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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즘] 닮은 듯 다른 1990년대, 2020년대
오랜 기간 벗으로 만나는 기자 모임이 있다. 최근 저녁 자리에서 한 기자가 식당에 들어서는 순간, 다들 경악(?)을 금치 못했으니. 보고도 믿기 어려운 그의 변신 탓이다. 귀부터 코밑까지, 얼굴 대부분을 수염으로 뒤덮었다. “대한독립만세”가 어울릴 법한 1900년대 안경은 어디서 구했을지 놀라울 따름이다. 휘둥그레 시선을 체감한 그가 먼저 이실직고했다. “유튜브 때문”이란다. 그 역시 원한 건 아니다. 사실 그는 그리 수염이 어울릴 상도 아니다. 유튜브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어떡하든 ‘튀어야’ 한다. 그날 조우는 언론계의 변화, 생존경쟁에 뛰어든 그를 위로하는 한 잔으로 시작했다.

언론산업은 플랫폼 변화를 체감하는 대표 직종 중 하나다. 페이퍼는 포털 사이트로, 이젠 유튜브로 숨 가쁘게 옮겨다닌다. 비단 언론계만의 현실은 아니다. 2020년을 목전에 둔 오늘날 주된 성장 동력엔 ‘플랫폼 산업’이 있다. 미국 S&P500 시가총액 상위 1~5위는 FANG, MAGA 등으로 재편된 상태다. 정보(구글), 거래(아마존), 소통(페이스북), 문화(넷플릭스) 등 플랫폼 비즈니스는 기존 산업보다 한층 더 일상 속으로 파고든 게 특징이다. 그래서 더 공고하다. 삶의 습관을 바꿔놓기 때문이다. 여기에 우버로 대표되는 ‘공유경제’까지 차세대 플랫폼 산업으로 떠올랐다.

2020년대 플랫폼 열풍은 1990년대 IT 열풍을 연상케 한다. 당시 미국은 유례없는 호황기를 겪었고, 인터넷 등장과 함께 IT 혁신이 사회적 화두로 떠올랐다. 완화적인 통화정책, 저금리 기조 등도 당시와 유사하다. 1990년대 IT기업들은 뚜렷한 수익구조를 창출하지 못했음에도 주가는 계속 오르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최근 상장한 우버는 최근 3년간 100억 달러(약 11조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국내 유통업의 지각변동을 이끌고 있는 쿠팡은 누적적자가 3조원에 이른다. 요는, 현재의 수익성보다는 미래의 영향력에 시장이 주목하고 있다. 이 역시 1990년대 IT 열풍과 비슷하다.

우린 1990년대를 쓰라린 기억으로 반추한다. 정부는 1997년 외환위기 극복 카드로 IT 열풍을 꺼내 들고 갖가지 벤처기업육성책을 쏟아냈다. 돈이란 돈은 IT벤처로 쏠렸고, 특정 종목 주가수익비율(PER)이 9999배라는 희대의 기록까지 양산했던 때다. 그리고 ‘열풍’은 ‘버블’로 기록된다.

2020년 플랫폼 열풍을 버블이 아닌 신성장동력으로 자리잡으려면 1990년대를 반면교사할 필요가 있다. 우선 수익성이다. 당장의 수익성을 담보하지 않더라도 유의미한 비전에 기업과 시장 모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공유경제는 운전자 수수료가 수익성 걸림돌이지만, 자율주행 시대가 도래한다면 이는 더이상 논란 대상이 아니다. 이미 우버는 기업공개 자금 대부분을 자율주행 개발에 투입할 계획을 수립했다.

변화를 주도하는 주체도 정부가 아닌 현장이 돼야 한다. 타다 적법성 논란, 카카오카풀 서비스 논란 등 현재 국내 플랫폼 산업을 보면 사실상 키는 정부 손에 있다. 1990년대에도 키는 정부에 있었다. 당시엔 부흥을, 지금은 규제를 꺼내 들고 있다는 게 다를 뿐이다. 최소한 사업을 실행해볼 기회조차 제공받지 못하는 한국 플랫폼 산업은 이미 세계 경쟁에서 뒤처질 조짐이다. 

김상수 IB금융섹션 IB증권팀장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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