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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길용의 화식열전] 한진그룹 이번에도 ‘비밀병기’는 정석기업
총수일가 지배 ‘개인기업’
조현민 복귀처 의미 상당
자금력 막강, 선택지 많아
강성부 꺾을 ‘비대칭전력’



조현민 진에어 전 부사장이 세간의 따가운 시선을 감수하면서까지 한진그룹 경영에 복귀한 배경에 대한 관측이 난무하다. 조원태 한진칼 대표, 조현아 칼호텔네크워크 전 대표 등과의 후계구도에 대한 관심이 가장 높다.

하지만 분할상속이 완료될 때까지는 최대 5년이 걸릴 수 있다. 현 시점에서 오히려 주목할 부분은 이들이 행동주의 펀드 KCGI에 어떻게 맞서느냐다. 이번에도 역시 정석기업이 핵심이다.

한진그룹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되기 전인 2013년까지만 해도 조양호 회장 등 총수일가가 지배하는 정석기업이 (주)한진의 최대주주였고, (주)한진이 다시 대한항공을 지배했다. 대한항공은 정석기업 지분도 보유했던 전형적인 순환출자 구조였다. 이후 대한항공과 정석기업이 각각 인적분할을 단행하면서 주요 계열사 지분이 지주회사인 한진칼로 집중된다.

정석기업은 한진칼 지분율이 48%가 넘지만, 총수 일가와 이들이 지배하는 재단 등의 지분율이 과반이상이다. 개인 2대주주인 이태희 변호사는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자의 맏사위로 조 회장의 매형이자, 법무법인 광장을 세운 거물 법조인이다.

정석기업 이사회에 조 회장의 부인인 이명희 일우재단 전 이사장이 이름을 올리고 있는 점도 눈길을 끈다. 조원태 대표도 사내이사다. 조양호 회장의 등기임원 자리가 비어있는 만큼 조현민 부사장이 이를 채울지 눈여겨 봐야한다.

정석기업은 부동산 관리회사로 한진그룹 계열사에 건물을 빌려주고 임대료를 받는 사업구조다. 주차장 운영과 사무지원, 선박임대 등도 영위한다. 지난해 427억원 매출에 영업이익 134억, 순이익 104억원을 기록했다. 자본총계는 2160억원 수준이지만, 지난해 말 배당가능 이익잉여금(임의적립금+미처분이익잉여금)은 1870억원 가량이다. 현재 지분율로도 총수 일가는 약 1000억원대의 배당을 받을 수 있다. 1800억원대의 미처분이익잉여금(1분기말 별도기준)을 보유 중인 한진칼도 정석기업에서 거액의 배당을 받으면 자사주 매입 등을 위한 자금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 정석기업은 취득가 1600억원대의 토지 가치를 장부상 재평가하지 않고 있다. 보유기간이 상당해 이를 팔거나 재평가 한다면 상당한 이익을 발생시킬 수 있다.

정석기업은 총수 일가의 한진칼에 대한 지배력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지렛대 역할이 가능한 곳이다.

조 회장이 남긴 (주)한진과 정석기업 지분으로 한진칼 지분을 확보하는 방법이 가장 단순하다. 2015년 조 회장 지분을 정석기업이 자사주로 매입했던 가격이 1주당 29만6966원이다. 이 값이면 현 시가로는 약 1400억원 남짓이다. 주식 맞교환이나, 매각 등이 가능하다. 세금 등을 고려할 때 이렇게 추가확보할 수 있는 한진칼 지분율은 5%포인트 미만이다. 자산재평가까지 단행한다면 주식 가치는 더 높아질 수도 있다.

정석기업을 그룹 지배구조 정점으로 끌어올리는 방법도 상정할 수 있다. 상호출자를 피하기 위해 한진칼이 보유한 정석기업 지분을 처리해야 한다.

정석기업이 한진칼 보유지분을 자사주로 매입하는 방법도 있다. 어떤 방법이든 정석기업이 한진칼을 지배하는 구조가 되면 향후 KCGI와의 지분대결에서 우위에 설 가능성이 커진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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