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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매물회수-호가상승 반복…매도 우위 시장 ‘부르는 게 값?’
집값 상승 기대에 매물 실종
조급해진 실수요자 늘어나자
거짓 호가거래 유포 상승유도
신고가 거래 속출 등 이변 속출
서울 아파트 시장이 매도 우위 시장이 되면서, 호가와 실거래가 간 차이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아파트 전경. [헤럴드DB]

# 직장인 김모(41) 씨는 이달 초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있는 아파트 102㎡(이하 전용면적)를 11억5000만원에 매수했다. 이 계약은 세번째 시도였다. 처음 매수하려던 집은 계약을 코앞에 두고 집주인이 물건을 거두었고, 두번째 집도 계약 직전 4000만원을 올렸다. 올린 가격에라도 계약하려 하자, 매도자 친인척이 끼어들어 계약을 만류해 매수에 실패했다. 조급해진 김 씨는 수리가 하나도 안된 집을 본래 생각했던 가격보다 1억원이나 높여 겨우 계약했다.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값 상승세로 ‘매도 우위’시장이 되면서, 매수자의 ‘조급과 불안’이 커지고 있다. 더 오를 것을 내다보고 매물을 거두는 경우도 있지만, 이른바 갈아타기 수요도 이사할 집을 구하지 못해 팔지 못하는 악순환도 나타나고 있다.

김 씨도 “첫 계약 성사를 앞두고 틀어진 이유가 매도자가 이사를 원하던 지역 가격이 오르면서 ‘갈 곳이 없다’고 주저앉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16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12월 둘째주 기준 서울 아파트의 수급 지수는 112.6을 기록했다. 지수는 0부터 200까지로 200에 가까울수록 매수자가 많음을 의미한다. 불과 두달 전인 10월 첫주만 해도 이 지수는 100 아래인 97.8이었다. KB국민은행이 집계한 KB리브온의 서울 아파트 수급 지수는 128.6에 달한다.

주택시장이 매도 우위 시장으로 자리를 잡은 것은 시장 참여자들의 심리적 요인이 크다. 집값 상승이 지속되면서 매도자들은 상승 기대감에 매물을 거두는 반면, 조급해진 수요자들이 내 집 마련에 서두르며 매수 수요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저금리로 대출 부담이 덜해지며 30~40대 젊은 층이 매수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호가가 실거래가로 이어지고 있다.

이에 신고가 거래도 속출하다보니, 인터넷 커뮤니티나 SNS 등에 거짓 거래완료도 이어지고 있다. 실거래 신고 기간이 60일인 점을 악용해 호가 거래 완료를 퍼뜨려 아파트값 상승을 유도하는 형국이다.

실제 지난 10월 최대회원을 보유한 부동산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신길센트럴아이파크의 59㎡가 10억원에 거래완료 됐다는 글이 올랐다. 호가는 10억 5000만원에 달한다고도 설명했다. 하지만 60여일이 지난 현재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정보 시스템에 올라온 이 아파트 최근 거래는 9월 18일 84㎡ 9억3000만원이다.

보류지 84㎡가 18억원이 넘게 낙찰된 ‘신촌숲아이파크’ 인근 단지들은 호가가 최근 한달 2억원은 올랐다. ‘신촌그랑자이’의 같은 규모 호가는 인근 단지와의 경쟁심리로 18억원을 웃돌고 있다. 최근 실거래가가 11월 16억5000만원임을 감안하면, 한달 새 1억5000만원 이상 올려 부른 셈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인터넷으로 가격 확인 후, 부동산을 찾은 이들은 현장에서 수천만원씩 올려받겠다는 매도자의 요구에 더 마음이 조급해지곤 한다. 특히 랜드마크 단지로의 이주가 어렵게 된 젊은 층의 경우, 인근 소규모 단지의 거래가 적기 때문에 실거래가 파악이 어려워 호가를 그대로 받아들이게 되는 사례가 많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 전문위원은 “시장에 추가 상승기대로 집주인이 호가를 올리거나 매물을 회수한 데다가, 다주택자 중과세 등으로 거래가 여의치 않아 매물이 부족하다”면서 “실거래가와 호가 간 차이가 큰 곳에서는 주변 단지와 시세 조사 등을 통해 정확히 가치를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성연진 기자/yjsu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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