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유은수 기자] 패션은 메시지다. 대화를 나누거나 함께 밥을 먹지 않아도, 그 사람이 어떤 일을 하고 어떤 성격을 갖고 있는지 보여주는 가장 간단한 도구가 패션이다. 그래서 정치인들에게도 패션은 중요하다. 미디어를 통해 정치인을 접하는 대다수 유권자들에게 이미지를 결정하는 비언어적 요소이기 때문이다.
루이까또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간호섭 홍익대 패션디자인과 교수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반기문 UN 사무총장,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의 패션을 말했다. 세 인물은 최근 차기 대권의 유력 후보로 꼽히고 있다. 간 교수는 패션 디자이너를 발굴하는 TV 프로그램 ‘프로젝트 런웨이’의 심사위원으로 활약했고, 정치인들의 패션에 대해 거침없는 조언을 하는 디자이너로 알려져 있다.
▶문재인, 사투리 말투 바꿔야=문재인 전 대표의 패션에 대해선 “안경 잘 바꿨다”는 평가다. 2012년 대선 전 문 전 대표는 (간 교수에 따르면 “복덕방 아저씨 같은”) 반무테 안경을 즐겨 썼다. 안경 알의 윗 부분만 얇은 뿔테가 감싸는 모양이다. 그러나 대선을 거치면서 반무테 안경에서 얇은 금속테, 무테 안경이 주를 이루게 됐다. 기존 안경테가 다소 노회하고 고지식한 이미지를 심어준다면, 금속테ㆍ무테 안경은 권위적이지 않고 세련된 느낌을 준다. “정치인의 안경은 유권자들이 제일 먼저 접하는 이미지의 창”이라고 간 교수는 말했다.
언어적 요소 가운데 ‘말투’에 대한 지적이 나왔다. 문 전 대표의 말투는 경상도 사투리가 강하고 발음이 새 전달력이 떨어지고 다소 어수룩해 보일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간 교수는 “문 전 대표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말투에 신경을 쓰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반기문, 셔츠 한번 걷어부쳐도=반 총장의 패션은 ‘클래식’으로 정의된다. 정석에 충실한 정장 차림으로 국제 무대에서 활약하는 외교관다운 면모를 보여준다. 그 자체로 흠 잡을 데가 없지만 ‘클래식’이 장점이자 단점이 될 수 있다. 정석적인 패션이 보수적인 이미지를 강화시켜 정치인보다는 대학교 총장이나 고위 관료로 보이게 한다는 것이다.
반 총장의 보수적이고 노숙한 이미지 쇄신을 위해선 간단한 시도만으로도 충분하다. 강단에서 연설하거나 강연할 때 과감하게 재킷을 벗고 와이셔츠 팔만 걷어도 신선하고 패기 넘치는 이미지를 각인시킬 수 있다. 이런 시도로 성공한 대표적인 정치인이 미국 제35대 대통령 존 F. 케네디다. 케네디 대통령은 당시 보수적인 미국 사회에서 정장에 모자를 벗기 시작한 첫 번째 정치인이었다. 그 외에도 페니 로퍼, 아가일 무늬 양말 등을 유행시켜 지금도 정치인 스타일 아이콘으로 첫 손 꼽힌다.
▶안철수, ‘올백머리’로 카리스마 강화=안철수 대표는 아직 벤처 기업인, 대학 교수의 이미지가 남아 있다는 평가다. 간 교수는 “안 대표는 아직 넥타이를 매고 정장을 입을 때 어색해 보인다”고 말했다. 안 대표의 그런 점이 신선함을 주기도 하지만, 카리스마가 부족하고 다소 약해 보일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 더욱이 원내 제3당을 이끄는 당 대표로서 ‘투사’와 같은 이미지를 더 가질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를 위해 안 대표는 헤어 스타일을 바꾸란 조언을 받았다. 옆으로 가르마를 타 자연스럽게 앞머리를 내리는 지금의 헤어는 아직 젊은 기업인 같은 스타일이라는 것이다. 앞머리를 모두 넘기는 이른 바 ‘올백 머리’를 시도해 조금 더 진취적인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또 현재 젊고 청렴결백한 이미지를 더 강화시키기 위해 흰색보다는 초록색, 파란색이 들어간 셔츠를 활용하는 것이 적절하다.
유력 정치인 3인의 패션을 평가한 간 교수는 마지막으로 이 말을 꼭 남겨달라고 했다. “패션은 도구일 뿐, 그 사람의 정치를 대변하지는 않는다.” 정치인은 패션이라는 하나의 도구를 잘 활용해야겠지만, 유권자들이 외양만으로 정치인을 평가하는 일은 삼가야 한다는 얘기다. 중요한 것은 그가 패션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주는가, 어떤 이미지를 추구하는가를 읽어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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