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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길용의 화식열전] 2.2조로 일본 주주에 보답한 신동빈
롯데케미칼 롯데지주로 편입
일본롯데 임직원에 ‘대박’ 기회
본인도 배당 ‘화수분’도 마련해
호텔롯데 상장 ‘마지막 퍼즐’로

[헤럴드경제=홍길용 기자]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집행유예로 출소하자마자 롯데케미칼을 롯데지주로 편입했다. 롯데지주가 호텔롯데와 롯데물산이 보유한 롯데케미칼 지분을 현금을 주고 사는 방식이다. 유통부분에서만 이뤄졌던 지주체제 전환 작업이 다른 사업부문으로 확산된다는 점에서 예견됐던 수순으로도 볼 수 있다.하지만 그 방식을 들여다보면 신 회장이 자신을 끝까지 지지해 준 일본롯데홀딩스(이하 일본롯데) 주주들에게 ‘신세’를 갚으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일본롯데는 현재 일본인 임직원들이 실질적인 지배주주들이다.

롯데케미칼은 시가총액이 10조원에 달하는 그룹 내 최대규모의 상장사다. 지배주주는 롯데물산(31.3%), 호텔롯데(12.7%)다. 두 회사 모두 일본 롯데가 지배한다. <지배구조도 참조> 롯데지주는 지주사여서 자회사 지분이 자산의 대부분이다. 올 상반기말 자체 보유 유동자산은 채 800억원이 안된다. 이 때문에 롯데캐미칼을 지주로 편입하는 방법으로는 계열사 지분 맞교환 등이 유력하게 점쳐졌다. 결국 금산분리를 단행해야 할 롯데카드를 일본에 넘기고 대신 롯데케미칼 지분을 받아오는 방법도 가능했다. 하지만 신 회장의 선택은 달랐다. 롯데지주는 이번 거래를 위해 무려 2조3000억원을 단기 차입했다. 이 가운데 5000억원은 어음을 발행해 끌어온 초단기 차입이다. 한국 롯데에서 발생할 미래 연금흐름을 바탕으로 돈을 빌려 일본 주주들이 지배하는 롯데케미칼 대주주들에게 거액을 안겨준 셈이다.


일본롯데는 배당을 통해서든, 아니면 상장을 통해서든 호텔롯데와 롯데물산에서 막대한 현금을 손에 쥘 수 있다. 이 두 회사의 사업기반이 한국인 점, 일본롯데 현재 임직원들의 주주권이 영속적이 않다는 점(퇴직시 주주권 상실) 등을 감안하면 지속적인 지배보다는 적정시점에서의 ‘현금화’가 최선이다.

이제 남은 가장 중요한 작업은 호텔롯데 상장이다. 호텔롯데 상장이 이뤄지면 이 과정에서 일본롯데 지분율을 낮출 수 있고, 신 회장은 지분율을 높일 기회를 잡을 수 있다. 호텔롯데를 지배하면 현재 일본롯데와 공동소유 형태인 한국 롯데그룹 경영권은 오롯이 신 회장 차지가 된다.

신 회장은 이번 거래에서 향후 호텔롯데 지분확보를 위한 큰 포석도 선보였다. 롯데지주의 자본잉여금을 이익잉여금으로 전환시켜 배당가능 이익을 크게 높인 점이다. 신 회장은 롯데지주 지분 10.5%를 가진 최대주주다. 배당이 늘어나면 가장 큰 수혜를 얻을 수 있다. 자본잉여금을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하기 위한 자기주식 소각이 이뤄지면 신 회장의 지분율은 11.7%까지 높아진다. 연매출 16조원, 연간 순이익 2조원 이상에 10조원대 이익잉여금까지 가진 롯데케미칼이 롯데지주 아래로 편입되면 신 회장 등 주주들의 배당가능 이익은 더욱 늘어날 수 있다.

춘추시대 두 번째 패자(覇者)인 진(晉) 문공(文公)은 오랜 국외 망명생활 끝에 군위에 올랐다. 그는 방랑기간 중 그에게 도움을 준 이와 해를 가한 이들에 상과 벌을 내린다. 문공이 밝힌 포상 기준이다.

“인의로써 나를 인도하고 또한 덕을 베풀어 나를 지켜준 사람에게는 일등상을, 모범이 되는 행동으로 보좌하여 나로 하여금 군왕에 오르게 한 사람에게는 이등상을 내렸다. 한마지로(汗馬之勞)를 다해 나의 생명을 지켜준 사람에게는 삼등상을 내렸다”

일본롯데 임직원들은 창업자와 그 아들들 가운데 지분율이 가장 낮은 신 회장을 줄곧 지지했다. 특히 신 회장이 법정 구속된 상태에서도 끝까지 지지를 유지했다. 이들의 지지가 없었다면 신 회장의 한국 롯데 경영권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을 지도 모른다. 신 회장에게는 일등상 감일 수 있겠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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