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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길용의 화식열전] 힘 뽐내던 1969년 미국…2018년에는
1969년 미국은 소련을 제치고 인류최초의 달 착륙에 성공했다. 보잉은 초대형 여객기 747을 개발했다. 닉슨 독트린에도 월남전은 절정을 이룬다. 히피족이 등장하고, 우드스탁 록 페스티벌이 시작된다. 2018년 미국의 실업률이 20세기 가장 힘을 뽐내던 바로 그 해 이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낮은 실업률은 그만큼 경제가 좋아서다. 한동안 꿈쩍 않던 임금까지 오르는 추세다. 금리가 오르는 건 당연하다. 이젠 경기과열을 막기 위해 연준이 정책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미국 금리가 오르면 달러 강세다. 신흥국은 통화가치가 하락하지만 반대로 대미(對美) 수출경쟁력이 개선된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자유무역’이 룰(rule)일 때다.

지금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장벽을 높이고 있다. 올 들어 미국 금리가 오름세를 보였음에도, 한미 금리역전 폭이 커졌음에도 외국인들은 한국 채권을 사들였다. 미국보다 금리는 낮지만, 경제 경상흑자로 인한 달러공급이 탄탄해 원화는 향후 오히려 강세를 보일 수 있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아주 최근 외국인 움직임이 조금 달라졌다. 9월 올 들어 처음으로 채권보유액이 줄었다. 이달 들어서는 금리가 급등하면서 국내 금리와 환율도 오름세로 돌아섰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도 높아졌다. 무역흑자 ‘일등공신’ 삼성전자는 사상 최고 실적에도 주가가 부진하다. 반도체 경기가 둔화돼 무역흑자가 줄면 원화강세 전망도 약해질 수 밖에 없다. 한미 금리역전에도 유입됐던 외국인 채권자금에는 비우호적인 환경이다.

요즘 미국에서는 사상 최장의 랠리를 이어가며 역대급 호황을 누려온 주식과 채권시장에 거품이 커질 만큼 커졌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렇다고 거품 붕괴로 미국 경제가 절단 난다는 뜻은 아니다. 원래 금리상승은 주식과 채권에는 악재다. 거품이 가라앉으면 팽창했던 투자 포트폴리오를 줄이고 안전자산 중심으로 재편하기 마련이다. 외국인들이 터키나 남미 국가에서는 ‘불안해서’ 자금을 회수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돈 빼기 쉬워서’ 포트폴리오를 줄일 수도 있다.

‘달러강세→신흥국 통화가치 하락→외국인 이탈→금융위기’의 1997년 ‘프레임’이 2018년 대한민국에서 재현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우리나라는 신흥국 보다는 선진국에 조금 가깝다. 선진국들이 겪었던 금융위기는 상당부분 ‘가계부채’ 또는 ‘재정적자’다. 재정은 아직 선진국에 비해 꽤 안정적이다, 문제는 가계부채다. 당장은 관리범위 이내로 보이지만 금융시장의 불안이 겹칠 때가 중요하다.

미국도 우량시장이 아닌 ‘비우량(sub-prime)’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유럽 재정위기도 글로벌 금융위기로 촉발됐다. 당분간 금리는 오를 수 밖에 없다.

대부분의 ‘경제역경’이 금리상승기에 나타났다. 경제성장을 담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마냥 저금리 상태에 머물 수도 없다. 이제는 어떻게 가계부채를 관리할 것이냐가 중요하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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