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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3000억 공항 살리기에 1兆 쓰는 정치인을 위한 동판 헌사
3000억원짜리 고추 건조장을 되살리기 위해 1조원을 추가로 투입한다. 배보다 배꼽이 3배 커진 셈이다. 무안공항을 경유하는 것으로 결정난 KTX 호남선 이야기다.

공무원 증원과 최저임금 인상액 국고보조 등으로 논란이 많았던 내년도 예산안이 확정된 5일, 국회 한쪽에서는 1조원이 넘는 추가비용이 들어가는 KTX 호남선 노선 확정을 두고 자화자찬에 바빴다. 지역구 주민들에게 자신의 공을 알리기에 여넘없는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의원들이다.

하지만 국내선 하루 2~3편, 국제선 하루 4편 정도가 전부인 3000억원 짜리 무안공항에 KTX가 들어온다 해서 무인(無人)공항이 진짜 국제공항으로 되살아날지는 의문이다. 이런 이유로 무안 경유안을 11년 동안 반대했던 재정당국도 정권 교체와 함께 찬성으로 돌아서며 “2020년에는 230만명으로 연 이용객이 늘고 항공복합산업 활성화 효과 등이 기대된다”고 자위했지만, 암만 봐도 이웃 일본에 흔한 비행기 단 한대도 안뜨는 지방공항이 먼저 떠오를 뿐이다.

광주에서 무안공항까지는 차로 30분에서 1시간이 걸린다. 서울에서 인천국제공항까지 가는 시간거리와 비슷하거나 더 짧다. 몇십분 거리가 멀어서 서울가서 비행기타던 사람들이 KTX역까지 가서 기차타고 무안공항으로 발길을 돌린다는 보장은 그 어디에도 없다. 차라리 저 돈으로 호남 광주에서 무안공항으로 가는 승객들의 택시비를 보조하는게 더 효과가 높을지도 모른다.

오히려 약 7만여 명인 무안 사람들이 인천공항으로 가서 비행기를 타는 편의성을 언급했다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사실 이마져도 지금도 텅텅 비어가는 지방행 인천공항 KTX를 보면 의문이지만.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왼쪽)와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가 지난달 29일 호남선 KTX의 무안공항 경유를 골자로 하는 예산안을 논의하기 위한 공동정책협의회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제는 1조원으로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노선 우회를 위한 예산이 확정되자 지역에서는 기다렸다는 듯이 “무안국제공항 주변 항공복합산업(MRO) 활성화, 항공기 취항을 위한 활주로 연장 등 공항시설 여건 개선도 될 것”이라는 기대를 내놨다. 돈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3000억짜리 공항이 이제 1조를 넘어 활주로를 추가로 깔고, 또 타 지역에 있는 비행기 정비, 제조공장을 끌어오기 위한 수십조원의 혈세를 더 먹는 하마로 거듭나겠다는 진지한 출사표다.

과연 저 돈이 진짜 내 돈이였다면, 저렇게 투자했을지 의문이다. 차라리 코스닥에 흔한 잡주를 사고팔거나, 로또를 사는게 수학적으로 더 이득이다. 내가 안쓰면 다른 곳에서 쓸 정부예산, 즉 눈먼 돈이기에 가능했던 결정이다.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다. 그래서 과거에도 흔했던 저런 잘못된 행위, 즉 ‘적폐’가 지금도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이번을 마지막으로 정치인들의 예산 낭비를 더 이상 허용하지 않아야 한다면, 그들의 이름과 얼굴을 영구 보존 가능한 동판으로 만들어 KTX 역사마다, 또 공항에 걸어놓는건 어떨까.

해당 의원과 관료, 그리고 청와대 인사들도 반대하지 않을 법하다. 지역민들을 위한 홍보수단으로 최고기 때문이다. 동판 값은 1조원에 비하면 새발의 피다.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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