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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수한의 리썰웨펀]‘삼척 대기귀순’-‘태안 밀입국’ 이어 이번엔 ‘월북’ 놓쳐…軍 3번째 경계大실패
北보도 8시간여만에 군 인정 “특정 관계기관과 긴밀 공조”
경계실패 3건 모두 군 초동대응 미흡…사전인지 못한 실패
군 수뇌부들이 지난해 삼척항 북한 어선사건이 발생한 지 나흘째인 6월 19일 전군주요지휘관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당시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책임져야 할 부분이 있다면 엄정하게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말한 뒤 다음날 대국민 사과를 했다.[연합]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군 당국이 26일 북한이 보도한 탈북민의 월북 사건에 대해 뒤늦게 사실을 인지해 대응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짙어지면서 또 한 번의 군의 경계 실패 사례가 되는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군은 지난해 6월 강원도 삼척항에서 북한 어선이 날 새기를 기다려 정박해 스스로 신고하는 탈북 사건에서 이런 정황을 사전에 포착 못해 국방부 장관이 대국민 사과까지 했다. 정경두 장관은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대국민 사과 불과 1년도 안돼 지난 4월 태안 밀입국 사건이 터졌다.

이후 수사 결과 일부 중국인들이 산둥 반도 일대에서 충남 태안으로 모터보트를 타고 밀입국하는 루트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정 장관은 경계 실패를 인정하고 또 재발 방지를 강조했으나, 그로부터 불과 3개월여 만에 이번엔 ‘월북’ 사건이 터졌다.

삼척항 대기귀순-태안 밀입국-김포 해안 수영 월북 등 전례 없는 경계 실패 사례가 세 번이나 연이어 터져나온 것이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북한 측 보도로 논란이 촉발된 지 8시간여 만에 “현재 군은 북 공개 보도와 관련, 일부 인원을 특정해 관계기관과 긴밀히 공조해 확인 중”이라며 월북 사실을 인정했다.

앞서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개성시에서 악성비루스(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의심되는 월남 도주자가 3년 만에 불법적으로 분계선을 넘어 7월 19일 귀향하는 비상사건이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북한 보도 8시간여만에 군 “특정 관계기관과 긴밀히 공조”라며 인정=정부와 군 당국은 이날 오전까지 “확인 중”이라는 입장을 내놓다고 8시간여가 지난 후에야 월북자 발생을 인정했다. 군이 북한 보도가 나오기 이전까진 월북 사실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던 셈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합참은 이날 “우리 군은 감시장비 녹화영상 등 대비태세 전반에 대해 합참 전비검열실에서 확인 중에 있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이 역시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군 당국과 관계기관은 북한 보도 내용을 바탕으로 2017년 남측으로 넘어온 탈북자들을 압축해 현재까지 유일하게 연락이 닿고 있지 않은 김포 거주 24세 김모씨를 유력한 월북자로 특정해 조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군은 일단 현재까지 군사분계선(MDL) 철책을 뚫고 월북했을 가능성은 작게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월북한 김씨는 3년 전 탈북 당시 수영으로 도강해 강화도를 통해 남측으로 내려왔는데, 군은 이번에 북측으로 넘어갈 때도 한강 하구를 이용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군의 경계태세가 논란이 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6월 어선용으로 사용되는 북한 소형 목선이 삼척항에 입항할 당시 군은 북한 목선이 해안 레이더에 포착됐음에도 이를 반사파로 오인하는 등 결국 최종 순간까지 외부 ‘침입’을 스스로 감지해 막지 못했다.

지난 4∼6월에는 태안 앞바다를 통해 중국인들이 소형 보트를 타고 최소 3차례 밀입국한 사실이 확인됐다.

◆경계실패 사례 3건 모두 군 초동대응 미흡…사전인지 못한 경계실패=당시에도 인근 해상에서 군 감시장비에 밀입국용 보트가 수차례 포착됐지만, 이를 아예 인지하지 못하거나 일반 레저보트 등으로 오인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군은 전 해안지역에 대해서 정밀 분석해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고,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6월 4일자로 전 군에 대비태세 강화 지침을 하달하고 강도 높은 재발 방지 대책을 지시했다.

그러나 지침이 하달된 지 두 달이 채 되지 않아 또다시 해·강안 경계에서 심각한 허점을 드러낸 셈이다.

특히 이번 사안의 경우 월북 사례 발생 자체만으로도 서부전선 전반의 감시태세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편, 북한은 과거에도 ‘자진 월북자’를 매체 보도 형식으로 여러 차례 공개했다.

2009년 10월 27일에는 조선중앙방송이 ‘남한 주민 강동림’이 자진 월북했다고 공개했으며, 군 당국은 다음 날 강동림 씨가 동부전선 모 사단 책임 지역 내 최전방 철책을 절단해 월북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당시 강씨는 폭력혐의로 경찰 수배를 받고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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