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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위기에 법인세 인상 반대”…제대로 대응도 못하는 정부
[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 정부는 야당이 추진하고 있는 법인세ㆍ소득세 인상과 관련해 경제상황이 어려운 지금은 세금을 올릴 때가 아니라며 기존의 반대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경제부총리가 사실상 경질돼 물러날 때를 기다리고 있고, 청와대를 중심으로 움직였던 경제 컨트롤타워의 작동도 멈춘 상태여서 국회를 설득하지 못하는 등 속수무책이다.

사실 정부는 국회에서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야당이 세율 인상을 담은 세법 개정안을 상정해 통과시킬 경우, 이를 막을 방법이 없다. 하지만 지금 세율을 올리면 안되는 이유와 중장기적인 세수 확충 방안, 야권에서 우려하는 재정적자 확대에 대한 대처 방안을 만들어 정치권을 설득하고 여론을 형성하는 것은 정부의 역할이다. 정부는 이런 면에서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야권에서 법인세와 소득세 인상을 주장했던 지난해부터 줄곧 세율 인상에 반대입장을 고수해왔다. 박근혜 대통령이나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법인세를 인상할 경우 기업의 투자를 위축시키고 고용을 늘리기 어렵게 만들어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어려운 서민경제를 더 위협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란 얘기다.

유 부총리는 이달초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경제상황이 어려운) 지금은 법인세를 인상할 때가 아니다”라며 “(법인세 인상으로) 세수가 단기적으로 확충될지 모르나 중장기적으로는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강조했다.

유 부총리는 세수확충 방안과 관련해서는 “현 정부 들어 비과세ㆍ감면 정비, 지하경제 양성화 등을 통해 세수를 확충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법인세율을 낮추지 않았다면 기업의 고용, 투자는 더욱 어려웠을 것”이라며 법인세 인하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정부는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대내외 여건이 불확실해 세율을 인상하는 것은 우리경제에 ‘독(毒)’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영국의 브렉시트(Brexit) 협상과 트럼프 신행정부 출범 등에 따른 보호무역주의 물결에 중국의 성장세 둔화, 미국의 금리인상 등 대외여건은 올해보다 좋지 않다. 국내적으로도 수출부진과 기업 투자위축, 가계부채 누적에 따른 소비부진 등 악재가 산적해 있다.

그럼에도 야권이 세율 인상을 담은 증세안을 통과시킬 경우 가뜩이나 혼돈에 휩싸인 정국과 경제정책을 미궁에 빠뜨릴 가능성이 있다. 증세안이 통과되면 당장 내년도 경제정책 방향과 충돌할 수 있고, 세입과 세출 예산도 현실과의 괴리가 커질 수 있다.

여권에서는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한 마지막 카드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까지 검토하고 있다. 최근 국회의 예산안 토론회에서 일부 새누리당 의원들이 이런 방안을 거론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순실 사태로 대통령 탄핵이 본격 추진되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여야간 충돌이 극한으로 치달으면서 혼돈이 최고조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래저래 첩첩산중인 셈이다.

hj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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