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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길용의 화식열전] 빅테크의 독점, 경제의 중심에 서다

무릇 돈 벌이에는 독과점 만한 게 없다. 가난한 선비이던 허생이 단숨에 큰 돈을 비결도 매점매석 덕분이었다. 허생은 큰 돈을 벌었지만, 매점매석의 피해를 본 것은 결국 소비자였다. 요즘 같았으면 공정거래법이나 반독점법에 걸려 규제를 받았을 지 모른다. 독점 하려는 자와 독점을 막으려는 정부의 갈등은 수 천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마천의 사기 화식열전을 보면 월왕(越王) 구천(句踐)이 부국의 비책을 구하자 현자였던 계연(計然)이 이렇게 답한다.

“물가를 조정하고 시장에 물건이 부족하지 않게 하는 것이야말로 나라를 다스리는 이치이다…값이 오를 때까지 차지하고 있어도 안 된다. 남는지 모자라는지를 잘 따지면 값이 오를지 내릴지를 알 수 있다…값이 오르면 오물을 버리듯 내다 팔고, 값이 내리면 주옥을 얻은 듯 사들여야 한다. 재물과 화폐는 물 흐르듯 돌게 해야 한다.”

국제연합무역개발회의(UNCTAD)는 최근 지난 30년간 세계경제 최고의 승자를 둘로 압축했다. 중국과 대기업이다. 중국 경제의 부상과 인터넷・모바일 혁명은 무수한 초대형기업을 탄생시켰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글로벌 대기업들은 주로 에너지, 자동차, 전자 등 제조업 기반이었다. 1990년대 소프트웨어, 통신 업종에 이어 2000년대 인터넷기업, 2010년대 모바일 기업들이 등장한다. 이들의 영향력은 한 나라를 넘어 전세계 경제에 영향을 미칠 정도가 됐다.

최근 미국 법무부는 구글을 상대로 반독점 소송에 나서기로 했다. 구체적인 이유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검색시장에서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불공정하게 경쟁을 제한한 것으로 추정된다.

자본주의의 종주국으로 불리는 미국은 그 어느 나라보다 독점에 민감하다. ‘경쟁을 제한하면 경쟁력도 사라진다’는 철학이 바탕이다. 그만큼 폐해가 컸다. 그럼에도 늘 반독점이 미국 경제에 꾸준히 ‘뜨거운 감자’였던 것은 아이러니다. 19세기에는 철도가, 20세기에는 에너지와 통신이 문제였다. 21세기에는 특히 최근 거대 IT기업들, 빅테크(Big Tech)의 독점 논란은 난제 중의 난제다.

독점 기업을 가격 결정권을 갖는 게 일반적인 형태다. 빅테크는 그 수준을 뛰어 넘는다. 알고리즘으로 무장한 이들의 판매조건은 결정구조를 외부에서 파악하기 어렵다. 특히 검색엔진이나 SNS 서비스를 제공하는 빅테크 기업들은 정치・사회적 영향력까지 갖는다.

독점은 반드시 필요한 재화와 서비스일 때 위력을 발휘한다. 공공재이거나 사회기반시설에 가까울 때다. 예전엔 철도와 통신이 그랬고, 지금은 이젠 인터넷과 모바일, SNS가 그렇다.

국내에서는 그간 독점이 중요한 경제현안이 되지 못했다. 공정거래법은 주로 대기업집단의 부당거래에 적용됐다. 공정거래법의 정식 명칭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다. 시장지배적지위의 남용을 막고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촉진해 창의적인 기업활동을 조장하고 소비자를 보호하는 게 목적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6일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경쟁사를 쫓아내고 소비자를 속였다며 네이버에 과징금 267억원을 부과했다. 네이버가 쇼핑·동영상 검색 알고리즘을 인위적으로 바꿔 자사 상품이나 콘텐츠는 최상단으로 올리고, 경쟁사는 검색결과 하단으로 내렸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네이버는 정당한 검색시스템 개편이라고 반박하며 불복 소송에 나설 방침을 밝혔다. 이번 네이버 사례는 최근 미국 정부가 아마존의 경쟁제한 행위를 불법이라고 지목한 것과 유사하다.

미국 하원 법제사법위원회 반독점 소위원회는 6일(미국 현지시간) 보고서를 통해 애플과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등이 독점적인 지위를 누려왔다고 결론 내렸다. 민주당은 이들을 서비스를 기능에 따라 분할하자고까지 하원을 장악하고 있는 민주당이 11월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의회 선거에서 상원까지 장악한다면 이 같은 제안이 법제화 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모바일 운영체계(OS) 시장은 미국 구글과 애플이 독과점하고 있다. 최근 구글은 앱 수수료 인상 방안을 발표했다. 검색시장이야 네이버와 다음 같은 토종 서비스가 있지만, OS 시장은 대안이 없다. 개인용컴퓨터 시장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의 선례도 있다. 이제 독점과 반독점의 투쟁이 글로벌 경제의 핵심 현안이 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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