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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길용의 화식열전] 네이버 소프트뱅크 동맹…글로벌 핀테크 전쟁의 서막
구글·아마존vs.바이두·알리바바
미중 글로벌 소프트파워 전쟁中
아시아권 제3의 길 출발점 될수
日플랫폼 표준화 가능성 높아져

[헤럴드경제=홍길용 기자] 진(秦)이 전국(戰國)을 통일한 승부수는 합종책(合從策)의 격파다. 기원전 260년 여름, 조(趙)의 명장 염파(廉頗)가 진을 압박한다. 위(魏) 한(韓) 연(燕) 초(楚) 제(齊)도 조군을 응원했다. 하지만 40만 조군은 진의 이간책에 속아 격파 당하고, 생매장까지 당한다. 기원전 241년 제나라를 제외한 5국 연합군이 진에 선공을 펼치지만 격퇴당하고, 결국 이후 20년간 6국이 하나 둘 명망의 길로 접어든다.

SNS 최강자인 페이스북이 스테이블 코인(stablecoin) 리브라(Libra) 계획을 밝히면서 전세계 금융권이 초긴장했다. IT플랫폼 강자의 본격 금융진출 선언이었다. 금융시장에 선수 하나 늘어나는 수준이 아닌 패러다임 전환을 가져올 비대칭 전력(Asymmetric Power)으로 받아들여졌다. 리브라는 각국 정부의 반대로 현실화가 어렵게 됐다. 그럼에도 페북은 여전히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온라인·모바일 금융은 이제 거의 모든 경제행위와 연결된다. 기술과 금융의 결합은 피할 수 없는 대세가 됐다. SNS에 이어 금융시장을 넘보는 또 다른 IT 세력은 검색엔진과 온라인플랫폼이다. 구글, 아마존이다. 다만 페북과 달리 이들 두 세력은 아직 아시아에 기반이 상대적으로 약하다. 중국에는 바이두와 알리바바가 버티고 있지만, 한국과 일본, 동남아는 아직 무주공산(無主空山)에 가깝다.

검색엔진은 데이터마이닝, 인공지능(AI)과 연결된다. 금융행태, 즉 경제생활의 패턴이 AI와 만나면 엄청난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미중 무역갈등의 기저에는 미래기술이 경제 뿐 아니라 정치적 주권(sovereign power)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인식이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와 소프트뱅크의 동맹은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권에서 제3의 길을 내기 위한 출발점으로 해석할 수 있다.

국내에서 인터넷전문은행 진출을 하지 않는 네이버이지만, 일본을 비롯해 아시아 4개국에서는 설립을 준비 중이다. 출발부터 다국적 전략을 택한 점이 눈에 띈다. 일본 Z홀딩스 자회사 가운데는 2000년 설립된 일본 최초의 인터넷전문은행인 ‘재팬네트은행’이 있다. 오프라인에서는 이뤄지지 못한 아시아금융의 국제화가 이번 동맹을 기반으로 온라인에서는 현실화 될 지 모를 일이다.

최근 첨예하게 대립 중인 한일관계에서 양국의 간판기업들이 동맹을 맺었다는 점은 시사하는 점이 상당하다. 두 나라가 적어도 경제분야에서 협력하면 상당한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점을 확인시킬 계기다. 사실 양사는 이미 상당한 자금을 상대국에 투자하고 있기도 하다.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이 한국계인 점을 감안하더라도 주도권에 대한 아쉬움은 남는다. 양사 합작기업은 일본의 규제를 적용 받는다. 잠재시장과 직결된 경제규모 등을 감안하면 근거지를 일본에 두는 게 유리한 것이 분명하다. 규제도 하나의 플랫폼이다. 이해진-손정의 동맹 성공으로 일본의 법제가 아시아 핀테크의 기반이 되면 우리도 일본 제도를 수용해야할 지 모르겠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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