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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적 1위 선사’ 한진해운 사실상 청산…39년 역사속으로
[헤럴드경제=조민선 기자] 국적선사로 지난 39년간 전세계 바다를 누벼온 한진해운이 끝내 청산될 전망이다. 이 와중에 현대상선은 당초 공언했던 해운동맹 ‘2M’에 정식 가입을 못하면서 한국 해운업의 위상이 바닥으로 추락하고 있다.

13일 법조, 해운업계에 따르면 한진해운의 실사를 벌여온 삼일회계법인은 한진해운의 청산가치가 존속가치보다 높다는 최종 결론을 냈다. 삼일회계법인은 최종 실사 보고서에서 한진해운의 기업 청산가치를 1조8000억원, 계속가치를 9000억원으로 추산했다. 실사 결과는 13일 법원에 제출된다.

서울중앙지법 파산6부는 제출된 최종 실사 보고서를 바탕으로 청산 여부를 결정한다. 그동안 법조계, 해운업계에선 한진해운이 주요 자산을 모두 매각했고, 임직원들이 뿔뿔이 흩어지면서 한진해운의 청산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왔다. 


한진해운이 사실상 청산되면서 이제 대형 컨테이너 국적 선사는 현대상선이 남았다. 하지만 현대상선이 글로벌 7위권이었던 한진해운을 대체하는건 물론이고 치열해진 글로벌 선사들의 경쟁에서 생존할 수 있을지 현재로썬 미지수다.

그중 첫 장벽인 해운동맹 가입부터 사실상 불발됐다. 현대상선은 앞서 기업 생존 조건으로 약속한 해운동맹 ‘2M‘에 정회원으로 가입하지 못하고, 낮은 레벨의 동맹을 체결하면서 향후 2~3년간은 한국 해운업의 위상 추락은 불가피해졌다.

정부는 그동안 한진해운을 법정관리로 보내면서 ”현대상선을 키워 한진해운을 대체하겠다“고 공언해왔다. 지난 6월 정부가 발표한 ‘해운 경쟁력 강화 방안’은 ”선사들이 ‘부채비율 400% 이하’ 기준을 충족시킬 경우 신규 선박 발주를 지원하기 위해 선박 신조 지원프로그램을 대폭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지원책은 현대상선이 이번에 2M과 체결한 협약으로 무용지물이 됐다. 현대상선은 향후 3년간 컨테이너선의 선박 규모를 늘릴 수 없도록 약속했다. 이에 대해 현대상선 측은 ”선박 발주를 당분간 자제하는건 대형 컨테이너선에 한정된 것”이라며 “소형 컨테이너선이나 벌크선은 내년 반선, 폐선되는 기한에 맞춰 발주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렇더라도 전세계 해운업계가 초대형 선박 위주로 경쟁력을 키워가는 분위기 속에 대형 컨테이너선의 발주 자체가 제한되는건 경쟁력에 적잖은 타격이 있을 것이라는게 업계의 시각이다.

이처럼 해운 구조조정 스텝이 꼬여버린건 애초 해운업의 메커니즘을 잘 모르는 금융권이 구조조정을 주도했기 때문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정부나 채권단은 금융논리로 세계 7위 선사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를 결정했고, 정부는 물류대란 발생으로 해운업은 물론 국가 신뢰도까지 떨어지는 순간에도 이를 신속하게 수습못하고 발을 동동 굴렀다.

기존 한진해운이 실어나르던 물량을 현대상선이 아닌 중국이나 유럽 선사들이 가져간 것도 정부 실패의 단서다. 한종길 성결대 교수는 “국내 화주들의 다수가 이미 외국 선사로 갈아탔다”며 “국적 선사가 무너지면서 상대적으로 중소기업들은 짐을 수송할 선사 찾기가 어려워졌다”고 밝혔다. 해운업계 고위 관계자는 “이는 정부와 금융권의 구조조정이 얼마나 해운업의 기본을 모르고 행해진 건지 보여주는 결정적 근거”라며 “한진해운의 몰락은 한국 해운사의 몰락이라고도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업계에 따르면 2M(머스크, MSC)의 아시아~북미 항로 점유율은 17.5%로 지난해 대비 3.5% 급증했다.

이같은 최악의 상황에서는 정부 차원의 재정비된 로드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존 정부가 선박 신조 프로그램을 통해 선박 규모를 확대해 현대상선을 지원하겠다는 원칙과 달리, 유창근 현대상선 대표는 12일 기자간담회에서 “향후 2~3년간 사업확장 안하고 내실을 다지는 기회로 삼겠다”며 “당분간 기초 체력과 근육을 다지는 작업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앞으로 2~3년간 숨고르기 하는 동안 한국 해운업은 완전히 도태될 수 있는 상황에서, 정부 차원의 해운업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선 국내 해운사간 합병이 생존의 카드로도 꼽힌다. 해운업계 고위관계자는 “장기적으로 선박 규모를 안키우면 경쟁 자체가 어려워진다”며 ”지금이라도 국내 해운사들 간 합병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bonjo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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