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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국 딸 파문으로 ‘금수저·깜깜이 전형’ 확인된 학종
조국 딸 논문·수상경력 이력으로 고려대 수시 합격…학종 불신 키워
교육부, 논문·수상경력 기재 금지…부모 인맥·재력으로 스펙 쌓기 ‘여전’
조국 딸의 각종 특혜 의혹이 대입 수시전형 공정성 논란으로 확산되고 있다. 사진은 고려대에서 진행된 입시설명회에 학부모와 수험생들이 몰려 입시설명을 듣고 있는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박세환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인 조모(28)씨의 각종 특혜 의혹의 불씨가 대학 수시모집의 공정성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특히 합격 당락의 이유를 알 수 없어 ‘깜깜이 전형’으로 불리는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학생의 다양한 비교과 활동과 소위 ‘스펙’을 반영하는 학종이 부모 경제력이나 지위, 학교 수준에 따라 달라지는 ‘금수저 깜깜이 전형’으로 변질될 수 있기 때문이다.

2020학년도 대입 수시모집 원서 접수가 2주 앞으로 다가오면서 이같은 학종 공정성 논란을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22일 고려대와 조 후보자 측에 따르면 딸 조씨는 지난 2010년 입학사정관제도(현 학종)를 통해 고려대 환경생태공합부에 합격했다. 조씨는 고려대에 제출한 자기소개서에 한영외고 재학 시절인 2009년 단국대 의대 연구소가 대한병리학회에 제출한 의학 영어논문에 자신이 제1저자로 등재된 이력과 함께 공주대 생명공학연구소에서 참여한 인턴십을 통해 국제학술대회(국제조류학회)에 참가한 이력 등 총 2건의 이력을 기재했다. 조씨가 두가지 이력을 갖추는데 들어간 시간은 각각 2주와 3주다. 한 달 남짓만에 일반 고등학생들이 갖출 수 없는 화려한 이력을 확보했고, 대입에 활용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2009년 한국물리학회가 주최한 ‘여고생 물리캠프’에서 장려상을 받은 수상실적도 함께 적으며 “고교시절부터 전공 분야에 대한 지식과 실습경험을 갖춘 지원자”라고 스스로 밝혔다.

입시업계 관계자는 “해당 전형은 당시 특목고 학생들이 주로 지원하는 전형이었다”며 “외국 유학으로 어학 성적이 높고, 연구소 인턴과 논문 저술 경력이 있는 조씨가 다른 수험생에 비해 눈에 띌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부모 경제력이나 지위, 학교 수준에 따라 일반고 학생들이 엄두도 내지 못하는 ‘완벽한’ 학종 준비가 가능했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이같은 폐단을 방지하기 위해 지난 2014년 학교생활기록부에 인턴 등 대외활동이나 수상경력, 논문 저술 경력을 일절 기재할 수 없도록 했다. 교육부는 또 올해부터 학생부 간소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고등학교 1학년부터 달라지는 학생부 기재 방식(일부 고등학생 2·3학년도 적용)에는 ▷수상 경력을 모두 기재하되 대입 자료로 학기당 1개씩만 쓸 수 있고 ▷창의적 체험활동 사항의 자율동아리 활동 기재도 학년당 1개로 제한되며 ▷소논문의 논문명과 작성 기록 폐지 ▷인적사항 내 학부모 정보와 특기사항 삭제 ▷서술식 기재 영역 분량 축소 등이 있다.

그러나 불필요한 ‘스펙 쌓기’를 줄이겠다는 교육부 본래 취지와는 달리 현장에서는 ‘A급 학종’을 만들기 위해 고가 컨설팅 비용을 지출하거나 교수 지인 등의 도움을 받아 대외활동 경력을 쌓는 사례가 적지 않다. 소논문 대신 ‘보고서’, ‘심층연구’ 혹은 봉사활동 시간을 통해 교과활동과 연계된 대외활동을 직간접적으로 나타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학연과 지연, 금전적 여유가 되지 않아 자녀에게 다양한 대외활동의 기회를 주지 못하는 학부모들은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는 게 교육계 일선 현장에서 나오는 얘기다.

그럼에도 학종은 여전히 대학 입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올해 입시에서는 수시 모집인원 26만8776명 중 8만5168명(31.7%)을 학종으로 모집한다. 서울 주요 대학은 물론 대부분의 대학이 학종을 운영하고 있다. 교육당국은 학종에 대한 공정성 논란이 계속되자 지난해 공론화 과정을 거쳐 대입제도 개편을 논의했지만 2022학년도부터 수능 위주의 정시 비중을 30% 이상으로 높이라고 권고하는 데 그쳤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교육부가 논문 실적이나 대외활동을 학생부에 기록하지 못하게 했지만 편법을 써 학생부와 자기소개서에 녹여내고 있는 게 입시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라며 “조씨처럼 일부 특권층만 누릴 수 있는 이력을 입시에 사용하지 못하도록 대입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학들이 학종의 평가 과정과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해 ‘깜깜이 전형’이라는 비판에서도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gre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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