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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늘어나는 직장인 재택근무…“층간소음 민원·집안일 병행 곤욕”
육아·반려견, 근무에 방해요인
‘화장·통근시간 감소’ 반기기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이 장기화하면서 재택근무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어른뿐 아니라 어린이까지 집에 머물다보니 보통 저녁 시간에나 발생했던 ‘층간소음 민원’이 하루종일 발생하는 부작용도 지적된다.

3일 직장인 애플리케이션 블라인드에 따르면 지난달 25~27일 국내 기업 재직자 242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 중 29%는 회사가 재택근무를 시행하고 있거나, 극적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재택근무에 가장 어려움을 호소하는 것은 어린이집이나 초등학교에 나갈 아이들과 함께 집에 머무는 육아 부부들이다. 서울 양천구에 사는 박모(37) 씨는 “코로나19 걱정 없이 어린이집에 애를 맡기고 정시 출근·퇴근하던 때가 벌써 그립다. 지금 재택근무에 대한 소감을 말하기가 애매하다”며 “‘코로나19 사태’가 끝나면 애들을 어린이집에 보내고 재택근무해도 좋을 거 같다”고 했다.

반려견이 있는 집도 산만함을 호소한다. 경기 고양시에 거주하는 문모(36) 씨는 “아침마다 떼어놓고 출근하기 힘들었는데, 집에 있으니 하루 종일 놀아 달라는 줄 안다. 통화 중 개가 짖기도 한다”면서 “학창 시절처럼 1인용 독서실이라도 다녀야 하나 싶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자녀와 반려견이 뛰노는 와중에 직장인들이 재택근무에 매진하다 보니 ‘층간소음 민원’은 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는 층간소음 문제로 경찰차가 오가는 일까지 벌어지자 관리사무소에서 매일 “이웃 간에 배려해 달라”는 방송을 내보내고 있다.

반면 체력적인 문제와 심적인 여유를 장점으로 꼽는 직장인들도 많다. 서울 영등포구에 거주하는 송모(40) 씨는 “화장하는 시간이 필요 없어 취침 시간이 늘었다. 트레이닝복을 입고 바로 시작해 편하고, 쇼핑 낭비도 줄었다”고 말했다. 서울 송파구에 거주하는 김모(41) 씨도 “통근 시간이 평소 한 시간 반에 달해, 사실 출근하자마자 방전됐다. 왜 진작 안했나 싶다”고 거들었다. 서울 서초구에 거주하는 장모(36) 씨도 “태어나지 얼마 되지 않은 아기 때문에 하루 종일 밤잠을 설치다 출근했다. 재택근무 때문에 그나마 버틸 만 하다”고 했다.

세탁기를 돌리는 등 간단한 집안일을 할 수는 있지만, 청소나 설거지에 손을 댔다가 이도 저도 못했다는 경험담도 들린다. 서울 영등포구에 거주하는 이모(39) 씨는 “점심 시간에는 냉장고에 미리 해 둔 음식을 데워 먹는 수준이 딱 적당한 거 같다. 집에서 조리해 먹다 보면 시간도 오래 걸리고, 설거짓거리와 피로만 쌓인다”고 말했다.

재택근무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이 달라지는 계기가 된다는 의견도 있다. 우리나라는 IT(정보기술) 인프라는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지금껏 본격적인 재택근무 실험은 하지 못하고 있었다. 집에서 근무하면 근태 관리가 힘들고 보안이 어렵다는 보수적인 인식이 여전히 강하기 때문이다.

경기도 성남시에 거주하는 권모(40) 씨는 “재택근무는 널널하다는 인식 때문에 더 많은 시간을 쏟게 된다. 솔직히 회사에서는 자리만 지키는 날도 있었지만, 이제는 매일매일 눈에 보이는 결과물을 내려 노력하게 된다”고 말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도 “코로나19 사태로 그간 미뤘던 재택근무에 대한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며 “근로자들은 어쩔 수 없는 재택근무 상황에서 장점을 찾아보며 즐길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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