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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일한의住土피아] ‘실거래가의 세계’ vs ‘호가의 세계’...'집값 통계의 세계'가 시장의 혼선

한국감정원 국정감사 과정에서 논란이 된 집값 논쟁을 보다 보면 새삼 확인할 수 있는 게 있다. 집값이 다 같은 집값이 아니라는 거다. 크게 세 가지 차원의 집값이 있다.

먼저 ‘실거래가의 세계’다. 실제 주택이 거래된 값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주택매매를 한 이후 30일 이내 신고하도록 하고 있다. 중개업소를 통해 대충 파악할 수 있겠지만 실거래가를 최종 확인하려면 어쨌든 최소 30일은 지나야 한다는 이야기다. 실제 거래가 이뤄진 진짜 집값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데 우리가 중개업소를 통해 확인하는 집값은 실거래가보다는 집주인이 내놓은 매물의 가격이다. 말하자면 ‘호가의 세계’다. 호가의 세계에선 실거래가는 별로 힘을 쓰지 못한다. 아무리 사려는 사람이 직전 실거래가에 팔라고 요구해도 집주인이 그 값에 안판다고 하면 그만이다.

집주인이 집을 내놓을 때는 정부 정책, 개발 호재, 경기 전망 등 온갖 상황을 고려해 가장 낙관적인 시나리오에 따라 집값을 부른다. 미래에 올라갈 가격까지 다 고려해 팔고 싶어한다. 그렇게 중개업소에 나온 매물들이 모여 ‘시세’를 형성한다. 호가의 세계가 시세가 되는 것이다.

시세는 보통 한 가지 가격으로 표시되지 않는다. 8억~10억원처럼 가격대로 표시한다. 저층, 로열층, 올 수리 여부 등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 거래가 가능한 범위다.

호가는 실거래가와 밀접히 연결된다. 집값이 오르는 시기엔 호가는 금방 실거래가가 된다. 실거래가가 뛰면 집주인은 실거래가에 값을 더 얹혀 다시 호가를 높인다. 반대로 집값 하락기엔 호가는 떨어지기 마련이다.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고 내놓은 물건이 많으면 시세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사정이 있는’ 집주인 중에 호가를 낮추는 사람이 나오기 마련이다. 호가가 먼저 떨어지고 나중에 실거래가가 내려간다.

여기에 요즘은 또 다른 집값 세계가 새롭게 조명된다. ‘집값 통계의 세계’다. 공기업인 한국감정원과 민간기업인 KB국민은행, 부동산114에서 주간과 월간 단위로 발표하는 집값이다. 당연히 집값 통계의 세계는 ‘실거래가의 세계’와 ‘호가의 세계’를 충실히 반영해야 한다. 그런데 이게 요즘 잘 작동하지 않는다.

올 1~9월 서울 아파트값을 보자. 정부 공식 통계 기관인 한국감정원 기준으론 2.48% 올랐다. 그런데 대출기준으로 활용되는 KB국민은행 통계론 9.09% 뛰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부터 올 9월까지 서울 아파트값이 한국감정원 기준으론 16.05% 올랐는데 KB국민은행 기준으론 33.51% 급등했다. 같은 시장에 대한 통계가 이렇게 다르다. 어디가 맞는가?

집값 통계는 표본 설계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결과치가 엄청나게 달라진다.

한국감정원은 9400가구 정도를 표본으로 주간 아파트값 동향 통계를 작성한다. 내년부터 1만3720가구로 표본을 늘려 공신력을 높인다는 계획을 세운 상태지만 아직 민간에 비해 표본 규모가 작다. KB국민은행이 시세를 작성할 때 활용하는 표본은 3만4000여가구다.

집값 통계를 작성하는 기관 담당자들은 집값은 표준화가 어렵다고 늘 이야기한다. 거래량이 많고 층·향 등에 대한 거래 기준이 어느정도 쌓인 아파트도 한 단지 내 같은 크기 아파트가 여러 변수에 따라 수억원씩 차이가 난다. 집주인 사정에 따라 급매물로 나와 시세보다 싸게 팔리기도 하고, 매물이 일시적으로 부족한 시기엔 성급한 매수 희망자가 시세보다 과도하게 높은 가격으로 살 수도 있다. 옆집이 5억원에 팔렸다고 우리 집도 같은 가격에 팔라는 법 없다. 정부 정책에 대한 판단, 시장 동향에 따라 한 달 만에 수억원씩 달라질 수 있다.

같은 단지임에도 사정이 이러한데, 172만채나 되는 서울 아파트 전체를 대상으로 하면 어떻겠나. 서울 집값 통계를 객관적으로 작성하기 힘들 수밖에 없다.

집값 통계의 세계는 통계의 세계로 둬야 한다. 정책 당국의 입김이 들어가선 안된다. 정부 공식 통계 집값 상승률이 민간 상승률에 비해 현저히 낮은 건 의심을 살만하다.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까지 의심 받을 수 있다.

통계의 세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실거래가의 세계만 따져야 한다는 주장도 현실을 모르는 이야기다. 실거래가의 세계도 시장의 객관적인 모습을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긴 마찬가지다. 앞서 언급한 대로 집값 변동 시기에 누가 실거래가로 거래하느냔 말이다. 건설부동산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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