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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길용의 화식열전]조괄의 장평대전...오영식의 코레일 KTX
화려한 학력, 든든한 배경
현장경험 없어도 자신만만
한순간 실수가 치명적될수
’선무당‘ 위험 늘 경계해야 

[헤럴드경제=홍길용 기자] 기원전 262년부터 260년까지 초강국 진(秦)의 65만 대군과 중원의 강자 조(趙)의 50만 대군이 맞붙었다. 삼국시대 적벽대전, 남북조시대 비수대전과 함께 중국 고대 ‘3대 대전(大戰)’의 하나로 평가되는 장평대전(長平之戰)이다. 전국시대의 운명을 바꾼 역사적 전투다.

진의 왕흘(王訖)은 조의 최고 명장이던 염파(廉頗)에 고전한다. 대규모 원정인데, 지구전을 펼치니 마음은 급하고 군사들의 사기는 떨어졌다. 백전노장 염파는 전혀 빈틈을 보이지 않았다. 진의 재상이던 범수(范睢)가 수를 낸다. 우선 은밀히 백전노장 백기(白起)를 주장(主將)으로 교체하고 왕흘을 부장으로 내려 앉인다. 조에는 세작을 보내 ‘진이 두려워하는 것은 명장 조사(趙奢)의 아들 조괄(趙括)이다’라는 소문을 퍼뜨린다.

조괄은 병법에 능통하다고 자부하는 인물이다. 하지만 실전경험이 없다. 그의 부친인 조사가 일찌기 그를 걱정해 유언을 남긴다.

“사람의 목숨을 가볍게 여기는 조괄을 장군으로 쓴다면 전투에서 패배할 것이다”

하지만 조는 염파(廉頗) 파면하고 조괄에게 지휘를 맡긴다. 장평대전 발발 당시 조나라는 33년간 나라를 이끌던 혜문왕의 뒤를 이어 효성왕이 집권한 지 4년차 때였다. 새 지도자는 ‘업적’에 갈증나기 마련이다. 더군다다 염파가 펼친 ‘지구전’은 원정군인 진나라의 힘을 빼는데 효율적이지만, 조의 재정에도 상당한 부담이었다. 애초부터 무장이던 염파와 달리 조괄의 부친인 조사는 세금 걷는 관리 출신이다. 경제계급의 목소리를 반영한 인사로도 볼 여지가 있다.

장평대전도 ‘경제전쟁’이었다. 진의 공세에 국토가 둘로 나뉜 한(韓)의 고립된 부분이 17개의 성이 위치한 ‘상당’지역이었다. 진에도 가깝지만 조와 붙은 곳이다. 한은 이를 조에 바치면서 자신들에게 향하던 진의 칼 끝을 돌리려 했다. 젊은 군주 효성왕은 ‘큰 땅’에 눈이 멀어 상당군을 접수했다. ‘다 잡은 고기’를 놓치게 된 진은 발끈했다.

결과는 조의 패배다. 조괄은 무리한 공격을 펼치다, 보급로가 끝긴다. 굶고 싸울 수는 없는 법이다. 조괄과 40만 군대는 항복한다. 진은 이들을 모두 생매장시킨 것으로 사기(史記)에 전한다. 40만명의 젊은 인구를 잃은 조는 군사력 뿐 아니라 경제력도 급격히 쇠락한다. 반대로 진은 전국시대 통일의 기반이 될 중원 진출을 이룬다.

삼국지의 유명한 고사인 읍참마속(泣斬馬謖)도 비슷한 교훈이다. 마속이 아무리 제갈량(諸葛亮)에게 많이 배웠다고 해도, 단독으로 군대를 이끌고 작전을 수행한 경험이 없어 가정(街亭) 전투에서 결정적 패착을 둔다. ‘어설픈’ 전문가를 기용했다 낭패를 본 사례는 역사적으로도 수없이 많다.

강릉에서 KTX 탈선사고가 있었다. 코레일은 ‘기온’을 이번 사고의 원인으로 일단 의심했지만, 엄밀히 ‘장비’와 관리가 잘못됐다고 했어야 옳다. 겨울이면 영하 20~30도가 예사인 강원도다. 고작 12월 초 추위에 사고가 났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이 정도 '변명'이 나올 정도면 최고경영자의 자질을 의심해볼 만 하다. 대중교통 가운에 유일하게 안전벨트가 없는 수단이 철도다. 가장 안전해야 한다는 뜻이다. 시속 250km가 넘는 KTX다. 안전은 전문성에서 나온다. 특히 현장경험이 중요하다.

오영식 코레일 사장은 국내 최고 사립명문 법학과를 나왔고, 금융경제학 석사다. 경영학 박사과정까지 수료했으니 경영에 문외한이라고는 할 수 없다. 대학시절 총학생회장과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의장까지 했으니 리더십이 없다고 단정 짓기도 어렵다. 3선 의원을 할 정도로 정치력 상당하다. 그래도 철도인은 아니다. 역대 코레일 사장과 철도청장을 보면 권력의 ‘정무적’ 판단으로 부임한 이들이 적지 않다. 총선에 실패한 후 큰 공기업 사장 하면서 자금력과 조직을 키우고 이후 다음 선거에서 승리를 준비하는 모델은 꽤 익숙하다.

코레일이 민간기업은 아니지만, 어설픈 전문가를 내세우는 조직에서 나타나는 문제점을 살피는 사례로는 유용해 보인다. 본업 보다 잿밥에 관심이 많은 야심가가 경영하는 조직의 사례로도 적당해 보인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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