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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랜드 참사 ①] 전염병처럼 세계로 번진 테러…美 올랜드 테러의 3대 키워드는?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전염병처럼 테러가 세계 곳곳으로 퍼지고 있다. 미국 플로리다 주(州) 올랜도의 게이클럽에서 총기난사가 발생한 가운데, 같은날 중국 상하이(上海) 푸둥(浦東)공항에서는 사제 폭발물에 의한 폭발 사건이 발생했다. 레바논에서도 폭발사고로 두 명이 부상을 입었다. ‘테러의 뉴노멀’이다.

특히 미국 사상 최악의 총기난사로 남을 12일 새벽(현지시간) 플로리다 주(州) 올랜도의 게이 클럽에서 발생한 테러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총기’ ‘동성애 혐오’ ‘이슬람국가(IS)’라는 점에서 미국 사회의 불안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힘없는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한 무차별적인 ‘소프트타깃’이라는 점에선 유럽과 미국 모두 같지만, 미국의 경우 자생적인 테러로 개개인으로 파편화돼 있다는 점은 ‘테러에 대한 공포’는 보이지 않는 적의 무차별 공격과 같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

전염병처럼 번지는 테러=테러가 일상의 ‘뉴 노멀’(New Normal)이 됐다.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만이 문제가 아니다. 레바논의 폭발 사건은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소행이었고 지난 7일 이스탄불에서 발생한 폭탄 테러는 쿠르드족이 구성한 터키 반군조직인 쿠르드노동자당(PKK)의 범행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PKK는 지난 3월에도 터키 앙카라에서 발생한 테러를 감행한 것으로 지목됐다.

미국 메릴랜드 대학의 전국 대(對)테러 연구 컨소시엄(START)은 100명 이상의 사상자를 낸 2014년 전 세계에서 발생한 테러 사건은 1978~2013년 발생한 테러 사건보다 500% 증가한 26건에 달했다. 메릴랜드 대학 집계에 따르면 2015년 발생한 테러 사태는 2014년보다 11건 많은 37건에 달했다. 사상자 규모와 상관없이 무장세력이 지난해 분쟁지역이 아닌 미국이나 프랑스 등 경제 주요국에 일으킨 테러 공격은 총 8건에 달했다. 12일 올랜도 총기난사를 기점으로 올해 주요경제국에서 발생한 대형 테러공격은 총 5건에 달한다. 3 개월 단위로 벨기에의 브뤼셀과 미국의 올랜도, 터키의 이스탄불과 앙카라에서 3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누구든 테러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공포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美 ‘자생적 테러리스트’…분노와 IS의 이중주=이번 총기 난사 사건은 일단 조직적인 테러 가능성은 적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외로운 늑대’(lone wolf)가 범행의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무장세력을 추종하는 개인이 일으킨 범행이라는 점에서 지난해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발생한 샌버나디노 총기난사 사건과 닮아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마크 허틀링 군사전문가는 이와 관련 CNN에 “용의자의 프로파일은 한 단체에 속한 테러리스트의 것과는 다르다”며 “IS 주도가 아닌, IS나 극단주의 테러집단을 추종하는 극단주의자의 소행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CBS 보도에 따르면 용의자는 911전화에서 보스턴 마라톤 테러 사태의 용의자였던 차르나예프 형제들을 언급하는 등 IS에 무지한 모습을 보였다. 보스턴 마라톤 테러를 일으킨 차르나예프 형제는 체첸계 형제로, 알카에다 추종자였다. IS는 알카에다의 이라크 지부였지만, 시리아 내전을 통해 세력을 키우면서 알카에다와 갈등하게 됐다.

특히 이번 올랜드 총기난사 사건은 총기 자유와 개인적인 분노, IS에 대한 추종이라는 요인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는 점에서 미국인들의 충격이 더해지고 있다.

애덤 랭퍼드 지난해 앨라배마 대학 형사행정학과 부교수가 제 110회 미국 사회학회(ASA)에서 발표한 논문자료에 따르면 미국 총기난사 범죄자들은 한 개의 무기를 가지고 총기 난사를 일삼는 다른 나라의 용의자들과 달리 무기를 1개 이상 사용하며 폭탄 역시 다수 장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시 말해, 다량의 무기를 소지하고 범행을 벌이는 총기난사는 총기친화적인 미국만의 특징이라는 것이다. 총기에 친숙한 문화가 대형총기 사건을 일종의 전염병처럼 번지게 한다고 랭퍼드 부교수는 지적했다.

스티브 무어 FBI 전 직원도 “용의자 마틴은 평상시 친절하고 조용한 성격의 소유자였다고 하지만, 분노를 조절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고 동성애를 보면 극단적인 발언을 하기도 했다”며 “자신의 범행을 테러와 연관시켜 사건을 더 키우려고 했을 수도 있다”고도 평가했다.

하버드대학교 공공보건 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2011∼2014년 불특정 다수를 겨냥한 총격 사건은 64일에 한 번꼴로 발생해 29년 전 200일에 한 번꼴보다 3배 이상 빈도가 급증했다. 앨라배마대학의 애덤 랭퍼드 형사행정학과 부교수에 따르면 미국 총기난사 사건들의 가해자들은 해외 가해자들과는 달리 다량의 폭발물을 사용하는 독특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랭퍼드 교수는 미국의 총기문화는 하나의 총기범죄 문화를 형성했다며 총기 난사가 가지고 있는 모방범죄의 위험을 설명했다.

메릴랜드대학 START 연구진은 ‘2015년 글로벌 테러리즘 인덱스’(2015 GTI) 보고서를 통해 “IS만이 문제가 아니다”라며 “외로운 늑대(lone wolf)에 의한 테러와 난민 등 사회적으로 소외받은 이들에 의한 테러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 주요 경제국에서 발생하고 있는 테러공격의 특징”이라고 지적했다.

유럽, 점조직으로 네트워크화된 ‘외로운 늑대’=유럽을 강타한 파리ㆍ브뤼셀 테러는 이와 다르다.

유럽의 테러리스트들은 지하디스트의 성향이 뚜렷하며, 시리아를 입국한 경험이 있다. 지난해 11월 프랑스 파리와 올해 3월 벨기에 브뤼셀에 IS가 감행한 테러는 현지에 잠복한 IS 점조직의 치밀한 계획 하에 벌어진 테러 공격이었다.

파리 테러 용의자인 하야트 부메디엔은 테러 발생 전 터키에 입국했다가 시리아로 넘어가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 IS에 가담했다. 브뤼셀 테러 핵심 용의자인 아바우드 압델하미드와 모하메드 아브리니 역시 시리아로 넘어가 IS에 가담한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히 IS를 ‘추종’한 것이 아니라 직접적인 관계를 맺고 있었던 것이다. 유럽 내부에는 400~600명의 IS 가입자가 점조직을 이루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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