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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길용의 화식열전] 코로나19, 글로벌 경제위기 초래하나
경제심리 위축 기업실적 악화
길어지면 ‘유동성→빚’ 바뀌어
제조업 가치사슬 한계 노출돼
글로벌 패러다임 변화 대비를

[헤럴드경제=홍길용 기자]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며 경제위기 ‘10년 주기설’이 한때 힘을 얻었다. 새로운 위기를 예측하려는 시도들도 이어졌다. 하지만 2008년 이후 지금까지 몇 차례 쇼크는 있었지만 진짜 ‘위기’는 아직 없었다.

지난해 일본에 이어 유럽이 마이너스 금리시대로 접어들었고, 미국에서는 장단기 금리 역전이 나타났다. 금융시장은 과거 경제 위기를 알리는 가장 유력한 조짐의 재현에 잔뜩 긴장했었다. 사실 마이너스 금리와 장단기 역전은 오랜 유동성 랠리 끝에 닥친 미중 무역분쟁에 대한 불안감이 낳은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다. 다행히 각국의 추가 경기부양 노력과 미중 무역분쟁 완화 기대감 덕분에 경제 심리는 더 나빠지지 않았다.

코로나19의 유행으로 최근 극도의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미국 국채 집중 현상이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2016년의 최저점에 근접했고, 장단기 금리차는 또다시 역전됐다.절대금리 수준이 낮아 ‘먹을 게’ 별로 없는 유럽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대표적 피난처였던 일본 국채 보다도 미국 국채가 더 인기다. 일본 경제는 올 상반기 역성장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최근 미국 국채를 사들이는 가장 큰 손도 일본이다.

금융시스템을 무너뜨리는 것은 부실이나 충격 그 자체가 아니라 문제가 더 커질 수 있다는 공포다. 아직 금융시스템이 마비시킬 우려가 나타나지는 않고 있지만 전염병에 대한 공포가 수개월간 지속돼 소비와 투자의 기본적인 경제구조가 훼손된다면 상황은 전혀 달라질 수 있다. 전세계적으로 쌓인 빚은 이미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넘어섰다. 경기부진이 계속되면 자산시장을 움직였던 유동성은 빚더미로 바뀌어 위기의 불길이 타오를 재료가 될 수 있다. 원인은 달라도 결국 경제위기에 불길이 태우는 재료는 언제나 빚이었다.

코로나19가 잦아들면서 금융시장에서도 극적인 반등이 나타날 수도 있다. 세계적 저금리 기조에서 넘치는 유동성이 신속하게 가격 정상화에 나서는 경우의 수다. 하지만 미중 무역분쟁에 이어 코로나19까지 겪은 만큼 앞으로의 세계경제 패러다임은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유동자금이 이동해 또다시 자산시장을 끌어올릴 때 과연 어떤 경로에 올라타야 수익률을 극대화할 수 있을 지 고민할 때다.

예상되는 가장 큰 변화는 탈중국•탈세계화다. 코로나19 사태로 중국 중심의 글로벌 제조업 가치사슬의 문제점이 드러났다. 미중 무역분쟁으로 ‘세계의 공장’으로서의 수명은 사실상 끝이 나게 됐다. 인건비도 잔뜩 올라 가격경쟁력도 베트남 등 인도차이나 반도 국가만 못하다. 중국 내수 시장의 매력은 여전하지만 토종 기업들을 육성하려는 정부의 등쌀에 외국기업들이 버티기 점점 어려워 지고 있다. 글로벌 제조업의 재구조화가 예상된다. 이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핵심기술이다. 핵심기술을 보유한 기업은 아무리 생산체계가 바뀌더라도 가치사슬의 정점에 설 수 있다.

다음은 환경·사회책임·지배구조(ESG) 경제의 강화다. 올 초 호주 산불은 기후변화가 초래한 재앙이라는 분석이 많다. 코로나19도 자연의 섭리를 거스른 인간의 탐욕이 부른 결과로 볼 수 있다. 환경이나 질병 재앙을 최대한 예방하려는 노력들이 경제적으로 발현될 가능성이 크다. 이른바 미래형 기업들이다. 새로운 가치를 추구하는 기업들의 경제적 가치를 잘 읽어내는 눈이 중요하다.

세번째는 새로운 기술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은 모바일 혁명을 선도했다. 중국은 유일하게 미국의 기술에 덜 예속된 모바일 생태계를 구축했다. 일본과 유럽은 그렇지 못했다. 위기의 모습은 달라도 결국 이를 극복하는 공통된 열쇠는 ‘혁신’이다. 과연 10년뒤 세계 증시에서 가장 높은 가치를 인정받을 기업이나 업종이 무엇인지 상상해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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