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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 바로 보기] 2021년 일본 온천 랭킹

“국경(군마와 니가타현의 경계)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 산골 역에 기차가 멈춰 섰다.” 국내에도 잘 알려진 소설 ‘설국(雪國)’의 첫 머리다. 일본의 첫 노벨문학상 수상작인 설국은 눈 덮인 니가타 지방의 아름다운 유자와온천마을이 그 배경이다.

일본의 겨울 하면 눈과 온천이 떠오른다. 연중 반년 이상 하얀 눈세계로 바뀌는 고장이 적지 않다. 올해는 특히 눈이 많이 내려 벌써 적설량이 5~6m 되는 곳이 꽤 있다. 코로나19 발생 이전만 해도 일본으로 온천여행을 떠나는 우리나라 여행객들이 많았다.

일본은 ‘불의 나라’다. 심신의 피로를 풀어주는 온천은 신이 보내준 자연의 선물이다. 하지만 온천이 많다는 건 그만큼 지형이 불안정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환태평양지진대에 놓인 일본에는 활화산이 많고 지진도 빈발한다. 현재 활동 중인 활화산만 아소산 등 60여개에 이른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 등 최근 100년 새 대지진도 여러 차례 발생했다.

온천 휴양지는 최북단 홋카이도부터 남단 오키나와까지 전국적으로 풍부하다. 파이프만 꽂으면 펄펄 끓는 온천수가 솟아나는 원천(源泉)이 2만7214개에 달한다. 온천지(숙박시설이 있는 장소)는 전국에 3155개, 숙박업소는 1만3108개로 조사됐다. 지자체별로는 홋카이도, 나가노현, 니가타현, 아오모리현 순으로 많다(일본 환경성 자료).

온천지가 3000곳을 넘어 고객쟁탈전이 치열하다. 유명 온천들은 물의 성분과 자연경관, 역사 등을 내세워 ‘전국 최고 온천’을 자랑한다. 설국의 배경인 유자와온천은 올해 순위 평가에서 100위권에 들지 못했다. 일본 관광경제신문이 발표한 2021년판 ‘일본의 온천 100선’에 따르면 ‘구사쓰온천’(군마현)‘이 18년째 정상을 지켰다. 구사쓰는 일본 최대 자연용출량을 자랑하며, 46~48도로 매우 뜨겁다. 뜨거운 물에 3분 정도 반복적으로 몸을 담가 질병을 자연 치유하는 목욕법 ‘지칸유’로 유명하다.

우리나라 관광객들이 많이 찾던 오이타현 벳푸온천이 2위, 기후현 게로온천이 3위를 차지했다. 게로온천은 천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매끈매끈한 촉감 덕에 ‘미인의 물’로 불린다.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온천인 효고현 아리마온천이 4위였다.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휴양차 자주 방문했던 곳이다. 흔히 구사쓰, 아리마, 게로를 3대 온천으로 꼽는다.

5위는 가고시마현에 있는 이부스키온천, 6위는 에히메현 도고온천, 7위는 가나가와현 하코네온천이었다. 하코네는 수도 도쿄에서 가장 가까우며, 1200년 역사의 온천마을 ‘하코네 유모토’ 있다. 이어 효고현 기노사키온천, 홋카이도 노보리베쓰온천, 오이타현 유후인이 10위 안에 들었다.

유명 온천업소들은 지난 1년간 국내외 관광객 감소로 경영에 큰 타격을 입었다. 이달 중순에도 도쿄, 오사카 등 주요 도시에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한 긴급 사태가 또 선언됐다. 온천 이용객들이 늘어나려면 좀 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코로나 바이러스를 훌훌 털어버리고, 온천욕을 즐기는 일상으로 돌아가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최인한 시사아카데미 일본경제사회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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