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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설경에 취한 사이…손발 ‘凍凍’
섭씨15도이하 체온유지 과정서 발생…동상 90%는 손발 차지…40~42도 물에 20~30분간 담그면 좋아

#등산이 취미인 황모(48) 씨는 이달 초 자신이 총무를 맡고 있는 산악회의 회원들과 오대산에 올랐다. 황 씨는 20년 가까이 산을 탄 ‘베테랑 등산가’였다. 아이젠 등 각종 겨울용 등반 장비도 물론 갖췄다. 여느 때처럼 자신 있게 겨울 산행을 다녀온 황 씨와 회원 10여 명은 낭패를 겪어야만 했다. 손, 발,귀, 뺨 등에 감각이 없어지더니 빨갛게 물집이 생겼다. 병원 진료 뒤 그가 의사에게 들은 병명은 바로 ‘동상(凍傷)’이었다.

최근 경제 수준이 높아지면서 우리나라에서도 겨울에 동상으로 고생하는 사람이 드물어졌다. 주거, 의료 등 각종 환경이 개선되고 개인 영양상태가 좋아진 덕이다. 이렇게 빈곤층 동상 환자가 감소하는 반면 황 씨처럼 스키, 스케이트, 등산 등 겨울철 레저 활동에서 동상을 얻어 오는 사람은 늘고 있다. 겨울철 레저 활동 중 강추위에 오래 노출돼 손, 발 등 말단 부위가 무감각해진다면 동상을 의심헤 봐야 한다.

최근 스키, 등산 등 겨울철 레저 활동 중 추위에 노출되면서 동상에 걸리는 사람이 늘고 있다. 추위 쫓는다고 술을 마시는 것은 감각을 둔하게 해 동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지난
17일 눈 내린 광주 동구 무등산에서 등산객들이 설경을 휴대전화에 담고 있다. [연합뉴스]

▶동상의 90%는 발에서 발생=동상은 심한 추위에 노출된 몸의 혈관이 손상을 받아 피 속 액체 성분이 혈관 밖으로 빠져나가게 되며 시작된다. 인체는 섭씨15도 이하에서는 피부에 가까운 혈관이 수축해 체온을 유지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이때 혈액의 고형 성분이 상대적으로 많이 남게 돼 혈관이 막히게 돼, 막힌 혈관의 하부 부위는 혈액이 도달하지 못해 세포와 조직이 죽게 되는 것이 동상이다. 동상은 발병하면 차가워진 세포와 세포 사이에 얼음덩어리를 생성시킨다. 이 얼음덩어리가 주위의 조직을 파괴, 향후 각종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이에 대해 임경수 서울아산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신체 조직은 섭씨 영하 2도 이하가 되면 얼기 시작, 세포 내에 얼음 결정이 생겨 손상이 발생한다”며 “이들 세포가 재가온되면서 세포가 터져 추가적인 손상이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처럼 동상이 일으키는 각종 해로운 효과는 기온보다 추위 노출 기간과 밀접한 상관관계를 갖는다”며 “동상 예방을 위해서는 가능한 한 추위에 노출되는 시간을 줄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동상은 심장에서 멀리 떨어진 말단 부위, 손, 발, 뺨, 귀 등에 많이 발생한다. 추위에 오랜 기간 노출돼 동상이 발병, 부종이 생긴 손. [헤럴드경제DB]

음주, 노숙, 정신 질환 등 판단을 흐리게 하는 요소도 동상의 위험요인이 된다. 외국의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동상에 걸리기 쉬운 경우는 알코올 섭취, 노숙, 차량등의 난방 기구 고장, 정신 질환, 동맥경화, 당뇨병, 흡연 등이 손꼽혔다. 동상이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부위는 발이다. 실제로 호발 부위 중 손과 발이 전체의 90% 정도를 차지한다. 심장에서 멀리 떨어진 신체 부위나 추위에 노출되는 귀, 코, 볼 등에도 동상이 일어날 수 있다.

가장 흔한 동상의 증상은 무감각으로, 전체 환자의 75%를 차지한다. 초기에는 가벼운 건드림, 통증, 온도에 대한 감각의 손실이 온다. 지각 마비(무감각증)는 심한 혈관이 수축돼 손상되면 나타난다. 임 교수는 “부분적인 조직 손상 시에는 간헐적 통증이 생길 수 있다”며 “정상 감각, 따뜻함, 수포가 초기에 생기는 경우에는 좋은 예후를 나타내지만, 출혈성 수포, 부종 형성이 안 되는 경우에는 예후가 나쁘다”고 했다.

동상과 비슷한 질환으로, 상대적으로 가벼운 동창(凍瘡)이 있다. 동창은 우리 몸이 차고 습한 환경에 노출이 됐을 때 발생하는 조직의 손상으로, 종종 동상과 혼동돼 사용된다. 임 교수는 “몸이 찬 환경에 노출되면 피부의 모세혈관계가 손상을 입게 돼 피부에 발적(홍반), 가려움, 염증 등이 유발돼 동창이 발생한다”며 “예방을위해서는 찬 기온에서 손과 발을 따뜻하게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추위 쫓고 열 낸다고 ‘한잔’…무감각 심해져 악화될 수도=동상은 심할 경우 해당 부위를 절단해야 할 정도로 무서운 병이다. 예방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추위에 노출되는 것을 피해야 한다, 어쩔 수 없다면 방풍ㆍ방한용 의류를 최대한 갖춰야 한다. 또 물기가 증발하며 주위로부터 열을 빼앗아 가므로 젖은 의복이나 장갑 등은 바로 갈아 입어야 한다.

임 교수는 “흡연은 혈관을 수축시켜 피부 온도를 낮추는 작용을 하므로 추운 곳에서는 절대 금하는 것이 좋다. 음주도 처음에는 열이 나는 듯 하지만, 궁극적으로 열 손실이 많아지고 과음했을 경우 주변의 기온에 대한 감각이 무뎌지므로 삼가야 한다”고 말했다. 대신 몸을 많이 움직여 주고 추위에 노출된 부위를 자주 움직여 주면 체온이 증가돼 동상 예방에 도움이 된다.

손, 발 등이 추위에 오래 노출됐다면 빨리 따뜻하게 해 주는 것이 상책이다. 이에 대해 임 교수는 “40~42도 사이 따뜻한 물에 해당 부위를 20~30분간 담가 신속하게 가온해 주는 것이 가장 좋다”며 “해당 온도 범위를 벗어난 물은 조직 손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보고가 있다. 또 건조하면 화상을 입힐 수 있다”고 했다.

통증이 심하면 진통제를 복용해야 한다. 피부가 녹으면 혈액 응고 억제제, 항염증제, 항생제 등의 치료를 할 수 있다. 일부 괴사 조직을 제거할 수도 있다. 고단백 식사와 금연은 치료에 도움이 된다. 임 교수는 “항간에 떠도는 민간요법으로 ‘차가운 것은 차가운 것으로 푼다’며 동상 부위를 눈 속에 집어넣거나 찬물에서 가온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금물”이라며 “손상 부위가 무감각해지고 주위가 약간 벌겋게 가려운 정도인 동창이 아니라면 병원 치료를 원칙으로 한다”고 강조했다.

병원에 가기 전에는 환자의 젖은 옷을 벗기고 동상 부위를 움직이지 않게 해야 한다. 마찰로 열을 낸다고 손상된 부위를 서로 비비거나 마사지하는 것은 이차적 손상을 가져올 수 있으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임 교수는 “점진적이고 부분적인 해동은 오히려 화를 부를 수 있다”며 “완전히 (동상)부위를 해동시킬 수 없다면 현장에서 해동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했다. 

신상윤 기자/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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