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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속으로] 포스트 코로나, 직업교육 품질 제고 뒷받침돼야

전국 교육 현장은 코로나19로 인해 수차례 개강을 연기하는 유례 없는 일을 겪었다. 한국폴리텍대학도 대면과 비대면 수업을 이어가며 어려움에 부딪혔지만 고비를 잘 이겨냈다.

하지만 일부 민간 직업교육기관은 대면 중심 집체교육 중단으로 경영상 어려움을 겪어 정부가 긴급 지원에 나서기도 했다. 직업교육기관이 봉착한 위기를 코로나19만 탓하며 손 놓고 있을 순 없다. 우리가 마주한 새로운 국면은 직업교육 품질을 높이기 위한 노력과 혁신을 요구한다.

그간 국내 직업교육시장은 상당한 양적 팽창을 이뤘다. 연간 구직자와 실업자 대상 교육은 지난 2005년 10만8000명에서 2018년 27만7000명으로, 재직자 교육은 242만5000명에서 294만명으로 늘어 직업교육에 대한 참여는 지속적으로 확대됐다.

반면 2018년 기준 민간이 국내 직업교육시장의 98.8%를 차지하는데, 대개 정부 의존적 구조로 자체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는 미미하다. 연간 교육인원이 100명 미만인 경우가 59.2%로, 소규모 기관이 상당수다. 질 낮은 교육의 과잉 공급 우려가 큰 만큼 직업교육 품질 제고가 절실하다.

이를 위해 일자리사업 주체 간 협업을 이끌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 정부 부처와 지자체의 유기적 협력을 이끌고, 직업교육기관을 재구조화해 미래 노동시장 변화에 대응한 체질 개선을 이끌어야 한다. 또 무분별한 교육기관 난립을 억제하고 바람직한 경쟁에 방향성을 제시해야 한다.

공급 과잉 교육과정 개편도 필수다. 일반계좌제 훈련은 사무·조리·돌봄 분야가 대다수이고, 국가기간·전략산업 훈련 직종도 소프트웨어·디자인·방송통신 분야에 편중돼 있다. 정부의 신기술 직업교육 강화 기조와 어긋나는 양상은 컨트롤타워 필요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간 공급자 중심 교육 체계는 고질적 문제로 꼽혀왔다.

이제 경직적 행태를 벗어나 고급화·전문화 과정을 개발하고 다양한 인력 양성 모델을 창출해야 한다.

지역 전략산업과 연계도 중요하다. 코로나19 위기 속에 산업구조 변화, 산업별 성장 편차는 더욱 커지고 중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산업별 전망과 인력 수요, 직업교육시장 적정 규모 분석이 선행돼야 하고, 이에 따른 맞춤형 대응이 필요하다.

직업교육 품질 제고는 비단 민간의 문제만은 아니다. 그간 정부 재정 지원 일자리 사업에 대한 예산 중복 지적은 끊이지 않았다. 성과를 평가하고 중복 또는 저성과 사업을 정리하는 등 개선 노력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다만 좀더 과감한 손질이 필요하다. 사업 중복은 비효율을 초래하고, 정책 수혜자에게 혼선을 야기한다. 사업 간 연계와 통합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또 정부 예산 중복 투자를 방지하고 직업교육기관 간 연계를 강화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인프라를 갖춘 폴리텍대학 등 공공부문을 개방해 협력을 활성화해야 한다. 높은 초기 투자비용으로 민간에서 공급과 활용이 어려운 신기술 분야 시설·장비를 공유하고, 공공 전문인력을 활용한 컨설팅을 제공해 민간 교육기관의 질적 수준을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한국은행은 실직자 고용 대책으로 직업교육 필요성을 강조했다.

코로나19 여파로 벼랑 끝에 선 이들이 늘고 있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이 재기하고, 실직자가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직업교육이 사다리가 돼야 한다. 지속 가능한 일자리를 위해 직업교육 품질 수준이 담보돼야 함은 물론이다.

코로나19로 촉발된 산업구조 재편과 기술 혁신에 대응해 큰 그림을 그려야 할 때다. 그간 경제위기 때마다 직업교육은 일자리를 잇는 최후 보루였다. 이제 한 발 나아가 직업교육 체계를 재점검하고, 과감한 혁신을 이뤄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포스트 코로나를 준비하는 바람직한 자세다.

이석행 한국폴리텍대학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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