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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길용의 화식열전] 4대 금융지주 회장 연봉 급증…‘素無爲’의 힘
지난해 사상 최대 순익에
김정태·손태승 많이 늘어
윤종규·조용병 두 자릿수
임원·간부 증가폭은 미미

[헤럴드경제=홍길용 기자] 4대 금융지주는 지난해 11조278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전년대비 4.8% 늘어난 사상 최대치다. 보상도 상당한 규모로 이뤄진다. 특히 최고경영자(CEO) 보수가 크게 늘어난다.

전년 14억4000만원을 받았던 윤종규 KB금융 회장에겐 10.4% 늘어난 15억9000만원이 지급될 예정이다. 조용병 신한지주 회장 보수도 전년 11억원에서 13억원으로 18.2% 늘어나게 됐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전년 16억6900만원에서 24억8800만원으로 49.1% 증가했다. 가장 오래 재임한 만큼 장기성과급이 늘어난 결과로 보인다.

지난해 지주사로 출범한 우리금융은 손태승 회장에게 약 11억원의 보수를 지급할 예정이다. 손 회장은 전년에는 우리은행장으로만 8억4400만원을 받았다. 지난해에도 손 회장은 우리은행장을 겸직했다. 우리은행은 전년 14억원이던 등기임원 보수를 11억원으로 줄이기로 했는데, 사외이사 보수가 약 7억원 가량인 점을 감안하면 손 행장에게 4억원 가량의 보수를 지급하게 된다. 이 경우 손 회장의 보수 총액은 11억원 가량으로 증가율 따지면 전년대비 30% 가량이다. 하나금융 김 회장 보다는 낮지만 KB금융이나 신한지주 보다는 높은 수치다.

회장 보수가 모두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였지만 지주사 임원(미등기)들은 회사별로 엇갈린다. KB금융 평균 보수는 전년 2억5900만원에서 3억8200만원으로 47.39% 증가했다. 1인당 성과급 총액이 1억 2900만원에서 1억 5700만원으로 늘었다. 하나금융도 1억9300만원에서 2억600만원으로 6.07% 높아졌지만, 1인당 성과급은 7818만원에서 5571만원으로 줄었다.

신한지주는 아예 1인당 임원 보수 자체가 전년 3억6000만원에서 3억원으로 16.7% 급감했다. 3300만원이던 성과보수도 2200만원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그래도 4대 지주 가운데 가장 높은 임원 보수 수준을 유지했다.

부서장급 간부 보수도 크게 늘지 못했다. KB금융이 1억8400만원에서 1억9100만원으로 3.28%, 신한지주가 1억8800만원에서 1억9000만원으로 1.19% 늘어나는 데 그쳤다. 하나금융이 1억6800만원에서 1억7600만원으로 6.74% 가장 높은 상승폭을 기록했다.

실무를 맡은 중간간부들도 비슷했다. KB금융만 14% 이상 늘어나며 1억5000만원을 돌파해 전년에 이어 업계 최고를 지켰다. 신한과 하나 모두 한 자릿수 증가율에 그쳤다.

사상 최대 실적인데, KB금융을 제외하면 회장들의 보수만 크게 늘어난 것으로 요약된다. 지난해 금융권에 사고들이 적지 않았지만, CEO 보다는 담당임원이나 실무자들이 대부분 책임지는 모습이다.

미국에서는 최근 CEO 보수가 주주들의 핵심 관심사다. 국내의 경우 주주총회는 보수규정과 한도만 정할 뿐 실제 보수 지급은 이사회에서 이뤄진다. 이사회는 사실상 회장이 지배한다.

한비자(韓非子) 양권(揚權) 편은 군주의 기본원칙과 태도를 밝히고 있다. 그 중 한 구절이다.

“닭에게 새벽을 알리게 하고, 고양이에게 쥐를 잡게 하듯 신하들이 각자의 능력을 발휘하게 하라. 만약 군주가 재능을 발휘하게 되면 만사가 형통하지 않고, 그 능력을 자랑하게 되면 신하에게 속임을 당할 수 있다”(使鷄司夜 令狸執鼠 皆用其能 上乃無事, 上有所長 事乃不方 矜而好能 下之所欺)

조직이 뛰어난 성과를 거뒀다면 신하의 능력이 발휘된 부분도 있겠지만, 조직 자체를 잘 관리한 CEO의 공이 더 클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 한비자의 표현을 빌리면 군주, 즉 CEO의 덕목은 적어도 겉으로는 늘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있는 것(素無爲)’이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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