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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X파일] ‘美 B급 性문화’ 민낯 드러낸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 미국 드라마 ‘보스턴 리갈’에서는 주인공 데니 크레인은 호색한인데다 얕은 성 인식을 가진 인물이다. 자신의 결혼식날 다른 여자와 섹스를 하는가 하면 자신과의 섹스를 거부한 직원을 ‘뚱뚱하다’는 이유로 해고시킨다. 말도 안되는 행보 속에서도 그는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다. 입에 달고 사는 대사인 “데니 크레인”처럼 그는 ‘데니 크레인’이라는 이유로 용서를 받고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는다.

미국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는 ‘데니 크레인’처럼 유권자들의 용서와 사랑을 받을 수 있을까? 워싱턴포스트(WP)는 8일(현지시간) 사설을 통해 “여성을 강제로 추행하고 성적 대상화하는 트럼프의 기록들 모두 충격적이었다”라며 “하지만 우리는 영상과 녹취록이 공개되기 전, 그의 전처 이바나가 이혼과정에서 트럼프를 성폭행 혐의로 고소한 사실을 알고 있었다”라고 꼬집었다. 같은날 CNN이 공개한 트럼프의 ‘음담패설’ 음성파일은 그가 지난 23년 간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여성 비하성 발언을 해왔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바꿔 말하면 지난 23년 간 해당 라디오 방송을 들은 청취자 중 이를 문제삼은 사람이 단 한 사람도 없었다는 뜻이다.

미국 예능프로그램이나 영화에서 여성을 성적 도구로 묘사하는 일은 흔하다. 미국 B급 공포영화 ‘피라냐’는 영화의 잔혹함을 절충하기 위해 여성의 ‘누드’를 이용했고, 위에 언급한 드라마 ‘보스턴 리갈’은 여성 캐릭터들을 주인공들의 성적 대상으로 등장시켰다. 미국의 ‘B급 성문화’(저급한 성문화)를 담고 있는 미디어나 콘텐츠를 생각해보면 트럼프의 발언들은 새삼 놀랄 것이 없다. 할리우드 영화에서 성적인 노출이 심한 옷을 입거나 누드로 나오는 여배우가 남자보다 3배 많은 것이 미국의 현실이다.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트럼프의 음담패설 영상과 음성파일이 공개된 8일(현지시간)에도 트럼프의 지지자들은 그를 열렬히 응원했다.

미국의 B급 성문화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트럼프의 발언은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막말’ DJ인 하워드 스턴도 23년 간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트럼프에게 온갖 음담패설을 일삼았고 그의 답변을 즐겼다. 스턴은 2006년 10월 트럼프에게 그의 장녀인 이방카 트럼프를 ‘섹시 덩어리’(성욕을 부르는 몸매)라고 불러도 되냐고 물었고, 트럼프는 “된다”라고 답하기도 했다. 트럼프 전 선거본부장이자 CNN의 토론패널인 코리 르완스키가 “우리는 자유국가의 지도자를 뽑으려는 거지, 주말학교 선생님을 뽑으려는 게 아니다”라며 트럼프를 두둔한 것도 같은 맥락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들에게 성차별적인 발언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못된 여자들이 칭얼거리는 것일 뿐”이라며 트럼프 발언에 분노한 여성 유권자들을 비하한 네티즌도 있었다. 한 네티즌은 트럼프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트럼프는 말실수를 한 것일뿐이지만 힐러리 클린턴은 범죄를 저질렀다”라는 글을 남겼다.

사람들의 방관과 소극적인 대처가 트럼프가 성차별적인 언행을 반복하게 한 부분도 있다. 그의 전처인 이바나 트럼프와 사업 파트너 질 하스가 트럼프를 성폭행 혐의로 고소했을 때 트럼프는 돈으로 이를 막을 수 있었다. 이바나와 하스가 각각 2500만 달러(약 280억 원)와 1억 250만 달러(약 1394억 원)의 위자료를 받고 한 발 물러선 덕분에 트럼프는 지금의 자세를 유지한 채 대선후보 자리에까지 오를 수 있었다. 트럼프가 과거 출연했던 리얼리티 프로그램 ‘어프렌티스’의 여성 출연자들도 최근 트럼프가 외설적이고 성차별적인 발언을 일삼았다고 공통적으로 얘기했지만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 사실이 드러나거나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공화당 유력인사들의 사퇴 요구에도 트럼프는 “사퇴가능성은 0”이라고 일관하고 있다. 그는 “나는 지지하는 사람들이 많다”라고이유를 밝혔다. 그의 말대로 여전히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존재한다. 여성차별적 발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트럼프를 지지하는 여성 유권자들도 있다. 대중이 미국의 ‘B급 성문화’에 침묵하거나 동조한 결과이다. ‘B급 성문화’에 익숙한 대중은 트럼프의 발언을 “할 수 있는 실수”쯤으로 치부하고 있다.

트럼프가 ‘겉핥기 식’ 사과를 한 것도 그에 동조하는 지지자들 때문이 아닐까. 그는 영상을 통해 “나는 한번도 내가 완벽한 사람이라고 말한 적 없다”라며 “난 내가 후회가 되는 일을 한 적이 있다고도 말했었고 최근 공개된 ‘10년도 더 된’ 영상은 그 중 하나일 뿐이다. (중략) 나는 말했다. 나는 잘못을 했고, 사과한다”라고 말했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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