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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유명 외고 시험지 유출 ‘논란’ 일파만파…경찰 수사 착수
-영어 중간고사 30문항 중 27개 모 학원자료 동일
-학교 “재시험 치를 것”…학생들, “보안 못 믿어”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 서울 시내의 한 외국어 고등학교에서 중간고사의 시험지 일부가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11일 서울 도봉경찰서에 따르면 A 외고는 최근 치러진 1학년 중간고사 영어 시험지가 인근에 위치한 B 영어학원을 통해 유출된 경위를 파악해달라며 학원을 상대로 고발장을 접수했다.

경찰 관계자는 “학원 측이 문제의 시험지를 일방적으로 훔친 것인지, 학교 측 내부자가 시험지를 몰래 유출시킨 것인지 수사를 통해 밝혀낼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과 교육당국의 설명을 종합하면 지난달 말 치러진 1학년 중간고사에서 영어2 과목의 시험지 30문항 중 27개가 B 영어학원이 시험 직전 학생들에게 나눠준 시험 자료와 동일한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지에 나온 속담 유형이나 서술형 문제까지 모두 같은 것으로 전해졌다. 

[헤럴드DB]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합니다.

해당 학교의 1학년생이라고 주장하는 한 누리꾼은 “문제의 학원이 나눠준 기출 문제가 이번 중간고사 시험 문제와 일치한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해당 학원에 다니는 학생들한테 물어보려고 연락했지만 잠수를 타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저번 시험 때도 서술형 문제까지 정확하게 찍어줬다는데 이것이 사실인지 확인하고 싶다”며 분노를 드러냈다.

학교 내부 소식에 정통한 한 관계자도 “이번 시험 유출 문제로 학교가 뒤집어졌다. 피해 학생들은 유출 사태를 거의 사실로 믿고 있어 학교에 대한 불신까지 생긴 상황”이라며 “유출 경위가 하루 빨리 밝혀지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2일 학부모의 제보로 시험지 유출 사실을 인지한 학교 측은 곧장 해당 시험을 출제한 교사 4명을 소집하고 피해 학생 4명도 따로 불러 면담 조사를 진행했다. 학교 측은 학원 자료가 해당 과목의 시험의 질문지부터 보기 문항까지 모두 동일한 만큼 시험지가 유출된 것으로 판단하고 경찰 수사를 의뢰했다.

연휴가 끝난 직후인 지난 10일 교감 선생님은 전교생에게 유출 사태에 대해 사과하고 엄중히 대처할 것임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항의가 잇따르는 가운데 시험 유출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 만큼 학교 측은 영어 시험을 이달 중으로 다시 치르기로 결정했다. 또한 사태를 신속하기 진화하기 위해 학교 측은 학부모들에게 사태 수습 과정을 SNS를 통해 전달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선 학교 내부에 잠재적인 유출자가 있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다시 재시험을 치루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냐며 시험 보안에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재학생의 가족이라고 주장하는 한 누리꾼은 “학교 성적이 잘 나오지 않아 힘들어하던 사촌 동생이 시험지 유출 사실을 전해 듣고 펑펑 울었다”며 “잠재적 유출 교사가 있는 상황에서 대책 회의를 하고 재시험을 치르는 것이 맞는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학교와 학원 측은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을 일제히 거부했다.

교육당국은 사실 관계를 파악한 후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경찰 수사 결과를 보고 조치를 취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절차에 따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외고에서 시험지가 유출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8년 경기도 한 외고에서 신입생 입학 시험의 53개 문항이 서울 목동의 한 학원에 유출된 바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시험지 정보는 학원장과 친분이 있던 학부모 2명에게 시험 전날 전달된 것으로 드러났다. 합격 통보를 받았던 이들의 자녀 2명은 합격이 취소됐고 교장, 교감 등 학교 관계자들도 징계를 받는 것으로 사태가 마무리됐다.

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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