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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눈에 읽는 신간]부커상 수상작 “소녀, 여자, 다른 사람들’외

▶소녀, 여자, 다른 사람들(버나딘 에바리스토 지음, 하윤숙 옮김, 비채)=2019년 마거릿 애트우드와 부커상을 공동수상한 버나딘 에바리스토의 장편소설. 버나딘은 부커상 최초 흑인 여성 수상자다부커상 외 굵직한 문학상을 휩쓴 소설은 지난해 영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소설 중 하나로 화제를 불러모았다. 소설은 레즈비언 연극연출가 엠마를 중심으로 1800년대 후반부터 150여년의 시공간을 넘나들며 혈연 또는 친분으로 이어져온 흑인 영국 여성 12명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작가는 10대에서 90대까지 다양한 여성들의 서로 다른 삶과 환경을 생생하게 보여주며, 그들의 목소리를 대변한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듯 보이지만 큰 상처를 감추고 있는 여성, 아웃사이더로 주류와 투쟁하고 목표를 향해 발버둥치는 여성, 고난 속에서도 삶을 향한 강한 의욕을 잃지 않는 여성 등 기득권, 백인, 영국인, 남성에 의해 억압당하고 폭력에 짓눌린 여성들의 이야기다. 이들은 비극적 상황 속에서도 미래를 향한 희망을 버리지 않고 저마다의 삶의 가치와 의미를 발견해나간다. 버나딘은 파격적 형식으로도 주목을 받는데, 이 소설은 마침표가 각 장 마지막에 한 번만 쓰여 독자가 자유로운 호흡으로 읽어나가도록 주문한다.

▶생각하고 저항하는 이를 위하여(백영서· 최영묵 엮음, 창비)=평생을 우상파괴자이자 실천하는 지식인으로 살아온 리영희 선생의 타계 10주기 기념 선집. 생전에 출간한 저서와 번역서 등 총 20여권 의 저술에 담긴 350여편의 글 중 22편을 골라 묶었다. 리영희 사상의 흐름을 읽을 수 있는 대표작과 발표 당시 사회적 반향을 일으킨 문제작, 청년 세대가 읽고 공감할 만한 글들이다. 국제정치전문가로서 탁견을 보여주는 ‘동북아지역의 평화질서 구축을 위한 제언’은 1990년대 초, 이미 북핵문제가 동아시아 평화질서의 관건임을 간파한 대목이 눈길을 끈다. 한반도 지정학의 핵심국인 중국, 미국, 일본 등과 관련한 글들은 오늘날에도 새롭게 읽힌다. ‘중공 정권’의 정통성 문제, 모택동사상 등 중국에 대한 엇갈리는 평가와 실상을 제시, 흑백논리에서 벗어나 사유의 자유를 연습하자는 권유는 지금도 유효하다. 또한 일본의 교과서 왜곡을 ‘조직적이고 장기적인 일대 세뇌정책’이라고 비판하면서, 극일은 남북이 함께 평화적 공존을 이룰 때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3부에는 자신의 글을 반공법 위반으로 몰아가는 권력에 맞선 ‘상고이유서’를 비롯, 리영희 사유의 바탕이라 할 수 있는 사상과 언론의 자유, 진실에 관한 글들을 담았다.

▶요술봉과 분홍제복(사이토 미나코 지음, 권서경 옮김, 문학동네)=KBS에서 방영된 ‘달의 요정 세일러문’은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일본 TV애니메이션이다. 미소녀 주인공이 변신 브로치를 사용, 악과 싸우는 얘기는 세일러문에 한정하지 않는다. 일본 애니메이션 속 미소녀 전사들은 전형성을 갖고 있다. 남자 캐릭터와 달리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마법도구를 사용하고 위기의 순간에는 왕자님이 나타나 구해준다. 일본의 유명 평론가 사이토 미나코는 대중매체에 획일적으로 나타나는 여주인공의 모습을 뷴석, 한마디로 ‘요술봉과 분홍제복’으로 규정한다. 마법에 의존하고 왜곡된 성역할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간호사, 스튜어디스, 아이돌, 신부 등이 단골 여성 캐릭터. 여성전사, 여성대원의 모습은 홍일점, 직장의 꽃으로 그려지고, 역할도 차내오기, 식사시중 등으로 묘사된다. 반면 능력있고 주체적인 여성캐릭터는 악역에 선한 여주인공과 대립하는 구도가 흔하다. 저자는 여성 위인의 허상, 여성스러움을 강요받는 자애로운 어머니상 까지 TV드라마, 애니메이션에 나타난 왜곡된 성역할과 표현의 실상을 자세히 보고한다. 일본 대중문화가 그대로 우리 안에 깊숙히 스며든 상황에서 여성혐오에 미친 영향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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