야 하는 조건 등이 추진 과정에서 조합원 사이에서 갈등의 불씨가 돼 사업 지연·철회도 현실화할 수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정비사업에서 관건은 주민 동의를 얻는 것인데 일반 재개발보다 임대주택을 많이 지어야 하는 등 소셜믹스를 둘러싸고 주민 간 의견이 충돌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분양가상한제 제외 역시 인센티브 사항이지만 공공이 참여한 아파트의 분양가를 높게 잡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라고 진단했다.

▶2차 컨설팅 공모 앞둔 공공재건축…시장선 벌써 ‘실패 평가’=공공 재건축은 사업 초기부터 사실상 흥행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차 컨설팅이 1000가구 이상 대단지의 참여 없이 200~300가구의 소규모 단지로만 이뤄졌기 때문이다.

공공재건축 사전 컨설팅에는 7개 단지가 참여했으며, 이들 단지에 대한 컨설팅 분석 결과는 지난 15일 조합 등에 회신됐다.

1차 컨설팅 결과를 받은 소규모 단지들은 사업성을 따지며 사업 참여를 고심 중이다. 이 가운데 구로구 산업인아파트(342가구)는 공공재건축 참여 의사가 없다고 밝혔고, 서초구 신반포19차(242가구)와 광진구 중곡아파트(270가구)도 임대주택 증가 등으로 부정적인 입장으로 알려졌다. 공공재건축 추진 시 용적률 완화 등으로 늘어나는 가구 수 대부분이 임대주택으로 채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달부터 공공재건축 2차 컨설팅 공모가 시작되지만 대규모 단지 참여를 유도하기 어려워지는 등 시장의 호응을 얻기 힘들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공공재건축에 추가 인센티브가 필요하다는 시장의 요구에 대해 정부가 최근 추가 혜택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못박았기 때문이다.

1차 컨설팅 과정에서 강남구 대치동 은마(4424가구) 등 대단지들이 내부 반대 여론으로 잇달아 빠지면서, 그동안 시장의 호응을 얻기 위해 추가 인센티브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공공재개발처럼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하지 않거나 초과이익환수제를 완화하는 방안이 거론됐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연구실장은 “공공 재개발·재건축으로 늘어나는 순증 물량이 많지 않아 민간 사업도 함께 진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강남 재건축 단지 등 공공 주도 공급을 원치 않는 지역에 공공 재건축이란 하나의 선택지만 제시한 것 자체가 무리한 계획”이라고 지적했다.

m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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