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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반발하는 검사들, 추 장관은 검찰 내부 정서 바로 읽어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이번엔 평검사와 대거리를 하고 나섰다. 참으로 새털처럼 가벼운 언행이다. 한 나라 법과 제도를 관장하는 엄중한 자리에 앉은 인물이 이래도 되는지 우려스럽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 검찰권 남용 방지라는 검찰 개혁의 가장 핵심적 철학과 기조는 크게 훼손됐다”며 추 장관의 ‘검찰 개혁’은 근본부터 실패했다고 이환우 제주지검 검사가 내부망을 통해 작심 비판한 게 지난 28일이다. 그러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이 검사는 동료 검사의 약점 노출을 막기 위해 피의자를 구금하고 노출을 막은 인물”이라는 기사를 자신의 페이스북에 링크했다. 추 장관은 이를 공유하며 “이렇게 커밍아웃해 주시면 개혁만이 답”이라고 했다. 토스해주니 스파이크 넣는 식이다. 전·현직 법무부 장관 간에 손발이 이렇게 척척 잘 맞을 수 없다.

문제는 추 장관의 표현과 의도다. 커밍아웃이 무엇인가. 성소수자가 자신의 성적 지향이나 정체성을 공개하는 것 아닌가. 아무리 확대해석해도 감추고 싶은 일을 세상에 드러내는 일 정도다. 장관의 잘못된 정책을 지적하는 게 어떻게 감추고 싶은 일인가. 오히려 울분에 찬 호소라고 해야 옳다.

게다가 추 장관은 이 검사에게 좌표를 찍었다. 보복조치를 하겠다는 경고로 보이기 십상이다. 검사들은 곧바로 반발했다. 하긴 조용하면 오히려 그게 이상하다. “검찰개혁을 진정으로 바라는 검사를 이리 대해도 되느냐”에서부터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멀다는 자백”이란 내용까지 하나같이 이 검사의 글에 공감하고 추 장관을 비난하는 내용이다. 줄잡아 60명을 넘는 검사가 치졸, 졸렬, 사기라는 민망한 단어들까지 동원해가며 동참했다. 적은 수가 아니다. 천정배 전 장관의 사위마저 “나도 커밍아웃”이라고 대놓고 얘기한다. 장관에 호응하는 내용은 찾아보기 힘들다.

검찰개혁의 요체는 철저한 중립성 객관성이다. 권력으로부터 독립은 그 전제다. 하지만 추 장관이 지금껏 보여준 것은 독립이 아니라 예속을 원한다는 메시지였다.

추 장관은 검사들의 비난을 흘려듣지 말아야 한다. 그게 검찰 내부의 정서이기 때문이다. 추 장관은 대부분의 검사가 윤 총장이 아닌 자신을 지지하리라고 믿는 듯하다. 반대로 윤석열 검찰총장은 국정감사에서 일선 검사들의 반대 분위기가 적지 않다고 했다. 결과적으로 윤 총장의 말이 맞은 셈이다.

물론 추 장관 비난대열에 동참한 검사들이 윤 총장을 옹호한 것은 아니다. 다들 검찰 개혁을 원한다고 말한다. 다만 이런 식이면 안 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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