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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발암물질 고혈압약 사태’가 남긴 교훈
최근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 외래 진료실 앞에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고혈압약 판매 중지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누군가는 만시지탄(晩時之歎)이라 할 수도 있겠다. 그래도 할 말은 해야겠다. 시간을 지난 7일로 돌려 보자. 주말이었다. 당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해외에서 발암 가능 물질인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이 들어간 것으로 확인된 원료 의약품 발사르탄으로 만든 고혈압 치료제 제품들에 대해 잠정 판매ㆍ제조 중지를 내렸다. 유럽의약청(EMA)이 지난 5일 ‘중국 제지앙화하이에서 제조한 발사르탄에서 발암성 불순물(NDMA)이 검출됐다’고 발표한 데 이은 후속 조치였다.

결론부터 말하면 식약처가 해당 조치를 내리기로 긴급하게 결정한 것은 적절했다. 발암물질 검출량과 위해성이 확인되지 않았지만 환자의 불안을 고려, 같은 날 오후부터 해당 제품에 대한 의사의 추가 처방을 막기 위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의약품 안전사용서비스 시스템에 ‘처방금지’ 경고 문구가 뜨도록 한 것도 당연한 조치였다.

다만 이 같은 절차 속에서 국민, 특히 고혈압 환자의 불안과 혼란이 초래될 수 밖에 없었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주말에 이뤄진 조치임을 감안해도, 보건복지부의 추가 후속 조치가 내려진 지난 9일 오후까지 약 사흘간 환자와 병ㆍ의원 등 의료기관, 약국은 보건당국이 언제 새로운 조치 방안을 발표하는지 그저 목 빠지게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해당 기간 동안 환자는 발암물질이 포함됐을 지도 몰라 마음에 걸리는 약을 복용할 수 밖에 없었다. 막상 병원이나 약국에 약봉지를 들고 달려가거나, 전화를 해도 해당 병원과 약국은 환자에게 해 줄 수 있는 이야기가 딱히 없었다. ‘우리 병원(약국)에서는 해당 약을 처방(조제)하지 않았다’, ‘정부 추가 조치를 기다리고 있다’ 정도 외에는….

특히 식약처는 혼란을 부추겼다. 첫 발표 때 고혈압 치료제 82개사 219개 품목에 대해 잠정 판매ㆍ제조 중지를 내렸다가, 이틀이 지나 ‘104개 제품(46개사)이 해당 물질을 함유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이들 제품의 판매ㆍ제조 중지 조치를 해제했다’고 밝혔다. 미리 파악하지 못해 환자를 헷갈리게 하고 만 것이다.

복지부도 ‘책임’에서 자유롭지는 못하다. 식약처와 빠른 사전 협의를 통해 각급 병원이 환자를 받기 시작한 첫 평일인 지난 9일 아침부터 해당 약 교환 방법 등 추가 후속 조치가 마련돼 있어야만 했다. 결국 지난 9일 하루 동안 해당 약을 복용해 왔던 환자들은 적게는 수천원부터 많게는 수만원까지 본인부담금을 내고 약을 교환해야만 했다.

‘직접 환자를 진료하는 의료계와 사전 협의 없이 발표해 혼란을 초래했다‘는 일부 의료계와 정치권의 이야기를 보건당국은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아울러 이제는 이 같은 상황이 재발되지 않도록 향후 조치가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 우선 중국산 원료 의약품에 대한 전면 점검이 필요하다. 이번에 문제가 된 원료 의약품의 경우 제조ㆍ공정 과정이 바뀌면서 불순물이 유입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제조ㆍ공정 과정이 바뀌면 제약사가 자진 신고하도록 한 현행 제도로는 이번 같은 사태의 재발을 막기 어렵다. 지난해 전체 원료 의약품 수입액의 30%는 중국산(5억5226만달러)이었다. 우리나라가 수입하는 원료 의약품 중 1위가 중국산이다. 식약처는 중국산 원료 의약품의 안전성을 전면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번에 문제가 된 의약품이 인체에 어떤 위해를 끼칠 수 있는지도 식약처는 살펴봐야 한다. 식약처는 현재 발암물질을 함유한 제품에 대한 검사만 진행하고 있을 뿐이다. 발암물질이 함유된 발사르탄의 심각성이 어느 정도인지, 약물을 복용하고 있는 환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등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식약처는 EMA 등 해외 기관과 협조는 물론 자체 조사를 통해 발암물질의 위해성 여부와 검출량에 대해 분석해야 한다는 것이 상당수 환자와 의료계의 목소리다. 이들 조치가 선행됐을 때 환자의 불안이 줄어들 것이다.

복지부도 마찬가지다. 향후 비슷한 상황이 다시 발생했을 때 환자에게 혼란을 주지 않도록 약 교환 방법, 교환된 약에 대한 국민건강보험 적용ㆍ본인부담금 납부 여부 등에 대한 매뉴얼을 미리 만들어 환자와 병ㆍ의원, 약국의 혼란을 덜어 줘야 할 필요가 있다. 

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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