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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길용의 화식열전] 최장수 장관과 서민 울리는 부동산정책
김현미 국토 곧 취임 3년
국민 대부분 투기꾼 취급
서민 주거안정 더 흔들고
주택관련 세수는 더 늘려

[헤럴드경제=홍길용 기자]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능력도 없는데 중책을 맡기면 나라가 어지러워진다. 실력이 있지만 마음에 안 든다고 물리치며, 큰 죄가 없는데도 벌을 준다면 세상은 어지러워진다”

서경(書經) 홍범(洪範)은 몰락한 은(殷)의 현자였던 기자(箕子)가 주(周) 무왕(武王)에 정책에 대한 가르침을 주는 내용이다. 조선 영조 때 탕평책(蕩平策)의 유래이기도 하다. 원문은 아래와 같다.

“‘군주가 치우침이나 무리 지음이 없으면 정치는 넓고 평평한 길로 나아가는 것과 같다”

(無偏無黨 王道蕩蕩 無黨無偏 王道平平)

부동산 대책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 김현미 장관이 취임 3주년을 맞았다. 현정부 최장수다. 시장에서는 ‘불통’이라는 평가가 많지만, 임명권자와는 ‘대통’하는 듯하다. 김 장관이 직접 발표한 지난 17일의 21번째 부동산 대책은 이번에도 나오자마자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그런데 보완책을 언급하며 수습에 나선 건 청와대 정책실장이다.

‘탕평’이 유명해진 것은 사기(史記列傳)에 인용되면서다. 한(漢) 문제(文帝) 때 풍당(馮唐)은 황제가 흉노와 전쟁을 치른 후 군대에 대한 상벌을 내리는 데 직언한다.

“법령이 너무 엄격하고 빈틈이 없는 반면에 포상으로 하는 것은 매우 인색하며, 징벌을 가하는 것은 너무 엄중합니다”

같은 시기의 장석지(張釋之)도 법가 철학이 지배했던 진(秦)의 멸망 원인을 이렇게 분석했다.

“법조문을 칼로 긁고 붓으로 왜곡하는 아전들을 중용했습니다. 이들은 서둘러 일을 처리하고, 가혹할 정도로 (백성을) 독촉하는 것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자국 백성이고 나라를 위해 싸운 군대인데, 상보다 벌을 더 앞세운다면 본말이 뒤바뀐 셈이다.

시장이 중요한 자본주의지만 정부가 투기를 막고 공정 경쟁을 지키는 역할은 해야 한다. 특히 제도의 헛점을 메우는 보완은 중요하다. 편법 증여와 상속을 통한 투기나 6•17대책에서 법인을 활용한 투기에 제동을 건 부분들이 그 예다. 국민을 위한다는 명분도 세워진다.

이번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줄곧 국민을 ‘나쁜 사람’ 취급한다. 주무장관의 말들을 보자.

“살 집 아니면 파시라” “한 채만 가지시라” “집은 투자대상이 아니다”

말 안 들으면 세금 폭탄으로 혼 내주겠다는 ‘협박조’다.

다시 사기열전으로 돌아가자. 어느 날 문제는 자신의 말을 놀라게 한 죄인에 벌금형이 내려지자 너무 가볍다며 화를 낸다. 장석지가 또 한 마디 한다.

“법이란 모두에 함께 적용됩니다. 법이 그런데, 다시 가중 처벌하고자 한다면 그 같은 법은 백성들에게 믿음을 줄 수 없습니다”라며 황제를 말린다.

모자란 21번을 보완할 22번째가 또 곧 나온다고 한다. 이런 추세면 35번도 가능해 보인다. 주무장관은 과연 3년째 해결을 못한 것일까, 아니면 3년 씩이나 잘 하고 있는 것일까.

투기꾼을 잡겠다며 21번이나 대책이 나왔지만 서민들의 내집 마련만 더 어려워졌다. 돈 구하기는 막막해졌고, 청약 당첨은 하늘의 별 따기가 됐다. 이젠 전세 보증금 빌리기도 어렵게 됐다. 부동산 규제로 인한 정부의 세수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사마천은 스스로의 잘못에 책임을 지는 관료들을 소개한 순리열전(循吏列傳)과 함께 가혹한 법 집행으로 부귀영화를 얻은 관리들의 이야기인 혹리열전(酷吏列傳)을 연이어 다뤘다. 아무리 투기 차단이 중요해도, 부동산 정책은 다수 서민의 주거 안정이 더 무겁게 다뤄져야 한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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