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브랜드 파는 방식 한계 판단
제품개발로 비용 20~30% 낮춰
차별화된 단독 상품으로 승부수

신세계백화점 다이아몬드 PB 브랜드 ‘아디르’ [신세계백화점 제공]

백화점 업계가 직접 물건을 구입해 판매하는 ‘직매입’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경기불황과 온·오프라인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백화점 공간을 빌려주고 수익의 일정 부분을 가져가는 기존 사업 모델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판단에서다. 이에따라 백화점도 기성 브랜드를 그대로 들여와서 파는 방식에서 벗어나 장기적인 상품기획(MD) 전략을 수립해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 기획부터 디자인, 생산까지 직접 참여하는 자체브랜드(PB)를 내놓는 것은 물론, 직접 공수한 상품만을 모아 판매하는 편집매장을 확대하고 있다.

그동안 국내 백화점은 ‘위탁매입’ 방식을 고수해왔다. 백화점이 입점 업체로부터 상품을 외상매입해 판매하고, 판매대금의 일정률을 판매 수수료로 지급받는 방식이다. 남은 재고는 납품 업체로 반품해 부담을 줄여, 손해볼 게 없는 안전한 장사였다. 그러나 유통 채널이 다변화되면서 기존 방식만으론 고객을 끌어오기 어려워졌다. 이제 소비자들은 온라인으로 최저가 상품을 검색하고, 심지어는 해외 직접구매(직구)에 나선다. 소비자가 백화점이라는 유통 단계를 건너뛰고 더 저렴하게 상품을 구매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에 백화점 업계는 자연스레 차별화할 수 있는 단독 상품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직접 PB상품을 개발해 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줄여 가격을 20~30% 가량 낮췄다. 또 MD가 직접 국내외를 돌며 색다른 상품을 발굴해 편집매장에 내놓는다. 모두 직매입 방식으로, 재고 부담도 백화점이 떠안는다. 그만큼 가격 거품을 뺄 수 있고 재고 소진을 위해 파격 할인을 할 수 있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PB상품 개발과 편집매장 확대는 미래를 위한 투자”라며 “2010년대 초반 1%에 불과하던 직매입 매출 비중은 현재 5% 이상으로 확대됐다”고 했다.


PB사업 확장에 가장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은 신세계백화점이다. 신세계백화점은 2016년부터 패션·뷰티 분야에 특화된 PB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우수한 소재로 제작한 고급 상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출시해 인기를 끌고 있다. 여성복 브랜드 ‘일라일’과 다이아몬드 브랜드 ‘아디르’의 지난달 매출은 오픈 한 달 매출과 비교해 각각 159%, 147% 신장했다. 같은 기간 언더웨어 브랜드 ‘언컷’의 매출도 234% 뛰었다. 매장도 늘어나는 추세다. 2016년 5개에 불과하던 PB매장 수는 현재 30개까지 확대됐다. 신세계백화점은 남성정장, 남성복 PB브랜드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식품 PB에 공을 들이고 있다. 프리미엄 가정간편식(HMR) 브랜드 ‘원테이블’은 2017년 출시 이후 1년 만에 60만개 상품을 팔았다. 재구매율도 경쟁사의 HMR 상품보다 두배 가량 높은 62%에 이른다. 이외에도 여성복 PB ‘슬로우 이너프’와 ‘1온스’ 등도 순항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올해 자체 브랜드로 구성된 PB편집매장을 열 계획이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2005년 수입 여성복 ‘엘리든’으로 첫 PB를 내놓았다. 이후 패션, 리빙 등 다양화에 주력했고 2017년 5개 PB브랜드를 합쳐 통합브랜드 ‘엘리든’을 선보였다. 지난해 매출액 기준으로 전년 대비 엘리든 플레이는 47%, 엘리든은 25%, 엘리든홈은 69% 신장했다. 최근에는 안경, 니트 등 상품군 별로 세분화하며 PB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백화점이 직매입 방식으로 해외의 참신한 상품을 모아 파는 편집매장도 ‘매출 효자’로 주목받고 있다. 롯데백화점의 ‘탑스’는 올해 1~6월 매출이 전년 대비 75% 증가했다. 같은 기간 현대백화점의 ‘바쉬’는 40%, 신세계백화점의 ‘분더샵’은 22% 늘었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해외 고급 브랜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관련 매출도 증가하고 있다”며 “MD가 해외에서 뜨는 브랜드를 수시로 바잉해 고객들에게 빠르게 선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백화점 업계는 직매입 상품 비율을 점진적으로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당장 백화점 전체 매출에서 직매입 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낮은 편이지만 점차 늘어날 것”이라며 “백화점이 급변하는 유통업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차별화된 단독 상품으로 승부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로명 기자/dod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