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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조원대 ‘공룡’ 탄생에 떠는 배달시장…수수료 인상 우려도
우아한형제들, 13일 DH에 지분 87% 매각 발표
해외자본 공세 심화·아시아시장 확대 등 따른 것
사실상 99% 독점체제…자영업자 우려 확산
할인정책 등 소비자 혜택 축소 우려도

[헤럴드경제=이혜미 기자] 국내 배달시장에 ‘배달 공룡’이 탄생했다. 배달앱 2, 3위 ‘요기요’와 ‘배달통’을 운영하는 독일 딜리버리히어로(이하 DH)가 업계 1위 ‘배달의민족'을 전격 인수하면서다. DH계열 배달앱의 거래규모는 4조원대에 달할 전망이다.

거대 배달 공룡의 등장은 최근 연 50% 이상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국내 배달 시장에 적지않은 후폭풍을 불러올 전망이다. 무엇보다 외식업주들 사이에선 벌써부터 수수료 인상 우려감이, 소비자들 입장에선 할인혜택 같은 소비자 혜택이 줄어드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영세 상인들의 수익성 악화와 소비자 외면이 맞물리면 국내 배달시장이 오히려 영세 시장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지난 13일 DH에 국내외 지분 87%를 매각했다고 발표했다. DH가 평가한 우아한형제들의 기업가치는 40억달러(약 4조7500억원)다. 김봉진 대표 등 경영진 지분 13%는 추후 DH 본사 지분으로 전환된다.

우아한형제들은 경쟁 업체와 손잡은 데 대해 해외 자본의 공세가 거세진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요기요가 올들어 공격적 마케팅을 이어가며 점유율을 늘려가고 있는 데다, 쿠팡도 외식배달 서비스(쿠팡이츠)에 뛰어들며 위기감이 가중됐다. 물론 해외시장 공략을 위한 전략적 판단도 작용했다. 이번 합병과 함께 우아한형제들과 DH가 50대 50 지분으로 싱가포르에 설립하는 합작회사(JV) ‘우아DH아시아’는 DH가 진출한 베트남, 대만,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11개국에서 배달사업을 전개하게 된다.

배달앱 1위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 사옥 내부 모습 [제공=연합뉴스]

이같은 배달업계 ‘빅딜’로 향후 시장은 크게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우선 배달앱 시장에서 독과점 폐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에 따르면 배달앱 시장 점유율은 배민 55.7%, 요기요 33.5%, 배달통 10.8% 등이다. 이로써 국내 배달시장은 DH 계열 배달앱들이 99% 이상을 차지하게 됐다. DH는 기존 배민, 요기요, 배달통 플랫폼을 그대로 두고 독립적 운영을 이어간다는 방침이지만, 사실상 모회사가 같은 상황에서 기존과 같은 경쟁 체제가 유지될 지는 미지수다.

DH의 배민 인수 소식에 외식 자영업자 커뮤니티는 크게 들썩이고 있다. 외식업계에서 배달 매출 의존도가 점점 높아지는 상황이다보니 수수료 등 비용 변화에 민감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양사 합병이 사실상 시장 독점 상태를 가져오면서, 수수료 인상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할인쿠폰 발급 등 프로모션 비용을 업주에 전가하더라도 대응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벌써부터 “배달 비중을 서서히 줄여가고 홀 영업에 집중하는 게 살 길”이라는 자조적 반응도 나오고 있다.

배달앱 시장 독과점으로 소비자 혜택이 줄어드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크다. 배민과 요기요의 점유율 다툼 속에 그간 다양한 할인 정책이 쏟아져 나왔다. 일례로 요기요는 올해 배민을 잡기 위한 승부수로 정기 할인 구독 서비스인 ‘슈퍼클럽’을 론칭했다. 이를 견제하기 위해 배민은 3000원의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더하기쿠폰’ 5개를 1100원에 판매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수익성 악화 부담은 뒤따를 수 밖에 없지만 시장 선점을 위해 감수했던 부분이다. 하지만 양측이 한솥밥을 먹게 된 이상 이같은 무리한 마케팅 경쟁을 펼칠 이유가 없어질 것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발전적 경쟁 없는 독과점 체제에선 최근 연 50%대 고속 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국내 배달시장이 자칫 성장 정체에 접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수수료 인상과 할인 정책 축소 등이 현실화된다면 외식업주와 소비자들 모두 배달 서비스에 등을 돌릴 수 밖에 없다.

한상호 영산대 호텔관광학부 외식경영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IT 기반 앱 회사가 5조원에 가까운 금액에 책정되었다는 것은 매우 긍정적인 일이라 생각되지만 여러 문제도 예상된다”며 “배달앱 시장 독과점과 자영업자 수익구조 악화가 심화되면 외식 배달시장이 다시 영세시장으로 돌아갈 수 있고 라이더 등의 위치도 불안정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기업결합 최종 승인까지 공정거래위원회의 심사가 남아있다. 배민과 요기요, 배달통의 시장 점유율이 90% 이상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공정위의 독과점 칼날을 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다만 온라인 기반의 신사업이라는 점에서 조건부 승인이 나올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ha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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